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5일 기준 황제주 리스트.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된 이미지. 툴 제공=챗gpt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전 거래일보다 15만원(14.58%) 내린 87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네이버페이증권 캡처상승장 한복판에서 주가 100만원을 돌파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던 ‘황제주’들이 급락장을 견디지 못하고 잇달아 왕좌에서 내려오고 있다. 전날까지 5개가 남아 있었지만 삼성전기가 30일 하루에만 14% 넘게 추락하면서 황제주는 다시 4개로 줄었다. 불과 두 달 전 12개 종목이 이름을 올리며 액면분할 필요성까지 거론됐던 것과는 정반대의 풍경이다.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전 거래일보다 15만원(14.58%) 내린 87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종가 102만5000원으로 가까스로 100만원선을 지켰지만 하루 만에 황제주 명단에서 빠졌다.
이에 따라 이날 종가 기준 주가가 100만원을 넘는 종목은 효성중공업(189만4000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152만7000원), SK하이닉스(132만2000원), 삼양식품(124만3000원)으로 4개만 남게 됐다. 올해 증시 상승 과정에서 새롭게 황제주에 오른 종목 가운데 현재까지 자리를 지킨 곳도 SK하이닉스 한 곳뿐이다.
4개에서 12개로 늘었다가 두 달 만에 원점
올해 초 황제주는 효성중공업과 삼성바이오로직스, 고려아연, 삼양식품 등 4개였다. 이후 인공지능(AI) 반도체와 전력기기, 방산주가 증시 상승을 주도하면서 고가주가 빠르게 늘어났다.
코스피가 8047.51까지 올랐던 지난 5월 26일에는 SK하이닉스와 두산, 삼성전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SK스퀘어, HD현대일렉트릭, LG이노텍, 태광산업 등 8개 종목이 새로 100만원선을 넘어섰다. 당시 황제주는 총 12개까지 불어났다.
하지만 이후 증시가 급격한 조정에 들어가면서 두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SK스퀘어, HD현대일렉트릭, LG이노텍, 태광산업이 차례로 100만원 아래로 내려왔다. 연초부터 황제주였던 고려아연도 명단에서 제외됐고, 마지막까지 버티던 삼성전기마저 이날 이탈했다.
코스피는 연초 4309.63에서 5월 26일까지 86.7% 뛰었지만 이후 상승분을 빠르게 반납했다. 29일에는 하루 만에 360.42포인트(5.98%) 떨어진 5663.24로 마감한 데 이어 이날도 69.68포인트(1.23%) 내린 5593.56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5976.82까지 반등했으나 상승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코스닥 역시 이날 17.90포인트(2.70%) 하락한 644.78로 장을 마쳤다. 개인투자자가 1조4290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조3402억원, 66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한때 액면분할 거론됐지만…접근성 논의도 수면 아래로
효성중공업은 지난 5월 7일 52주 최고가인 474만2000원을 찍고, 이날 183만4000원에 마감했다. 네이버페이증권 캡처황제주 증가는 통상 강세장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진다. 기업의 실적과 성장 기대가 주가에 반영됐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주당 가격이 100만원을 넘어서면 소액 투자자에게는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지난 5월 황제주가 12개까지 늘자 시장에서는 고가주 기업의 액면분할 가능성도 거론됐다. 액면분할은 기업가치를 바꾸지 않은 채 발행 주식 수를 늘려 주당 가격을 낮추는 방식이다. 개인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주주 친화 정책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2018년 50대 1 액면분할을 통해 200만원대였던 주가를 5만원대 수준으로 낮췄다. 이후 개인투자자 유입이 크게 늘면서 ‘국민주’로 자리 잡았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과거 액면분할을 통해 고가주 부담을 낮춘 바 있다.
다만 황제주가 빠르게 사라지면서 액면분할 논의도 한풀 꺾일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 최고가주인 효성중공업은 액면분할 같은 기술적 조치보다 수주 확대와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에 집중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지난 5월 7일 52주 최고가인 474만2000원을 찍고, 이날 183만4000원에 마감했다.
호실적도 못 막은 급락…레버리지 후폭풍 지목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의 실적이 버티고 있지만 시장 전체의 투자심리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삼성전자가 2분기 호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코스피가 반등에 실패하면서 기업 실적보다 수급 불안과 급등 피로감이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간밤 미국 증시가 일제히 하락한 점도 부담을 더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2.2%,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5%, 나스닥지수는 1.7% 내렸다. 반도체주인 마이크론은 10.1% 급락했다.
시장에서는 지난 5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된 뒤 특정 대형주로 자금이 몰린 것이 변동성을 키운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해당 상품은 기초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해 상승할 때 수익이 커지는 대신 하락 시 손실도 배로 확대된다.
운용사가 목표 배율을 유지하기 위해 장 마감 전후로 매일 리밸런싱 거래를 하는 과정도 주가의 상승과 하락을 증폭시킬 수 있다. 황제주로 새롭게 편입됐던 대형주들이 조정장에서 유독 큰 낙폭을 기록한 배경에도 이 같은 수급 구조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이달 코스피의 하락률은 33%에 달한다. 통상 월간 20% 이상의 급락은 금융위기나 외환위기처럼 대형 악재가 발생했을 때 나타난다는 점에서 이번 조정의 폭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황제주가 다시 늘어날지는 증시 반등 여부에 달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과 9월 연준의 통화정책, 반도체주의 주가 회복 여부가 주요 변수로 꼽힌다. 불과 두 달 만에 12개에서 4개로 쪼그라든 황제주 숫자가 최근 증시의 급격한 온도 변화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