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I 서밋’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과 국내 주요 기업 및 글로벌 AI 기업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엔비디아다만 대부분 MOU(양해각서)와 LOI(의향서) 단계인 만큼 실제 공급 물량과 가격, 투자 규모를 담은 후속 계약 체결 여부가 성과를 좌우할 전망이다.
차세대 AI 반도체 공급망 선점 나선 삼성·SK27일 청와대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K-AI 서밋'을 계기로 미국 빅테크와 향후 5년간 총 9500억달러 규모의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브로드컴과 2000억달러, SK는 엔비디아 등을 포함한 미국 기업들과 7500억달러 규모의 협력 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삼성전자는 브로드컴과 2030년까지 5년간 2000억달러 이상의 메모리·파운드리 협력을 추진한다. 브로드컴의 차세대 AI 가속기에 HBM(고대역폭메모리)을 공급하고, 무선광대역통신 제품 등 주요 반도체에 2나노미터 이하 첨단 파운드리 공정을 적용한다. 2.3D·2.5D 첨단 패키징도 연계해 반도체의 성능과 전력 효율을 높인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 역량을 통합해 브로드컴의 차세대 반도체 생산을 지원한다. 협력이 본계약으로 이어지면 AI 가속기용 HBM 공급을 확대하는 동시에 2나노미터 이하 파운드리와 첨단 패키징 분야에서도 매출 기회를 넓힐 수 있다.
특히 브로드컴은 글로벌 빅테크가 자체 개발하는 AI 가속기와 데이터센터용 네트워크 반도체 설계를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브로드컴을 통해 엔비디아의 범용 GPU(그래픽처리장치)와 별도로 성장하는 맞춤형 AI 반도체 시장의 수요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 사진 제공=삼성, SK하이닉스SK는 엔비디아와의 메모리 협력을 그룹 차원의 AI 인프라 사업으로도 확장한다. SK텔레콤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베라 루빈' 시스템과 SK하이닉스의 HBM4를 활용해 최대 2GW(기가와트) 규모의 AI 팩토리를 구축하고,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가동할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앤트로픽 등 다른 빅테크와도 메모리 공급과 AI 데이터센터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포괄적 MOU나 협력 논의 단계로, 기업별 공급 물량과 투자 규모 등 세부 조건은 확정되지 않았다.
대규모 협력에도 남은 불확실성…구체화가 관건이번 협력은 규모 면에서는 고무적이지만 대부분 MOU(양해각서)와 LOI(의향서) 단계로 발표 금액을 확정 수주나 매출로 보기에는 이르다. 삼성전자와 브로드컴은 메모리·파운드리 협력 범위를 제시했지만 공급 물량과 가격, 적용 제품, 양산 일정은 정하지 않았다. SK와 엔비디아도 차세대 메모리 장기 공급과 AI 팩토리 구축에 합의했으나 제품별 물량과 계약 기간, 투자 분담 방식 등은 후속 협상 과제로 남았다.
MOU는 당사자들이 협력 방향과 범위를 확인하는 문서이고, LOI는 향후 거래를 추진하겠다는 의사와 기본 조건을 담는 문서다. 모두 통상 본계약에 앞서 체결돼 법적 구속력이 제한적인 만큼 후속 협상 과정에서 물량과 가격, 투자 일정이 달라지거나 계약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협력금액의 구성도 다르다. 삼성전자의 2000억달러는 브로드컴에 공급할 메모리와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 사업이 중심이다. 반면 SK와 엔비디아의 5000억달러 이상 협력에는 SK하이닉스의 메모리 공급과 함께 SK텔레콤의 AI 팩토리 구축 및 시스템 도입 비용이 포함됐다. 예상 매출과 투자액이 함께 반영된 만큼 두 회사의 발표 규모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AI 서밋' 개막 전날인 2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우드사이드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최태원 SK그룹 회장, SK하이닉스·SK텔레콤·엔비디아 팀이 만찬을 진행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사진 제공=엔비디아삼성전자와 SK의 협력이 실제 반도체 발주와 데이터센터 이용계약으로 이어지면 빅테크의 AI 투자가 구체적인 메모리·파운드리·컴퓨팅 수요로 연결되고 있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세부 계약 없이 장기 협력 구상에 머물 경우 9500억달러라는 발표 규모만으로 AI 수요의 지속성을 입증하기는 어렵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번 발표는 글로벌 빅테크가 중장기 AI 인프라 수요를 국내 기업과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다만 실제 공급 물량과 가격, 투자 일정이 확정돼야 9500억달러 가운데 어느 정도가 삼성전자와 SK의 매출로 이어질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