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美금리, 인상 압력 속 겨우 동결… 속 타는 트럼프

연준, 3.50~3.75% 유지… 3명 반대
6월엔 만장일치… “물가 안정 실현”
워시 의장 “인플레 목표는 오직 2%”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9일 미 워싱턴 연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9일 미 워싱턴 연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 압력 속에 겨우 동결됐다.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동결’이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시 입맛을 다셨다.

에너지 공급 충격



연준은 29일(현지시간) 이틀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기준금리 3.50~3.75%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결정은 찬성 9표, 반대 3표의 표결로 이뤄졌다. 금리 동결은 올해 1, 3, 4, 6월에 이어 5차례 연속이다. 연준의 이번 금리 동결로 한국(2.75%)과 미국의 금리 차는 상단 기준 1.00%포인트(p)가 지속됐다.

금리 인상 압박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베스 해먹(클리블랜드)과 닐 카시카리(미니애폴리스), 로리 로건(댈러스) 등 3명의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금리를 0.25%p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동결 결정에 반대했다. 이들 3명은 4월 FOMC 회의에서 정책 결정문에 ‘추가 조정’이라는 완화 편향 문구를 유지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밝혔지만 6월 FOMC 회의의 금리 동결 결정에는 반대하지 않았고 당시 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3명의 연은 총재가 정책 변화에 대해 같은 방향으로 반대한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한 연준의 평가는 그대로였다. 3명이 금리 인상을 주장했다는 내용을 빼면 이날 결정문에 담긴 경제 상황 관련 진단 문구는 6월과 비교해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6월과 마찬가지로 향후 정책 방향을 언급하는 정책 시그널 관련 문구도 없었다. 선제 안내 최소화라는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의 소신이 반영된 결과다.

물가 관련 문구도 6월과 다르지 않았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에너지를 포함한 일부 부문의 가격 상승을 초래한 공급 충격을 일부 반영하며 여전히 2% 목표치를 반영하고 있다. 위원회는 물가 안정을 실현할 것”이라고 연준은 언급했다.

AI발 강력 수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미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미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임명한 워시 의장이 금리를 내려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7일 미국 미시간주(州)러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 안에서 취재진과 만나 “30년 전처럼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금리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워시 의장은 취임 뒤 두 번의 회의에서 모두 금리를 내리기는커녕 인상을 막는 데 급급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년간 목표치를 상회하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해야 한다는 중앙은행 내부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오히려 이날 워시 의장은 연준의 물가 상승률 목표치 2%를 재확인했다. 이날 FOMC 회의 뒤 연 기자회견에서 “완화된 인플레이션 목표치는 없다”며 “오직 하나의 목표만이 존재하고 그것은 2%”라고 강조했다. 다만 연준이 마법처럼 인플레이션을 빠르게 낮출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시 의장을 두둔했다. 이날 백악관에서 금리 동결 결정에 대해 워시 의장에게 실망하고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다. 케빈은 환상적이다. 뛰어나고 똑똑한 사람”이라며 “그가 금리 인하를 원하리라는 것을 알지만 그는 정치적 이사회가 있고 그들은 금리를 높게 유지하려 한다”고 말했다.

당장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요인은 국제 유가다. 이달 들어 미국과 이란 간 무력 공방이 재개되고 중동 산유국 에너지 수송의 병목인 호르무즈해협은 물론 홍해 항로 통항까지 위협받으며 유가가 급반등했다. 하지만 금리 인상의 효과는 수요 억제다. 공급 요인은 어떻게 하기 어렵다. WSJ는 이번 연준 분열이 “지난해 관세 인상에 이은 또 다른 가격 충격과 인공지능(AI) 구축으로 인한 강력한 수요를 외면하려는 위원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 준다”고 분석했다.

시장은 9월 연준이 0.25%p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시장은 이날 금리 결정 발표 직후 연준의 9월 금리 인상 확률을 약 72%로 반영했다.

그냥 목록으로
원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