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8.95% 급락한 7월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및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종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대학생 설지원씨(24)는 주식투자를 하는 동안 가장 짜릿한 순간으로 〈시사IN〉 인터뷰 당일을 뽑았다. 보험사 주식을 샀는데 주가가 30% 오르며 상한가를 기록해 인터뷰 장소에 나오기 직전 팔았다고 했다. 주가가 계속 오를 수도 있는데 왜 팔았느냐고 묻자 ‘매수는 기술, 매도는 예술’이라는 주식시장의 ‘격언’을 말했다. “매도 버튼을 누르는 것까지가 주식투자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자축할 예정이라고 호쾌하게 웃었다.
설씨는 군대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주식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올해 3월, 대학생금융투자연합동아리에 가입했다. 면접을 보고 들어간 동아리에서는 학기마다 3개씩 종목 분석 리포트를 쓰는 등 주식을 ‘공부’하는 방법을 배웠다. 최근 투자 방식을 묻자 대학생들은 초기 자본이 적기 때문에 주로 단기 매매로 수익을 내는 편이라고 말했다. “요즘은 주식시장 변동성이 워낙 커서 SK하이닉스를 단타(초단기 매매)로 사고팔고, 금리가 올라가는 추세여서 보험주나 금융주 쪽을 같이 살펴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해외 경제 뉴스를 다루는 SNS 계정을 확인하기도 한다.
동아리 활동 외에도 주식에 관심 있는 친구들과 대화하는 채팅방이 따로 있다. 방 이름은 ‘일 왜 하노’. 민망한 표정을 지었지만, 설씨는 주식투자의 장점이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주식을 꺼렸던 부모님도 얼마 전부터 경제 방송을 챙겨 보며 투자에 합류했다. 친구들도 대부분 주식을 한다. 주식을 하면서 자산을 늘리는 재미도 있지만 사회 전반에 관심을 갖고, 여러 산업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넓어지는 점이 장점이라고 본다.”
모든 사람이 주식 하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7월 중순 현재 주춤하고 있지만, 2000대 박스권에 갇혀 있던 코스피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등하면서 이전에 없던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금융자본의 매혹에 ‘나만 뒤처진다는 두려움’인 포모(FOMO)가 사회 전반의 정서로 확산되기도 했다.
김예빈씨(41)는 1년 전부터 2000만원가량을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고 있다. 특정 종목 투자는 하지 않는다. 반도체주로 큰 이익을 낸 지인들을 볼 때면 왠지 모를 박탈감을 느낀다. “삼성이 무노조 경영을 방침으로 했던 기업이라 주식을 사지 않았는데 몇 년 전부터 삼성전자 주식을 모아온 친구들은 최근 엄청나게 수익을 봤다. 예전에는 그 친구들을 한심하게 봤는데 이제 보니 나야말로 한심한 사람이더라.” 그동안 15%가량 수익을 냈지만 더 큰 돈을 번 지인을 생각하면 속이 쓰려서 주식 앱을 자주 확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코스피 1만 시대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커피 한 잔 값도 주식 계좌에 넣으라는 말이 농담처럼 퍼졌다. 주식시장에 돈이 몰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월4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139조6948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투자자예탁금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넣어둔 현금, 즉 증시 대기 자금이다.
빚도 코스피로 흘러들었다. 지난달 5대 은행에 따르면 개인 마이너스통장 합산 잔액이 한 달 새 1조8000억원 증가했는데 한도까지 다 끌어다 쓴 경우도 45%에 달했다. 신용 매매(빚투) 수요가 은행권을 비롯해 보험·카드사 대출로도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팬데믹 기간에 처음 주식을 시작한 이아라씨(38)는 얼마 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며 받은 퇴직금 중 2000만원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샀다. 그러다 피지컬 AI 호재 소식에 금리 4.5%로 보험약관대출을, 금리 9.0%로 일반신용대출을 받아 총 1000만원을 만들어 빚투를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빚투가 ‘도박’이라고 말했다. “남편한테도 말을 안 한 대출이라 감당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정해 대출을 받았다. 모험이긴 하지만 시드머니(초기 자본금)를 키우기 위해서는 도박이 필요할 때도 있는 것 같다. 물론 친구가 나처럼 빚투를 할 거라고 하면 말릴 것 같지만, 지금까지 주식으로 손해 본 적은 없는 만큼 기회를 살려보려고 한다.”
