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튜브에서는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이른바 ‘술방’ 콘텐츠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유명 연예인뿐 아니라 일반인 크리에이터들도 퇴근 후 술 한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이는 술 한잔으로 하루를 끝내는 문화가 우리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적은 양이라도 매일 술을 마시는 습관은 조기 발견이 어렵고 치명률이 높은 췌장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루 미국 기준 표준잔 약 2잔에 가까운 술을 마시면 췌장암 위험이 10~30%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표준잔 2잔은 순수 알코올 약 24g으로 알코올 도수 4.5% 맥주 약 680㎖, 도수 16.5% 소주 약 180㎖에 해당한다. 맥주 500㎖ 캔으로는 1캔을 조금 넘고, 소주로는 360㎖ 한 병의 절반가량이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국제 알코올·약물 연구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Alcohol and Drug Research)’에 게재됐다.
캐나다 빅토리아대학교 산하 캐나다 물질사용연구소(Canadian Institute for Substance Use Research)연구진은 23편의 논문에서 수행된 37개의 코호트 연구를 통합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2070만 명 이상, 췌장암 발생 또는 사망 사례는 6만5000건 이상이었다.
분석 결과는 매우 일관됐다. 술을 많이 마실수록 췌장암 위험도 함께 높아졌다. 특히 하루 순수 알코올 24g 이상부터 위험 증가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반대로 어떤 수준의 음주에서도 췌장암을 예방하는 효과는 발견되지 않았다.
과거 일부 연구에서는 “적당한 음주는 췌장 건강에 문제가 없다”거나 오히려 보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오랫동안 음주 연구에서 반복돼 온 연구 설계상의 오류 때문에 나타난 착시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과거 일부 연구에서는 술을 조금 마시는 사람이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일부 질환 위험이 더 낮게 나타나는 ‘J자형 곡선’을 보였다. 이는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적당히 마시는 사람의 위험이 더 낮게 나타나고, 이후 음주량이 늘수록 다시 위험이 높아지는 형태다.
과거 일부 췌장암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보고돼 “적당한 음주는 오히려 보호 효과가 있다”는 해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이러한 결과가 통계적 착시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착시가 나타난 가장 큰 이유로 과거 음주자를 평생 금주자와 같은 ‘비음주자’ 집단으로 묶어 분석한 점을 꼽았다. 과거 음주자 가운데는 건강 문제 때문에 술을 끊은 사람이 적지 않다. 이들을 평생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과 같은 집단으로 분류하면 현재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실제보다 더 건강해 보이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연구진은 평생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과 과거 음주자를 명확하게 구분한 연구만 따로 분석했다. 그 결과 적은 양의 술이나 중간 수준의 음주에서 나타났던 보호 효과가 완전히 사라졌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을 하루 순수 알코올 섭취량에 따라 4g 이하부터 64g 이상까지 여러 그룹으로 나눠 분석했다.
그 결과 술을 많이 마실수록 췌장암 위험도 함께 증가하는 ‘용량-반응 관계’가 뚜렷하게 확인됐다.
하루 순수 알코올 섭취량이 10g 증가할 때마다 췌장암 위험은 약 2.4%씩 높아졌다.
순수 알코올 10g은 도수 4.5% 맥주 약 280㎖ 또는 도수 16.5% 소주 약 75~80㎖에 해당한다. 맥주 500㎖ 캔으로는 절반 정도, 소주로는 소주잔 1잔 반 정도의 양이다.
연구진은 하루 순수 알코올 24g부터 위험 증가가 뚜렷해졌다고 밝혔다. 매일 24~44g을 마시는 사람은 분석 방법에 따라 췌장암 위험이 약 8~21% 높게 나타났다. 가장 많은 양을 마시는 집단에서는 평생 금주자보다 위험이14~28% 높았다.
연구진은 술이 췌장에 영향을 미치는 생물학적 기전도 이미 상당 부분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우선 술은 췌장염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다. 췌장염은 그 자체로 췌장암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우리 몸이 알코올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부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는 대표적인 발암 물질이다.
이 밖에도 알코올은 다양한 화학적 경로를 통해 췌장을 손상시키고 면역 기능을 약화시켜 암 발생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이번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적당한 음주는 췌장암을 예방한다’는 기존 인식은 연구 설계상의 오류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며, 해당 오류를 바로잡아 분석하면 음주량이 늘어날수록 췌장암 위험도 함께 증가하는 경향이 일관되게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관련 논문 주소: https://ijadr.org/index.php/ijadr/article/view/6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