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7일(이하 현지 시간) 미 중부사령부 작전 구역에 도착한 강습상륙함 ‘트리폴리(Tripoli)’에 탑승한 미군 병력. 미 중부사령부 제공 |
이란 지도부 체포 방법은 지상전뿐동양의 손자도, 서양의 클라우제비츠도 전쟁 승리를 적의 의지를 파괴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이란은 이미 미국의 의지, 즉 트럼프 대통령을 제거하겠다고 달려들고 있다. 최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장례식 때 이란 전역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죽이겠다는 구호가 넘쳐났다. 이란 종교 지도자들은 전 세계 무슬림에게 트럼프를 살해하라는 종교 칙령을 선포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7월 초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때 이란 암살 위협을 우려해 전용기를 바꿔 타기도 했다.
미국도 이란 지도부를 제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문제는 공습만으로 이를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가끔 문서 형태의 메시지만 낼 뿐 어디에 있는지, 심지어 살아 있는지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란 군부 지도부는 폭격으로는 파괴할 수 없는 지하 깊은 곳에 은거지를 만들어 옮겨 다니고 있으며, 가끔 지상으로 올라올 때는 인근 민간인들을 방패 삼아 이동하기 때문에 공격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미국이 이란 지도부를 체포 또는 사살하려면 지상군을 직접 보내는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지상전은 이란 내에서 미국을 돕는 조직된 반란군이 호응해주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미국에서는 지상전이 계속 논의되고 있고 실제 이란 주변에 상당한 규모의 지상군을 파견해둔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지상 작전이 필요하면 우리 대신 지상전을 수행할 사람들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지상전 가능성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경고가 나온다. 7월 8일(이하 현지 시간) 재개된 이란에 대한 미국의 공습이 이전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미국은 휴전 전에는 공격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교통 인프라와 지상군 시설까지 파괴하고 있다.
7월 12일 미군이 발사한 ‘코르세어(Corsair)’ 무인 수상정 3척이 이란 반다르아바스 해군기지에 명중해 폭발이 일어난 모습을 미 중부사령부가 공개했다. 뉴시스 |
A 지역에서는 이미 충돌이 시작됐다. 이라크·튀르키예와 국경을 공유하는 이곳에는 900만 명에 달하는 쿠르드족이 살고 있다. 인접한 이라크에도 1200만~1400만 명이 거주한다. 세계 최대 소수민족으로 불리는 쿠르드족은 그 수가 40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지만, 이란·이라크·튀르키예·시리아 등에 흩어져 독립 국가를 세우지 못하고 있다. 이라크 쿠르디스탄(쿠르드족이 사는 지역)의 쿠르드족은 자치 정부 대통령과 의회까지 갖추고 있다. 석유산업과 농업이 발달해 이라크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이기도 하다. 현재 이라크 아르빌에 거점을 둔 쿠르드족 무장 정당 ‘코말라(Komala)’, 쿠르디스탄 자유군(PAK), 이란 쿠르디스탄 민주당(KDPI)이 이란 국경을 넘나들며 이란 혁명수비대와 싸우고 있다. 쿠르드 민병대도 이란 서부 여러 지역에서 게릴라전을 벌이고 있다. 이란은 이라크 쿠르디스탄 지역에 탄도미사일과 장거리 자폭 드론 공격을 확대하는 상황이다.
쿠르드족이 원하는 것은 독립 국가 건설이다. 오래 지속된 이라크 내 혼란 속에서 ‘전투형 민족’이 된 쿠르드족은 군세가 매우 크다. 따라서 미국이 이란 서부 지역에 독립 국가 건설을 약속하고 쿠르드족에 자금과 물자를 제공하면 이란에 대단히 위협적인 세력이 될 수 있다. 쿠르드족 역시 미국의 의도와 자신들의 전략적 가치를 잘 알고 있어 미국의 지원 확대 및 독립 국가 건설 확약 등 요구 조건들을 정리하며 계산기를 두드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튀르키예가 쿠르드족 세력 강화와 독립국 건설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담을 계기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을 칭송하며 나토 내 입지를 넓혀줬는데, 미국-이란 전쟁에 쿠르드족을 동원하고자 튀르키예의 양해를 얻으려는 의도였을 가능성이 크다.
쿠르드족은 이란 내륙으로 진격해 들어갈 필요가 없다. 주민의 절대다수가 이미 쿠르드족인 이란 서부 지역과 협력해 그곳에 있는 이란군을 격퇴하고 증원되는 이란군을 붙잡아두기만 하면 된다. 높고 험준한 자그로스산맥이 남북으로 길게 뻗은 이란 서부 지역은 각 거점을 잇는 도로와 철도가 제한적이라 미국의 공중 화력이 지원된다면 쿠르드족이 이란의 외부 증원군의 길목을 차단하고 점령지를 넓혀가기에 유리하다.