하지만 이씨의 기대와 달리, 계속될 것 같던 축제는 6월 말부터 반도체 고점론과 중동전쟁 리스크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주춤해졌다. 코스피가 6월19일 장중 사상 최고치인 9385.59까지 오른 뒤 상황이 반전됐다. 오픈AI가 기업공개(IPO)를 내년으로 미루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는 6월25일자 〈뉴욕타임스〉 보도는 반도체주 하락에 촉매제가 되기도 했다.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의 AI 투자 여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주가도 떨어졌다. 스페이스X와 SK하이닉스 미국예탁증서(ADR) 상장 등 대규모 이벤트가 끝난 여파도 지금의 하락장에 영향을 끼친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증시 변동성을 이끄는 쏠림과 빚투
문제는 한국 증시가 외부 악재로 추세적 하락세를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롤러코스터를 탄 듯 극단적인 변동성을 보인다는 데 있다. 7월13일, 코스피가 장중 6% 넘게 급락하며 7000선 밑으로 내려앉았다. 5월6일 사상 처음으로 7000선을 돌파한 이후 2개월여 만이다. 같은 날, 올해 일곱 번째 서킷브레이커(일시매매정지)가 발동됐으며 다음날인 7월14일에는 장중 코스피가 5.26% 추락했다가 다시 2.54% 뛰어오르며 장중 등락폭이 7.8%에 달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도입된 서킷브레이커는 2000년 들어 지금까지 13차례 발동됐는데, 이 중 절반이 넘는 7차례가 올해에만 집중됐다. 이날 비슷한 외부 악재에도 일본, 타이완 등 다른 아시아 증시의 변동성(종가 기준 등락폭)은 한국의 절반 이하였다.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한국 증시는 극단적인 변동성을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시장 조정이 약세장이 시작되는 신호가 아니라, 가파른 상승장 이후 가격과 수급이 다시 균형을 찾는 재가격화 과정에 가깝다고 진단한다.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평가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국내 증시가 작은 악재에도 주가 변동이 증폭되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시그널은 간과해서는 안 될 지점이다.
최태원 SK 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등 관계자들이 7월1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위치한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열린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 기념 ‘오프닝벨’ 행사에서 타종을 하며 거래 개시를 알리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이 국내 시가총액의 60%에 이를 만큼 투자 쏠림이 심한 상황에서 5월27일, 금융 당국이 시행령까지 고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출시했다. 개인투자자 자금이 해당 상품들로 빠르게 유입돼 현재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품의 92%를 개인투자자가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다.
해당 상품이 출시되자 투자 쏠림 현상이 강화돼 시장 변동성을 덩달아 키운다는 비판이 나왔다. 6월22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품 규모가 14조원을 넘어서며 과열 양상을 보이고, 매매 회전율 역시 200%에 육박한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매매 회전율은 유통 주식 수 대비 거래량을 의미하는데, 수치가 높을수록 손바뀜(주식 소유주가 바뀌는 것)이 빠르게 일어난다는 뜻이다. 초단타 매매장 분위기가 과열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지표다.
레버리지 ETF가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원리는 무엇일까? 이 상품은 기초자산 주식 수익률의 일정 배수(통상 2배) 성과를 추구하도록 설계됐다. 수익이 큰 만큼 손실 타격도 큰 고위험 파생상품이다. 2006년 미국 자산운용사 프로셰어스(ProShares)가 세계 최초로 미국 증시에 레버리지 ETF를 내놓았을 때만 해도 이는 혁신으로 받아들여졌다. S&P 500·나스닥 지수 수익률의 배수를 추종하는 상품에 개인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레버리지는 기존과 다른 모습으로 공격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6월26일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는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코스피 3배 레버리지 ETF인 ‘KORU’에 50배 레버리지를 투자할 수 있는 선물거래 상품을 출시했다. 레버리지에 레버리지를 얹은, 즉 코스피 등락에 따라 최대 150배 레버리지를 걸 수 있는 초고위험 상품이다.
