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오만 측 ‘호르무즈 동등 분할’ 반대
걸프 연안국 공동관리 등 다각도 대책 모색
전 세계 원유 수송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연안국 오만이 자발적 통행료 징수를 중심으로 한 해협 공동 관리 방안을 이란에 제안했다. 하지만 이란은 안보 우려를 이유로 통행로를 동등하게 분할하자는 오만 측 제안을 거부했다. 이란은 오만과 미국에 더 많은 해협 통제권을 요구하고 있어,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28일(현지시각) 로이터 등 주요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오만은 이날 걸프 연안국들 지지를 바탕으로 호르무즈 해협 공동 관리 체계 구축안을 이란에 전달했다. 이 제안은 해협 이용 선박이 항행 안전과 환경 보호, 수색 구조 활동을 위해 자발적으로 비용을 내는 아시아 말라카 해협 방식을 본따 만들었다. 로이터는 미국과 이란 무력 충돌로 빚어진 글로벌 물류 차질을 해소하려는 임시방편 성격이 짙다고 평가했다. 걸프협력회의 소속 외무장관들도 28일 화상 회의를 열어 선박 통행 자유와 안전 관련 협력 강화 방안을 모색했다. 다만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 측은 “새로운 항로 제안이 기구에 공식 제출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27일 홍해 하니시 섬 인근 해상에서 해군 소속 수병들이 함정 순찰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연합뉴스이란은 해협을 공동 관리하자는 오만 측 제안을 즉각 반대했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부 차관은 이날 국영 방송에서 “통행로를 양국이 똑같이 나누는 방안은 안보 우려를 해소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가리바바디는 “들어오는 항로는 전적으로 이란 통제하에 있어야 하며, 나가는 항로 일부만 오만 통제하에 남을 수 있다”는 역제안을 했다. 동시에 “그들(오만 등)이 이 제안을 수락한다면, 그때 다음 단계로 넘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란은 미국 군수물자가 해협을 통과한다는 이유를 들어 완전한 해협 통제권을 유지해야만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앞서 오만은 이란과 협의 없이 미국 지원을 받는 항로를 자체 설정해 이란 혁명수비대를 자극하기도 했다. 폴 머스그레이브 조지타운대 교수는 “오만이 주장하는 말라카 해협 모델을 통한 자발적 기여금은 연간 7000만달러 수준”이라며 “이란이 수수료로 요구한 선박당 100만달러와는 거리가 멀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오만보다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란이 해협 통제권을 갖거나 통행료를 강제하는 상황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방침이다. 로이터는 익명을 요구한 미국 고위급 당국자를 인용해 “이 해협은 국제 수로이며, 이란은 이곳을 통과하는 통행을 통제하거나 제한할 수 없다”는 미국 측 입장을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과 좋은 대화가 진행 중”이라면서도 “협상 결렬 시 공습을 재개하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이란 주요 지하 핵시설 인근인 곡괭이산을 지목하며 “우리가 합의를 이루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매우 쉽게 제거할 것”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현재 파키스탄과 카타르 등 중재국들은 이란에 10일간 휴전안을 제시하며 양국 갈등 봉합을 시도하고 있다. 반면 이란 합동군사사령부는 미국이 제안한 동결 자금 활용 보상안을 거부하며 항행 차단을 경고하는 등 강경 태세를 유지 중이다. 지역 분쟁도 확대되는 추세다. 예멘 후티 반군은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이라크발 무인기 공격도 이어졌다. 다만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전날 오만 및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과 통화하며 “지역 안정 구축과 미국 공격 행위로 촉발된 호르무즈 해협 불안정 해소를 위해 외교적 노력을 진전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