7월 13일 이란 반다르아바스 인근 호르무즈해협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어린이들 뒤로 폭발로 인한 거대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뉴시스 |
C 지역은 이란 원유 수출 물량의 90% 이상이 집중된 전략적 거점이다. 이란이 본토 전역으로 이어지는 원유 파이프라인을 집중적으로 설치한 카르그섬이 이 지역에 있다. 이란 해안은 대부분 수심이 매우 얕고 진흙이 많아 초대형 유조선 전압이 불가하다. 이에 반해 카르그섬은 주변 수심이 깊어 대형 선박 운용에 최적화돼 있다.
호르무즈해협과 접한 D 지역도 미국이 이란 고사(枯死) 전략을 수행하기 위해 점령해야 하는 곳이다. 이란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의 90%를 처리하는 이란 최대 무역항 반다르아바스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을 틀어막으면 이란 경제는 삽시간에 무너진다. 군사적 측면에서 이곳을 봉쇄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란 서부에는 험준한 자그로스산맥이 남북으로 뻗어 있고, 반다르아바스 배후부터 동쪽 파키스탄 국경까지는 바샤가르드산맥이 자리한다. 이들 산맥을 뚫고 반다르아바스까지 연결된 도로와 철도는 몇 개 안 된다. 7월 16일과 17일 미국은 이 길들을 연결하는 핵심 교량 5개를 공습으로 끊어버렸다. D 지역에는 미국의 상륙작전을 막아낼 정규군 기갑·기계화 부대가 없다. 이곳을 관할하는 동남지역본부 산하 지상군이 모두 남부 해안지대와 파키스탄 국경 지역을 방어하는 형태로 배치돼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미국이 반다르아바스에 상륙하면 이란으로서는 막아낼 방법이 없다.
E 지역에서도 최근 지상군에 대한 공습이 보고됐다. 7월 15일 새벽 밤푸르에 있는 제388기계화돌격여단 주둔지에 최소 13발의 미사일과 유도폭탄이 떨어졌다. 미사일은 주둔지 막사에 떨어졌는데, 전사자가 7명에 불과하다는 이란 공식 발표와 달리 인근 주민들은 대량의 전사자와 중상자가 발생해 당국이 지역 주민들에게 병원에 나와 헌혈을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병원 앞에서 촬영한 영상과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하기도 했다.
이곳에도 독립을 꾀하는 소수민족 발루치족이 있다. 이란 영토에 약 150만 명, 파키스탄 서부에 약 800만 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거주 지역은 천연자원이 풍부하지만 이란과 파키스탄 정부에 의해 자원 개발 사업에서 철저히 배제돼 매우 곤궁하게 살아가는 처지다. 이 때문에 발루치족은 이란·파키스탄·중국에 극심한 적개심을 품고 있으며, 발루치스탄 해방 전선을 결성해 국경 전역에서 투쟁하고 있다. 미국이 이들과 접촉하면 이란은 동부 국경에도 군대를 보낼 수밖에 없다.
美 중간선거 전 지상군 투입은 자충수사실 미국 중간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현시점에 미국이 지상군을 직접 이란에 보내는 자충수를 둘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고 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미국 대신 싸워줄 대리 세력이 있고, 그들에게 이란 정권과 싸울 동기와 유인책이 충분하다면 미국이 그 대리 세력을 이용해 지상전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그 지상전이 즉각적인 이란 정권교체로 이어지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이란의 손에서 젖줄인 카르그섬과 반다르아바스를 빼앗고 동쪽과 서쪽에서 지상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으로 이란을 내몬다면 테헤란의 강경파도 더는 결사 항전을 외치기 어려워질 테다. 관건은 시간이다. 미국은 이란 고사 전략과 지상전 압박을 통해 11월 중간선거 전에 이란 강경파가 스스로 백기를 들거나 내부 분열로 실각하는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과연 남은 시간은 누구 손을 들어줄까.
3월 27일(이하 현지 시간) 미 중부사령부 작전 구역에 도착한 강습상륙함 ‘트리폴리(Tripoli)’에 탑승한 미군 병력. 미 중부사령부 제공
7월 12일 미군이 발사한 ‘코르세어(Corsair)’ 무인 수상정 3척이 이란 반다르아바스 해군기지에 명중해 폭발이 일어난 모습을 미 중부사령부가 공개했다. 뉴시스
7월 13일 이란 반다르아바스 인근 호르무즈해협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어린이들 뒤로 폭발로 인한 거대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