레버리지 ETF는 단기 매매에 적합한 상품으로 변동성이 강한 시장의 흐름을 잘못 탈 경우 개인투자자에게 큰 손실을 일으키는 위험 부채가 될 수 있다. 아주 단순한 산수 계산을 해보자. 주가 하락률이 10%일 때 원금을 회수하려면 똑같이 10%가 상승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11.1%가 상승해야 한다. 원금이 100일 경우 10% 하락하면 90이 남는데, 하락분 10은 90의 11.11%이기 때문이다. 같은 방식으로 최근의 상황을 짚어보면, 6월 말 일주일간 SK하이닉스 주가가 16.94% 하락했는데,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는 35.66% 떨어졌다. 원금 회복에 필요한 상승률은 55.4%가 된다. 결국 상승폭이 큰 만큼 하락폭도 큰 레버리지 ETF 상품에 투자할 경우 본주의 주가가 상승해도 오히려 손실이 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3월18일 홍익대학교에서 한국투자증권 캠퍼스 투어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제공다만 레버리지 ETF가 국내 증시 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을 유발하는 단일 요인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6월29일 발행된 자본시장연구원의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출시 전후 주식시장 동향 및 시사점’ 연구보고서에서는 레버리지 ETF 상품 출시 이후 개인투자자들이 가격 하락 때 매수하는 역추세추종 매매를 보여 변동성이 상쇄되는 양상도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레버리지 ETF 상품이 본주를 흔드는, 일명 ‘왜그 더 도그(Wag the dog)’ 현상 우려에 대해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의 앨릭스 올트먼 주식전략 글로벌 리더는 한국의 반도체주 영향력에 대해 다룬 〈블룸버그〉 팟캐스트에 출연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시장에는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수많은 참여자가 있다. 누군가는 장기투자를 위해, 누군가는 헤지(hedge·위험 회피) 목적으로, 누군가는 차익 거래를 하고, 누군가는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참여한다. 자산운용사는 전략에 따라 역추세추종을 하며 시장 변동을 완화하기도 한다. 따라서 시장에서 어떤 현상이 나타났을 때, 모든 원인을 하나의 상품에 돌리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접근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앨릭스 올트먼은 주식시장에 막대한 자금이 모인 뉴노멀 시대에 빚어질 수 있는 ‘구조적 훼손’을 우려했다. “현재 어떤 경제학자도 S&P 500이 20% 하락할 경우 주식시장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지 못한다. 계량 모델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이 경우 약 16조 달러의 자산 가치가 사라지게 되는데 이는 미국 GDP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사실상 소비위축과 경기침체를 이끄는 블랙홀이 될 것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6월22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장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다만, 금융 당국의 적절한 통제가 없는 상황에서 국내에 출시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해외 자금 유출 방지와 투자자 보호 등 도입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AI 붐에 따라 글로벌 레버리지 ETF 시장에서 한국은 중요한 국가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전 세계에서 자산 규모가 가장 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SK하이닉스를 추종한다. 대표적인 상품이 홍콩에 상장된 130억 달러 자산을 보유한 CSOP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이 이런 해외 레버리지 ETF로 유출되는 것을 막고자 한 상품의 본래 도입 효과는 미미한 반면, 투자자 위험 등 부작용을 키웠다며 “증권신고서를 수리하기 전에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하는 건 아닌지 개인적으로 반성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7월13일, 자산운용사와 만남에서 ‘과장 광고를 줄이라’는 수준의 경고에 그친 것을 두고 정부 차원의 대책이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김용기 생산과포용금융연구회 대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품 거래가 보다 건전한 시장질서 안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시장은 저절로 건전성을 확보하는 공간이 아니라 계약 이행, 공시, 투자자 보호, 위험관리 기준과 같은 제도적 장치 위에서 작동한다. 정부의 사법적·정책적 개입은 시장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거래가 신뢰 속에서 이루어지도록 시장의 기본 질서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의 문제는 주식시장에 유입되는 자금 가운데 일부가 기업의 자금조달이나 장기투자보다 단기적 자산가격 상승을 좇는 레버리지 거래로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특정 대형주 가격 변동을 증폭해 추종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의 손실위험과 시장 변동성을 동시에 키울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해 증권사별 신용공여와 미수거래 관리를 강화하고, 상품별 위험관리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마다 과속방지턱을 두자는 것이다. 거래 과열, 가격 괴리 확대, 개인투자자 쏠림이 나타날 경우 위험 경고를 강화하고 신용·미수거래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거래 자체를 금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레버리지와 초단기 신용이 결합해 개인 손실과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주식의 시대, 노동의 자리는?
