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채용을 줄였던 미국 기업들이 다시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AI가 확산하면서 사람을 줄이기보다 이를 활용할 인재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채용 전략을 바꾸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철도회사 CSX와 구글 모회사 알파벳을 포함한 미국 주요 기업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채용을 다시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와 군에 컨설팅·보안 등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즈 앨런 해밀턴의 최고운영책임자(COO) 크리스틴 마틴 앤더슨은 지난 24일 투자자들에게 "현재 인력이 부족한 상황으로 채용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부즈 앨런 해밀턴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계약 축소와 비용 절감 기조에 따라 지난해 직원 수천명을 감축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직원 수는 약 3만900명으로 1년 전보다 7.5% 줄었다.
다만 최근에는 국가안보 분야를 중심으로 보안 인가를 갖춘 전문 인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력관리 플랫폼 래티스의 최고경영자(CEO) 사라 프랭클린은 AI를 바라보는 기업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들이 그동안 AI가 인력 공백을 메울 것으로 보고 신입 채용을 줄였지만, 이제는 AI와 함께 일할 인재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했다는 것이다.
그는 “코딩 AI가 있다고 엔지니어를 채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며 “AI 도구를 사용하는 기업에도 이를 다룰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래티스 고객사 상당수는 특히 최근 신입 사원을 채용하기 시작했다. 프랭클린 CEO는 “AI에 특화된 기술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늘고 있다”며 혁신적이고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신입 인력은 경력이 짧아 비용 효율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는 빅테크 기업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알파벳 최고재무책임자(CFO) 아낫 아슈케나지는 AI와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를 중심으로 채용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프트웨어 기업 서비스나우도 사이버보안 사업 확대를 위해 현장 영업 인력을 추가 채용할 예정이다.
채용 재개는 사무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공구 제조업체 스냅온은 사업 확대를 위해 신규 인력을 충원할 계획이며, 철도운송업체 CSX도 열차와 기관차 정비 부문 인력을 향후 수개월간 소폭 늘릴 방침이다.
인력 채용 업체 로버트 하프의 키스 워델 대표는 AI가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당초 우려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채용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시장 상황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고용시장 지표도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7월 12~18일 미국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8만7000건으로, 1969년 이후 5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기업들의 해고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고용 지표다. 노동시장 참여 인구가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수치를 두고 미국 고용시장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AI가 고용시장에 미칠 영향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폴 오스터만 MIT 교수는 "앞으로 인력이 더 필요할지, 덜 필요할지는 누구도 모른다"며 "AI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해 기업의 비용을 줄일 것이라는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