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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가 반도체·AI·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한 6월 29일 경기도 용인시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의 모습.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올해를 대체불가 대한민국의 꿈이 시작되는 한 해로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한 핵심 과제는 초격차 산업강국으로의 대도약"이라며 "반도체, 피지컬AI,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는 이같은 대도약을 위한 삼각축"이라고 말했다. |
| ⓒ 연합뉴스 |
이재명 정부가 집권 2년 차에 터트린, '3대 메가프로젝트'가 한국의 미래를 바꿀 거대한 희망으로 부상하면서 경제 성장과 국가 경쟁력은 물론 지역 균형 발전 등 한국 사회의 모든 문제를 단번에 풀 만능의 해법이 되는 분위기다. AI가 바꿀 낙관적 미래에 심취한 나머지, '불평등 심화'에 대한 우려나 '기후 위기 악화'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되는 중이다.
그런데 여론의 시선이 용인과 서남권에 배치될 반도체 산업단지에 집중되는 동안, 정작 단기적으로는 3대 메가프로젝트에 더 거대한 숨은 함정이 있다는 사실이 제대로 조명되지 못하고 있다. 고작 3년(2029년) 안에 1단계로 8.4GW, 그리고 2035년까지 18.4GW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는 어마어마한 'AI 데이터센터 계획'이 바로 그것이다.
6월 29일 정부가 발표한 내용에는 이렇게 명시돼 있다. "정부는 SK, GS, 네이버와 협력해 1단계로 8.4GW (SK 5GW, GS 2.4GW, 네이버 1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 이를 위해 3개 기업은 투자 유치를 포함해 약 550조 원을 투자한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게 "재생에너지와 원전, 일부 화석연료 발전원"을 가리지 않고 신속하게 확보할 뿐 아니라, 더 싸게 공급하도록 'AI 데이터센터 전용 요금제'까지 도입한다. 인허가 패스트트랙과 용수 등 기반 시설 등을 전폭 지원하는 건 물론이다.
'기가와트 데이터센터'란 도대체 얼마나 큰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산업화 이후 역사상 그 어떤 정부 프로젝트보다 부실하고 무책임한 '18.4GW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 그런데 수백조 원의 자금이 투입되고 수십만 평의 땅과 핵발전 18개 이상 규모의 전력이 동원되는 어마어마한 대규모 공사가 3년, 10년 안에 초고속으로 추진되는데도, 발표한 정부나 듣는 시민들이나 모두 이를 제대로 실감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아직 한국에서 운영되는 최대 규모 데이터센터라고 해봐야 네이버가 세종시에서 운영하는 50MW(0.05GW) 미만의 데이터센터가 고작이니 그럴만도 하다.
우선 1GW 데이터센터가 어느 정도 규모일지 이해를 돕기 위해 대략 가늠해 보자. AI 데이터센터는 AI 가속기 역할을 하는 GPU를 중심으로 무게가 1톤 이상이고 높이가 2미터가 넘는 '랙'이란 하는 패키지 단위로 설치한다. 엔비디아 블랙웰 칩을 기준으로 보면 랙 하나는 72개의 GPU가 장착되고 약 120kW의 전력을 소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현하려면, 최소 축구장 수십 개 면적(수십만 평)에 5~6천 개의 랙을 들여놔야 하고 여기에 장착할 GPU만 해도 수십만 장이 필요하다. 열을 식힐 냉각용 물도 하루에 수만 톤을 요구한다. 또한 1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하나를 짓는 데는 적어도 50~80조 원이 투자된다. 10년 동안 20조 원 규모를 투입해서 지을 예정인 가덕도 신공항과 비교해 보자. 금액으로는 압도적으로 크면서 공사 기간은 엄청나게 짧은 초대형 공사임을 단박에 알 수 있다.
현재 전국의 백여 개 정도 되는 모든 데이터센터를 합쳐봐야 전력 용량이 2.5GW 내외이니, 1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가 해당 지역의 전력이나 용수, 자연과 바다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1GW도 이렇게 엄청난데, 평균적으로 매년 2GW씩 10년 동안 18.4GW를 짓는다는 게 정부 발표다. 심지어 환경영향평가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건너뛰고 전력과 물 공급 등을 정부가 앞장서 보장하며, 당장 올해 첫 삽을 뜨기 시작하겠단다(올해가 절반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 주민과의 소통 등 참여 절차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뭔가 심각하게 잘못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동해안에 짓겠다는 AI 데이터센터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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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해시 북평화력발전소와 인근의 데이터센터 신설 부지 |
| ⓒ 김병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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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릉 소재 안인 석탄화력발전소와 인근 옥계에 건설될 데이터센터 부지 |
| ⓒ 김병권 |
특히 문제가 심각한 지역은 강릉-동해-삼척을 따라 포진한 석탄화력발전에 의지해 짓겠다는 데이터센터 계획이다. 이 지역 강릉에코파워, GS동해전력, 삼척블루파워 등 민간 발전 3사가 강릉 안인 석탄화력 2.1GW, 북평 석탄화력 1.2 GW, 삼척 블루파워 석탄화력 2.1GW를 운영하고 있다. 온실가스 주범인 이들 석탄화력이 송전선 제한으로 20%~30%대의 저조한 가동률을 보이자, 이를 해소할 방안으로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기획한 것이다.