기록적인 변동성은 신용 매매를 한 빚투 투자자에게 고통을 더한다. 변동성이 반대매매를 부르고, 반대매매가 변동성을 키우는 악순환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월9일 하루 동안에만 반대매매로 강제 청산된 주식 규모가 1422억원에 달했다. 이날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가 이뤄진 비중은 10.2%에 이른다.
빚투 중에는 위탁매매 미수거래라는 게 있다. 투자자가 주식 결제 대금이 부족할 때 증권사로부터 3거래일간 돈을 빌려 매매하는 걸 말한다. 기간 내 부족한 금액을 채우지 못하면 증권사가 다음 영업일에 강제 매도할 수 있다. 증권사를 통한 대출 매매의 무서운 점은 장기투자를 통한 원금 회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개인에게 경제적 손실을 안길 뿐만 아니라 반대매매에 따른 청산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 추가 하방 압력이 올라가기도 한다. 7월10일에는 816억원 규모의 주식이 시세보다 낮은 값으로 시장에 풀렸다.
이도영씨(27)는 생활자금을 위해 개설한 마이너스통장 자금으로 뒤늦게 ‘불장’에 뛰어들었다. 그는 며칠 전, 가지고 있던 삼성전자 주식 대부분을 손해를 보고 팔았다. 대학생이 된 이후 진보 정당 활동을 해온 그는 “주식투자라는 게 결국 시세차익을 노린다는 점에서 투기성이 강하고, 불로소득인 것도 내가 지향하던 세계관과 맞지 않았”기 때문에 코스피 상승장에 쉽게 뛰어들지 못했다. 나름의 ‘작은’ 타협을 한 이후 장에 합류했지만, 결국 손해만 본 채 삼성전자 1주만 가진 소액 투자자로 남게 됐다.
노동이 합당한 가치를 인정받길 원하는 이씨는 자신의 지향을 지키면서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을 여전히 고민 중이다. “차라리 주식 소득도 노동 소득처럼 정당하게 과세를 한다면 더 편안한 마음으로 주식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부가 세금도 정당하게 거두고 주식시장의 건전성을 적극적으로 개선해가면 ‘빚투’ 등으로 절박하게 시장에 뛰어드는 금융 취약계층을 보호할 방법을 도입하기도 쉬워지지 않을까.” 주식을 하는 ‘불편한 마음’은 여전히 그가 해답을 찾지 못한 숙제다.
박정임 케이프리덤자산운용 대표는 빚투의 유혹 앞에 선 개인들에게 투자의 순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매도에 대한 통제권을 본인이 가지지 못한다는 점에서 레버리지 상품의 위험성이 매우 높은데도, 우상향 시장의 환상에 빠져 나에게는 나쁜 일이 벌어지지 않을 거라는 심리 패턴이 쉽게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식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사람보다 더 부러워해야 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 사실상 원금을 안전하게 지키며 세제 혜택을 받는 개인연금, 퇴직연금을 꾸준히 쌓아온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자본가가 설비를 가지고 있어도 노동자가 없으면 생산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AI 도입으로 서서히 이 관계가 달라질 것이다. 결국 노동자와 자본가의 빈부격차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노동자가 자본가가 되는 방법도 있다. 주식을 갖는 것이다. 개인이 자본시장에 참여하는 가장 쉽고 안전한 방법이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통해 투자를 하는 것이다. 연금저축펀드처럼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도 세제 혜택 등이 안전망이 되어 준다. 대출로 투기장에 뛰어들 게 아니라 먼저 안전자산의 맷집을 키워야 한다. 주식을 지금 당장의 시세차익을 위한 도구가 아닌, 미래를 대비하는 자산 운용 방법으로 관점을 바꿔 바라봐야 한다.”
7월3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펍 슬금슬금에서 우리동네나무그늘협동조합과 주주클럽이 주최한 ‘주식(안)하는마음’ 토크쇼가 열렸다. ‘만스피’를 향해가는 주식시장을 보며 외로움과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이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주주클럽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