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부터 로봇까지 수직계열화 ‘착착’
현대자동차를 둘러싼 사업 환경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본업인 자동차 부문에서는 전동화와 맞물려 테슬라·중국 업체 공세가 거세다. 안방인 국내 전기차 시장 판매량도 테슬라가 현대차를 앞선다. 미국발 관세와 노조 리스크는 본업 마진을 갉아먹는다. 자율주행과 피지컬 인공지능(AI) 등 갈 길 바쁜 현대차 입장에선 속이 탄다. 수직계열화를 일군 본업 역량에 물음표를 다는 시각은 거의 없지만, 자율주행과 로보틱스에서는 아직 뚜렷한 수익 모델을 보여주지 못했다. 현대차의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협을 SWOT으로 짚어봤다.
Strength 강점공장이 곧 ‘데이터 실험실’
현대차는 완성차 사업을 바탕으로 미국·유럽·인도 등 세계 각지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신사업인 휴머노이드 등 로보틱스 기술력을 높이고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최대 강점이다. 전문가들도 “글로벌 시장에서 100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완성차 기업 가운데 휴머노이드 로봇을 자체 개발하고 공장 투입과 양산 계획까지 구체화할 수 있는 곳은 현대차와 테슬라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로보틱스 기술 개발과 상용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학습이다. 로봇이 부품을 집고 나르고 조립하는 방법을 익히려면 공장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행동 데이터가 필요하다. 현대차는 단계적으로 학습을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현장 투입 전 학습은 오는 8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에 들어서는 휴머노이드 로봇 학습시설 ‘로봇 메타플랜트 응용센터(RMAC)’에서 이뤄진다.
현대차는 RMAC에서 시뮬레이션과 실제 작업을 결합해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훈련하고 2028년부터 HMGMA 생산 현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RMAC에서는 가상환경에서 수많은 작업 상황을 반복 학습한 뒤 이를 실제 공장 환경에서 검증하는 작업이 이뤄질 전망이다. 투입 과정에서 확인된 오류와 작업 데이터를 다시 학습에 반영하면 로봇 정확도와 작업 범위를 지속적으로 높일 수 있다.
이런 구조는 로보틱스 분야에서 ‘데이터 플라이휠(Data Flywheel)’ 구축 기반이 된다. 데이터 플라이휠은 현장에서 생성된 데이터가 AI 모델을 고도화하고 개선된 모델이 다시 더 많은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선순환 구조다. 현대차 공장에 적용하면 ‘로봇 투입 → 행동 데이터 축적 → 성능 개선 → 재투입’이 반복되는 방식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차는 자동차 대량생산 과정에서 축적한 제조 역량과 제조공정을 데이터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며 “자체 공장에 아틀라스를 2만5000대 이상 배치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그룹 내 계열사를 통해 로봇 부품 생산부터 공장 운영까지 연결할 수 있다는 점도 차별화 요소다. 현대모비스는 아틀라스 관절을 움직이는 액추에이터 등 핵심 부품을 공급한다. 현대위아는 자율주행 물류 로봇(AMR)과 협동 로봇을 연계한 공장 자동화를 맡는다. 현대글로비스는 물류·배송을, 현대오토에버는 로봇 운영 시스템 통합을 담당한다.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 로보택시가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내를 주행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Weakness 약점본업 ‘흔들’ SDV도 ‘삐끗’
현대차의 가장 큰 약점은 본업 체력 저하와 미래 사업 성과 지연이다. 자동차 사업 수익성이 낮아지는 반면, 자율주행과 로보틱스는 아직 투자 규모에 걸맞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 본업인 차량 부문 매출은 2024년 136조7250억원에서 2025년 145조6320억원으로 6.5% 늘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11조4114억원에서 8조4709억원으로 25.7% 줄었다. 영업이익률도 8.3%에서 5.8%로 2.5%포인트 떨어졌다.
올해는 상황이 더 안 좋다. 매출까지 줄었다. 올 2분기 차량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6조8320억원, 1조99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11.5% 감소했다.