'세계 5위급, 아시아 최대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한다며 지금 미디어에서 경탄스러워하는 동해안의 AI 데이터센터는, 이렇게 처음부터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원인 석탄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당장 GS가 발전소와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동해시 북평 제2 일반산업단지 부지 약 23만㎡(축구장 32개)에 2028년까지 총 1.2GW 규모의 1단계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다음 해까지 최대 120조 원을 투입해 2.4GW로 증설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력은 인근 GS의 북평 석탄화력 포함 석탄화력에 전적으로 의존할 것이고, 용수는 대관령에 건설된 도암댐으로부터 공급받을 전망이다. 또한 SK는 바로 위의 강릉 옥계 첨단소재융합 일반산업단지에 또 다른 GW급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예정이고, 송전망과 변전설비 신설을 전제로 강릉 안인 석탄화력 등에서 전력을 공급받게 될 것이다. 강릉과 동해시가 움직이자, 포스코에너지 등이 2.1GW 석탄화력을 운영하는 삼척시에서도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에 나섰다.
이미 동해안을 따라 지어진 기가와트 급의 온실가스 배출 주범 석탄화력만 해도 문제가 많고 주민들의 조기 폐쇄 의견이 높다. 그런데 자본투자 규모만 해도 석탄화력의 수십 배가 되고 전력과 물, 토지 요구량도 훨씬 많은 데이터센터를 초대형, 초특급으로 건설할 경우 어떤 문제가 생길지 제대로 점검은 한 것인지 의문이다. 자국 수요를 위해 정신없이 데이터센터를 짓는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고, 이런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설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경우는 전 세계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데이터센터 단순 임대사업으로 AI 선진국 안 된다
하지만 정부나 GS, SK 등은 정작 그토록 엄청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데, 자본과 GPU 장비를 어떻게 동원할 것이고, 실제 운영 주체는 누가 될 것이며, 어떤 서비스를 누구에게 할 것인지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불과 3년 안에 수백조 원을 투입해 가동을 시작할 초대형 프로젝트라는 점을 고려하면 괴상할 정도로 정보가 없다는 말이다.
GS 등은 AI 인프라나 서비스 기업이 아니고, 한국의 기술 기업들이 GPU를 수십만 장 보유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부지와 건물 조성을 국내 업체들이 한 후, 실제 데이터센터 장비 세팅과 인프라 운영, 서비스 등은 해외 AI 테크 기업들이 맡아서 해외 서비스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될 경우, 결국 동해 안에 짓겠다는 기가와트 데이터센터는 한국으로서는 해외 빅테크를 위한 데이터센터 공간 임대 사업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상황이 이런 마당에 데이터센터 건립에 그치지 않고 AI 기업 유치와 연관 산업 육성, 인재 양성 기반을 마련해 AI 산업 거점도시로 성장하겠다는 식의 정부와 강원도 주장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비슷한 사례로, 싱가포르의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움 선언으로 빅테크들이 2023년 인근 말레이시아 조호로 지역에 대규모로 데이터센터 투자를 진행했던 일이 있다. 그리고 그보다 앞서서 유럽의 아일랜드가 낮은 법인세를 무기로 2010년 이후로 미국 빅테크 데이터센터를 대거 유치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라. 말레이시아나 아일랜드가 AI 강국으로 성장했나?
국내 AI 생태계와 연결해 적절한 수준의 AI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하면, 처음부터 석탄이 아니라 재생에너지에 기반하고 굳이 기가와트 단위로 과잉 설비를 지을 것이 아니라 적절한 수준에서 시작하는 것이 맞다. 네이버가 세종시에 지은 데이터센터도 200MW 이상의 규모로 설계했지만 지금은 고작 50MW 미만만 사용하고 있고, 삼성이 춘천에 기획하는 데이터센터도 지금은 불과 몇 MW 단위이다. 몇몇 사례만 보더라도 동해안의 데이터센터 계획이 처음부터 재검토돼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덧붙이는 글 | 필자 김병권은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이다. 경제와 복지, AI 기술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정책연구자다. '새로운사회를여는 연구원' 부원장, 서울시 협치자문관, 정의정책연구소장을 지냈다. < AI와 기후의 미래>(2025) <1.5도 이코노믹 스타일>(2024) <기후를 위한 경제학>(2023) 등의 저서와 다수의 공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