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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반도체 중심 장세는 언제 바뀌나…교대의 조건 [마켓프리즘]

요약
  • 한국 증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수를 주도하는 구조로, 기존 주도주의 이익 증가율 둔화 시점에 다음 테마로 자금이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
  • 현재 반도체 가격 상승률은 둔화되고 있으나 이를 대체할 대형 테마가 부재해 시장 이탈 가능성이 제기된다.
  • 향후 D램 계약가격 변화와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 계획을 주요 지표로 확인해야 한다.
이익 감소가 아니라 증가율 둔화가 신호…첫 조건은 이미 나타나

받아줄 다음 테마가 없다…지수가 곧 두 종목인 시장
◆…(사진=GPT5.6 제작) ◆…(사진=GPT5.6 제작)

코스피가 31일 급반등했다. 며칠간 이어진 폭락을 딛고 17.91% 상승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26.81%, 29.95% 상승한 결과다. 두 종목이 내리면 지수가 내리고 반등하면 지수 역시 반등하고 있다. 이러한 등락은 이번 달 내내 반복된 장면이기도 하다.

교대는 이익이 줄 때가 아니라 증가율이 꺾일 때 시작됐다

한국 증시의 주도 테마는 지난 20년간 조선, 바이오, 이차전지, 방산 등을 거쳐 반도체로 옮겨왔다. 교대가 일어난 시점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기존 주도주의 이익이 늘어나는 속도가 꺾이기 시작했을 때 자금이 다음 테마를 찾아 움직였다.

앞선 편에서 확인한 2018년 반도체 사이클이 그랬다. 삼성전자 주가는 2017년 11월에 정점을 찍었지만 실적 고점은 그로부터 11개월 뒤인 2018년 3분기였다. 이익은 계속 늘고 있었으나 증가속도가 꺾이자 주가는 먼저 돌아섰다.

첫 번째 조건은 이미 나타났다

그 기준으로 보면 신호는 이미 나와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범용 D램 분기 계약가격은 올해 1분기에 전 분기 대비 90~95% 올랐고 2분기에는 58~63% 상승했다. 3분기 전망치는 13~18%다. 가격 자체는 사상 최고를 경신하고 있지만, 오르는 속도는 두 분기 만에 6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실적에서도 같은 조짐이 보인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 60조5426억원은 사상 최대였지만 시장 전망치를 4%대 밑돌았다. D램 평균판매가격 상승률이 추정보다 완만했던 것이 이유로 꼽힌다. 이익의 절대 규모는 계속 커지지만 늘어나는 속도는 둔해지는 국면이다.

그런데 받아줄 곳이 없다

교대에는 두 번째 조건이 필요하다. 빠져나간 자금을 받을 다음 테마가 있어야 한다. 이차전지가 물러난 자리를 조선, 방산, 원전이 채우고, 그 자리를 반도체가 채웠듯이 말이다.

지금은 이 조건이 갖춰져 있지 않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시가총액 비중은 6월 19일 기준 코스피의 54.76%에 이르렀다. 그 규모를 흡수할 만한 업종이 마땅치 않다. 지수가 곧 두 종목인 시장에서는 주도주에서 빠진 돈이 다른 업종으로 옮겨가는 것이 아니라 시장 밖으로 나가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달이 그 사례다. 7월 8일 모건스탠리가 반도체 비중 축소를 권고하자 코스피는 5.35% 하락했고, 28일 중국 창신메모리(CXMT) 상장 소식에 7.67% 급락하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두 종목이 흔들리자 다른 업종이 버텨줄 여지 없이 지수 전체가 밀렸다. 한국 시장 내에서의 로테이션이 아니라 시장 이탈이라는 것이다.

낙폭을 키운 레버리지

이번 하락에는 업황과 무관한 요인도 섞여 있었다. 오늘 반등의 계기가 그것을 보여준다.

파이낸셜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SK하이닉스를 대거 담고 있던 인공지능(AI) 전문 헤지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가 마진콜에 몰려 약 160억달러 규모의 상장주식 포트폴리오를 시타델에 넘겼다. 대규모 물량이 시장에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걷히면서 간밤 뉴욕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8.19% 급등했고, 그 흐름이 국내로 이어졌다. 이 펀드는 차입을 통해 AI 공급망 기업에 집중 투자해왔다.

국내에서도 축소가 진행 중이다. 미래에셋증권 김석환 연구원은 7월 초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순자산총액이 정점 대비 3조원 가까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기본예탁금이 3000만원으로 오르면 12조원대이던 합산 시가총액이 4조~5조원 수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본다.

신규 유입 둔화와 규제 시행에 따른 축소로 분석되며 그 물량은 개인이 받아내고 있다. 파이낸셜뉴스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예탁금 상향을 발표한 16일부터 29일까지 SK하이닉스 추종 상품 가격은 57.89% 빠졌지만 시가총액 감소율은 43.68%에 그쳤다.