문제는 본업 부담을 덜어줄 미래 사업도 아직 성과를 못 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을 향한 우려가 크다. 홍세진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테슬라와 샤오펑의 엔드투엔드(E2E) 자율주행 상용화 시점(2024년)과 비교했을 때 현대차의 자율주행 타임라인은 약 3~4년 시차가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선두권과 격차가 벌어진 배경에는 반복된 전략 수정이 있다. 당초 현대차는 라이다와 정밀지도를 활용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그러다 2022년 포티투닷 인수를 기점으로 무게중심을 카메라 기반 E2E 방식으로 옮겼다. 사람이 설계한 여러 모듈을 연결하는 대신 하나의 AI 모델이 카메라 영상과 주행 데이터를 학습해 차량을 제어하는 방식이다. 현대차는 포티투닷을 중심으로 E2E 기술과 SDV 플랫폼을 자체 개발해 일반 양산차에 적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최근 또 변화를 맞았다. 박민우 현대차그룹 첨단차량플랫폼(AVP)본부장·포티투닷 대표 선임 이후 현대차는 빅테크 플랫폼을 활용하면서 자체 AI 모델 개발도 병행하는 형태로 전략을 조정했다. 완전한 독자 개발에서 외부 협업 체계로 틀을 바꿨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엔비디아와 자율주행 분야 협력 확대를 공식화했다. 엔비디아 자율주행 플랫폼 ‘드라이브 하이페리온’을 기반으로 레벨2 운전자 보조부터 레벨4 자율주행까지 확장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하는 내용이다. ‘알파마요’ 채택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페리온이 자율주행차 개발·구동을 위한 아키텍처라면 알파마요는 그 안에서 도로 상황을 이해하고 주행을 판단하는 AI 모델이다.
이상수 iM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 알파마요를 통해 자율주행 개발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완성도 높은 외부 플랫폼을 양산 차량에 적용하고 여기서 수집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독자 자율주행 시스템을 고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업계 시각은 갈린다. 협업 확대는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외부 의존도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따른다.
대표적인 게 기술 종속 리스크다. 자율주행 플랫폼은 차량용 반도체와 센서 구성부터 데이터 형식, AI 학습 방식, 시뮬레이션 환경까지 맞물린다. 개발 초기부터 엔비디아 플랫폼을 기준으로 시스템을 설계하면 현대차가 축적하는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도 해당 생태계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후다. 플랫폼을 바꾸려면 기존 생태계를 모두 손봐야 한다. 엔비디아가 칩이나 플랫폼 가격을 올리거나 기술 정책을 바꿔도 다른 선택지로 옮기기 어려워질 수 있다.
또 다른 미래 사업 축인 로보틱스도 아직 성과가 아쉽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1년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인수하며 로봇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물류 로봇 ‘스트레치’와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판매하고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개발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연간 수천억원대 적자만 계속되는 상태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지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1969억원 → 2550억원 → 3348억원 → 4405억원 → 528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최근에는 핵심 경영진과 기술 인력까지 줄줄이 회사를 떠났다. 30여년간 회사를 이끈 로버트 플레이터 전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최고전략책임자(CSO) 등이 회사를 등졌다. 아틀라스 상용화에 참여한 일부 기술 인력도 구글 딥마인드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를 연구 중심 조직이 양산과 수익성을 중시하는 체제로 바뀌는 과정에서 나타난 진통으로 본다. 국내 로봇 스타트업 관계자는 “로봇은 하드웨어 설계와 제어 소프트웨어, AI 학습 노하우가 개발 인력에 집중되는 인재 의존 산업”이라며 “핵심 연구진 이탈은 개발 일정 등에도 직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Opportunity 기회고령화·구인난에 로봇 수요↑
희망적인 대목은 로봇 산업을 둘러싼 외부 환경이다. 국제로봇연맹(IFR)은 지난 6월 공개한 자료에서 인구 구조 변화로 발생하는 노동력 공백을 메울 수단으로 로봇을 꼽았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 규모는 2035년 380억달러(약 56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산업안전 수요 역시 시장을 키우는 촉매제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지난 4월 공개한 자료에선 “로봇이 ‘3D 작업’을 대신하고 생산라인의 반복 업무를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급망 재편도 자동화를 가속한다. 미국·유럽 등 일부 해외 기업은 코로나19와 지정학 갈등을 겪으며 생산시설을 자국이나 가까운 지역으로 옮기는 리쇼어링·니어쇼어링을 추진한다. 이로 인해 높은 임금과 숙련 인력 부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IFR은 “리쇼어링과 노동력 부족이 올해 북미 자동화 투자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자율주행 시장 개화도 기회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CMI에 따르면 세계 자율주행 시장은 올해 2864억달러(약 423조원)에서 2033년 3조346억달러(약 4476조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현대차도 연내 SDV 페이스카 공개와 함께 시범 가동에 돌입한다. 또,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은 지난 3월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 일부 지역에서 우버 플랫폼을 통해 아이오닉5를 이용한 로보택시 시범 서비스를 개시했다. 올해 말엔 레벨4 자율주행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레벨4는 정해진 운행 구역과 조건 안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차량이 주행을 수행하는 단계다.
