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부용 삽화 / ETF 주식 채권 펀드국내 증시가 출렁이면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도 제동이 걸렸다. 500조원을 훌쩍 웃돌았던 시장 규모는 한 달여 만에 90조원이 증발했다. 증시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ETF 평가액이 줄어든 데다 자금 이탈도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ETF 한 달 만에 ‘90조 증발’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ETF 순자산 총액은 지난 27일 기준 443조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2일까지만 해도 533조원에 달했는데, 한 달여 만에 90조원이 줄었다.
올해 ETF 시장은 ‘초고속 팽창’ 국면이었다. 국내 증시가 급성장하면서 증시로 머니 무브(자금 이동)가 본격화하고, 퇴직연금이 대대적으로 유입된 것이 배경이었다. 국내 ETF 순자산 총액은 지난 1월 5일 300조원을 돌파한 이후 400조원(4월 15일), 500조원(5월 27일)도 연이어 넘어섰다. 월평균 40조원 가까운 자금이 유입된 셈이다. 그러나 최근 한 달 동안 월평균 상승분의 2배를 넘는 90조원이 감소했다.
ETF 순자산 감소는 기초 자산 가격 하락에 따른 평가액 감소와 투자금 순유출이 겹쳐진 결과라는 해석이다. 특히 국내 주식 비중이 높은 ETF와 반도체 관련 상품의 낙폭이 전체 규모 축소에 영향을 미쳤다. 한 금융 투자 업계 관계자는 “특히 순자산 총액이 감소하는 국면에서도 거래 대금은 유지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장기 투자금이 빠져나가고 단기 투자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며 “퇴직금 등 목돈을 진득하게 ETF에 묶어두기보다는 레버리지나 변동성이 큰 종목에 단타(단기 매매)가 많다는 뜻”이라고 했다.
◇채권·인버스 ETF서 수천억 순유출
상품별로 수급은 크게 엇갈렸다. 채권과 인버스 ETF에서는 수천억 원대 순유출이 발생한 반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 종목 레버리지에는 조 단위 순유입이 일어났다.
이날 ETF체크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KODEX 종합채권(AA-이상)액티브가 4256억원으로 가장 큰 순유출을 기록했다. 채권 ETF는 통상 금리 하락 기대가 높을 때 자금이 유입되지만, 최근에는 금리 방향성 불확실성과 채권 가격 변동성 확대로 투자 매력이 약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어 KODEX 200선물인버스2X(3898억원), HANARO Fn K-반도체(3290억원), KODEX 머니마켓액티브(3073억원), TIGER MSCI Korea TR(3018억원) 등 순으로 자금이 많이 빠져나갔다.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ETF와 ‘파킹형’ 상품 성격의 머니마켓액티브에서도 자금이 빠진 것은 투자자들이 증시 반등에 베팅하고 있다는 얘기다.
일러스트=김성규반대로 순유입 상위권은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가 2조1110억원으로 가장 큰 유입 규모를 자랑했다. KODEX200(1조6427억원),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1조1141억원), TIGER 미국S&P500(1조484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공격적인 베팅을 하거나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주요 주가 지수에 투자한 셈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수급이 엇갈리지만 ETF 시장의 성장세는 계속될 것이란 말이 나온다. 한수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ETF는 자금 유입을 지속하며 자산 관리 핵심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등으로 ETF를 포함한 장기 투자 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