삼성전자 추종 상품도 가격은 46.35% 내린 반면 시총은 39.9% 줄었다. 그 차이만큼 저가매수를 노린 새 자금이 들어와 상장좌수가 늘었다는 뜻이다.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28일에도 개인은 SK하이닉스 레버리지 두 종목을 5700억원어치 넘게 사들였다.

상품의 구조도 손실을 키우는 쪽으로 작용했다. 레버리지 상품은 하루 등락률의 두 배를 좇기 때문에 기초자산이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면 누적 수익률이 깎이는 이른바 음의 복리가 나타난다. 운용사들도 상장 당시 단기 투자를 안내했지만, 파이낸셜뉴스가 보도한 한국투자증권 계좌 분석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레버리지의 평균 보유 기간은 지난 13일 기준 23.25일이었다.

지수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있다. 규모가 큰 미국의 레버리지 상품은 대부분 지수를 기초로 하는데, 국내에 도입된 것은 코스피 시총의 절반을 차지하는 두 종목에 직접 연동되는 구조였다. 목표 배율을 맞추려면 매일 기초자산을 사고팔아야 하는데 수익률이 종가 기준이어서 이 물량이 장 마감 무렵에 몰린다. DB증권에 따르면 주가가 10% 이상 급변한 날의 장 마감 동시호가 거래대금 비중은 상장 전 SK하이닉스 6.6%, 삼성전자 5.3%에서 6월 이후 각각 9.1%, 8.9%로 높아졌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레버리지 ETF에서 비롯된 변동성과 순매수 주체의 부재가 금융위기 당시보다 낮은 밸류에이션까지 급락하게 만든 상황"이라며, "변동성이 커지는 국면에서는 레버리지 투자를 지속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을 볼 것인가

이 국면에서 주가수익비율(PER) 같은 밸류에이션 지표는 신호 역할을 하기 어렵다. 이익이 워낙 빠르게 늘어 오히려 낮아 보이기 때문이다. 확인할 것은 증가율의 변화와 수급의 방향이다.

첫째는 D램 계약가격 상승률이다. 3분기 전망치인 13~18%에서 한 자릿수나 마이너스로 돌아서는지가 관건이다. 4분기 전망치는 아직 수치로 제시되지 않았다.

둘째는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 계획이다. 오늘 반등이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실적에서 촉발됐듯, 이들의 내년 가이던스가 하향되면 메모리 수요 전망도 함께 흔들린다.

셋째는 중국의 공급 진입 속도다. CXMT는 지난해 4분기 기준 D램 시장에서 5% 점유율을 확보했고 올해 1분기 매출이 719% 늘었다. HBM 진입 시점과 노광장비 국산화 목표 달성 여부가 지표다.

넷째는 수급이다. 3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5088억원, 기관은 1조2387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은 1조7390억원을 순매도해 방향이 갈렸다. 레버리지 상품에서 빠져나오는 물량을 누가 받아내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피크아웃은 2027년, 교체는 그 뒤

정리하면 반도체 중심 장세가 바뀌려면 세 가지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D램 가격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인공지능 설비투자 계획이 하향되고, 빠져나온 자금을 받아낼 새로운 서사가 등장하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메모리 공급 부족이 최소 2027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내년이 공급 측면에서 업계 역사상 가장 어려운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동안 가격은 유지되고 이익도 유지된다. 그렇다면 실적 정점은 빨라야 2027년 하반기다.

여기에 앞선 편에서 확인한 선행 폭 4~11개월을 대입하면 주가 정점은 2026년 4분기에서 2027년 상반기 사이에 놓인다. 주도주 교체는 그보다 더 뒤가 된다. 주가가 먼저 꺾이고, 이익 증가율이 눈에 띄게 둔화되고, 그제야 자금이 다음 테마를 찾아 나서기 때문이다.

2018년 사이클에서도 삼성전자 주가 고점(2017년 11월)과 실제로 주도주가 바뀐 시점 사이에는 1년 이상의 간격이 있었다. 같은 간격을 적용하면 반도체가 시장의 중심에서 물러나는 것은 2027년 중반 이후가 된다.

이 시나리오를 앞당길 변수는 하나다. 중국의 공급 진입이다. CXMT의 D램 점유율이 빠르게 오르거나 HBM 진입 시점이 예상보다 앞당겨지면 공급 부족 전제 자체가 흔들린다. 28일 상장 소식 하나에 코스피가 7% 넘게 빠진 것은 시장이 이 변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보여준 장면이었다.

결국 앞으로 1년은 반도체가 시장의 중심을 지키되 그 안에서 등락이 반복되는 구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오늘의 급반등이 보여준 것도 그 구조다. 이 관계가 풀리기 전까지 코스피를 본다는 것은 곧 반도체 두 종목을 본다는 뜻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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