임은영 애널리스트는 “피지컬 AI 기술은 디지털과 현실 세계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현실 세계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주행·행동 데이터는 특정 환경과 상황을 반영해 형성돼 칩과 센서를 탑재한 대량 디바이스와 사업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자체 공장을 보유한 현대차는 미국 빅테크의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차지부)이 7월 20일 올해 임금협상 난항으로 4시간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사진은 현대차 노조가 임금협상 투쟁 출정식을 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Threats 위협관세·중국차·테슬라 삼중고
다만, 현대차를 둘러싼 외부 위협이 만만치 않다.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의 15% 자동차 관세다. 현대차는 북미 의존도가 높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전체 매출 45조9388억원 가운데 북미 매출은 21조2774억원으로 46.3%를 차지했다. 미국의 통상 정책 변화가 전사 실적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현대차는 올 1분기에만 8600억원의 관세 비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판매량도 감소 중이다. 현대차의 올 상반기 글로벌 판매량은 196만626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줄었다. 국내 판매는 31만6713대로 전년 대비 10.8% 쪼그라들었고 해외 판매 역시 164만9554대로 3.7% 감소했다.
국내에서는 전기차 시장점유율 하락이 눈에 띈다. 현대차는 지난 2024년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판매량 4만4986대, 점유율 30.7%로 1위였다. 하지만, 지난해 테슬라에 판매량이 역전됐다. 테슬라의 2025년 연간 판매량은 5만9893대로 현대차(5만5461대)를 4432대 앞섰다. 올 들어 격차가 더 벌어졌다. 상반기 기준 테슬라 판매량은 5만6139대로 현대차(3만9575대)와 1만6000여대 차이다.
국내 자동차 수요가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옮겨가는 흐름에서 현대차가 주도권을 내줬다는 점이 뼈아프다. 산업통상부 자동차 산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 국내 자동차 판매량은 15만9725대다. 이 가운데 전기차는 3만9031대로 24.4%를 차지했다. 전년 동월보다 92.1% 늘었다.
해외 시장에서는 중국차 공세가 매섭다. 유럽 전기차 시장의 성장 중심이 중소·보급형 모델로 옮겨가면서 현대차 약점이 노출됐다는 평가다. 흥국증권에 따르면, 지난 5월 유럽 순수전기차(BEV) 등록 대수는 26만8000대로 전년 동월 대비 38.8% 늘었다. 반면, 이 기간 현대차의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7004대로 사실상 제자리걸음했다. 같은 기간 중국 BYD와 체리차 판매량은 각각 3만2380대, 2만7412대로 1년 전보다 136.6%, 244.1% 급증했다. 마건우 흥국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는 5만유로 이상의 가격대로 형성돼 있어 유럽 전기차 성장의 중심축인 엔트리급 수요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짚었다.
현대차는 하반기 보급형 전기차 아이오닉3로 맞대응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경쟁 환경은 녹록지 않다. 중국차의 유럽 시장 공략이 예상보다 더 공격적이다. 최근에는 현지 공장 확보에도 힘쓰고 있다. BYD는 올 4분기 헝가리 공장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BYD는 헝가리 공장을 단계적으로 증설해 연간 20만대 규모 전기차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BYD는 또 다른 유럽 공장 건설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생산이 본격화하면 중국 업체는 관세 부담을 낮추고 가격 경쟁력을 더 높일 수 있다.
내부 변수도 갈 길 바쁜 현대차 발목을 잡는다. 현대차 경영 ‘상수’로 자리 잡은 노조 파업 리스크다. 현대차 노조는 임금 협상이 결렬되자 지난 7월 13일부터 15일까지 주·야간조별로 2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였다. 생산라인 가동이 총 12시간 멈추면서 약 5000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을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파업 강도는 더 높아지는 흐름이다. 노조는 7월 20일부터 22일까지 부분파업 시간을 조별 4시간으로 늘렸다. 주·야간조를 합치면 하루 8시간씩 생산라인이 멈췄다. 업계는 현대차의 시간당 생산 차질액을 약 187억원으로 추산한다. 이를 단순 적용하면 하루에만 1500억원에 가까운 매출 손실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 노조가 임금과 복지뿐 아니라 아틀라스 도입에 따른 고용 불안을 쟁점으로 제기한 점도 산업계는 예사롭지 않게 바라본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대차 노동자들이 로봇에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 속에 파업 찬반투표에 나섰다”고 진단했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이채원 기자 lee.chaew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70호(2026.07.29~08.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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