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 적용하면 미국 업체에 불리해”… 현지 광물업계 반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부터 제조업에 쓰이는 중국산 핵심 광물의 구매를 막겠다고 나선 가운데, 정작 미국의 광물 생산 능력이 턱없이 부족해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 패스에 위치한 MP 머티리얼즈 희토류 광산에서 관계자가 분쇄된 광석을 들고 있다./연합뉴스미국 방산업체와 제조업체들은 연방 규정에 따라 2027년 1월 1일부터 중국과 러시아, 이란, 북한에서 희토류와 자석, 텅스텐, 몰리브데넘, 탄탈럼을 구매할 수 없다. 이들 광물은 전투기와 미사일, 자동차, 컴퓨터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특히 희토류는 강한 자석을 만드는 데 필요한 원료로, 첨단 무기와 전기차 산업에 필요하다.
규제 5개월 남았는데… 美 생산 광물 전체 수요에 미달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핵심 광물을 미국에서 직접 채굴하고 가공하는 일을 국가안보의 주요 과제로 삼았다. 그는 중국에 의존하는 공급망을 바꾸기 위해 약 150개 광물기업에 수백억달러를 지원한 바 있다.
그러나 규제 시행을 약 5개월 앞둔 현재까지도 미국의 생산 능력은 자국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컨설팅업체 아서디리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널리 사용된 희토류 자석의 수요는 약 4만8000톤(t)이었다. 반면 미국산 공급량은 300t에 그쳤다. 미국 기업들이 올해 말까지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생산 능력도 전체 수요의 약 10% 수준인 5000t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은 2015년 이후 텅스텐을 멈췄으며, 탄탈럼 생산은 1959년 이후 중단된 상태다. 가디언메탈리소시스가 2028년까지 미국에 텅스텐 광산을 여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규제 시행 시점보다 1년 늦다. 사우스다코타주에서 추진 중인 탄탈럼 광산은 가동 시기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광물산업 분석가 크리스 베리는 로이터에 “미국이 내년 1월까지 충분한 광물을 생산해 중국산 제품에 대한 예외 조치를 끝낼 가능성은 작다”며 “경쟁에 필요한 시설을 갖추려면 앞으로도 여러 해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국은 세계 광물 정제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면 전 세계에서 6조5000억달러(9517조 9,500억원) 규모의 제조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방산업계 예외 적용에 광물업체들 반발… “비싼 미국산 살 요인 줄어”
미국 정부는 그동안 중국산 핵심 광물의 구매를 제한하면서도 미국산 공급이 부족할 때는 방산업체에 예외를 허용해 왔다. 미국 정부는 2027년 1월부터 방산업체도 중국 등에서 희토류와 일부 핵심 광물을 조달하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다만 다른 공급처를 구하기 어려운 업체에는 미 국방부가 개별 심사를 거쳐 한시적으로 예외를 허용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행정명령을 통해 예외 승인 요건을 강화했다. 앞으로 방산업체는 중국산 원료를 피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했다는 증거와 중국산 공급을 끊기 위한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해야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공급 부족에 대비해 지난 2월 120억달러(17조 5716억원) 규모의 핵심 광물 비축 사업인 ‘프로젝트 볼트’도 시작했다. 미국 정부는 사업 초기에는 중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광물을 구매해야 한다고 인정했다.
문제는 미국산 광물 공급이 수요에 크게 못 미친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내 생산시설이 완성될 때까지 국방부가 중국산 광물을 사용하는 일부 업체에 예외를 계속 허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광물업체들은 예외 승인과 중국산 광물 비축이 계속되면 방산업체가 가격이 더 비싼 미국산 제품을 구매할 이유가 줄어든다고 반발했다.
한편, 미국산 공급이 안정될 때까지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이 중국을 대신하는 공급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법률·로비업체 브라운스타인 하이엇 파버 슈렉의 서맨사 칼요더는 “미국 기업들이 생산 능력을 충분히 늘릴 때까지 한국, 일본 등 동맹국과의 협력이 제조업체에 필요한 광물을 공급하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