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차 1%포인트 유지돼
"시장 불안심리 높아져...리스크 점검해"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 이억원 금융위원장, 구 부총리,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재정경제부 제공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향후 금리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기준금리를 2회 연속 인상할지를 두고 한국은행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의 인상 시점이 불투명해진 상황 속에 한은은 물가와 한미 금리 차, 금융시장 불안을 동시에 살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미 연준은 28~29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3.75%로 동결했다. 다섯 차례 연속 동결이다. 이로써 한국(연 2.75%)과의 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 1.0%포인트로 유지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9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했다. 뉴시스이번 회의에서 베스 해맥·닐 카시카리·로리 로건 등 연준 위원 3명이 0.25%포인트 인상 의견을 내며 동결에 반대한 점이 주목된다. 전월 회의에서 금리 동결에 이견이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연준 내부의 인상 목소리가 커진 셈이다.
다만 시장은 이를 매파적(금리인상 선호) 신호보다는 완화적 동결에 가깝게 해석했다. 정책결정문에 실질적인 변화가 없었던 데다 캐빈 워시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 수단이나 향후 금리 경로를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워시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물가상승률 2% 목표를 재차 강조하면서도 '금리 인상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를 두고 지난달 물가 상승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던 것과 비교하면 긴축 의지가 다소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결정을 "예상보다 완화적"이라고 평가했다. 씨티은행 역시 연준이 물가 안정 의지를 강조하면서도 금리 인상이 유일한 해법은 아니라고 강조한 점을 들며 "톤을 낮췄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금리 경로가 모호해지면서 한은의 8월 연속 인상 셈법은 한층 더 복잡해졌다. 연준의 인상 시점이 늦춰질 경우 최근 주식시장 불안과 가계부채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릴 필요성은 낮아진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의 충돌 재개로 국제유가와 물가의 상방 압력이 커진 점은 한은의 부담이다.
신현송 한은 총재가 국내총생산(GDP)보다 국내총소득(GDI)을 강조하며 반도체 호황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이 실질 구매력과 내수·세수 회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한 점은 8월 인상론을 뒷받침한다. 국내 시장에 많은 유동성이 풀려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고 본 것이기 때문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9월 FOMC까지 미국 통화정책이 시간을 벌어둔 상황에서 한국 역시 8월 연속 금리 인상 부담은 일부 완화됐다"며 "핵심은 7월 물가 결과와 유가 안정 여부에 달렸지만 최근 높아진 금융시장 불안도 정책 당국이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도 이날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최근 국내 금융시장에서 인공지능(AI) 투자 둔화 우려 등으로 시장 불안 심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미 연준 통화정책과 중동사태 관련 불확실성도 확대됐다"며 "대내외 리스크 요인의 전개 양상과 국내 금융·경제 영향을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점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