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 있는 총시간도 영향 미쳐…얼마나 길게 이어지는지도 중요
장시간 좌식 1시간, 가벼운 활동으로 바꾼 모형에선 위험 12%↓
“퇴근 후 헬스장 1시간이면 괜찮다고?”
|
| 사무실에서 장시간 앉아 일하는 직장인. 연구진은 하루 좌식시간의 총량과 함께 30분 이상 길게 이어진 좌식행동이 암 발생·사망 위험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분석했다. unsplash |
영국 글래스고대와 미국 하버드대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 참가자 9만1292명의 활동량과 암 기록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달 2일 국제학술지 ‘플로스 메디신(PLOS Medicine)’에 발표됐다.
◆같은 1시간 앉아도 다르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손목 활동량 측정기를 7일 동안 착용해 모은 자료를 기계학습 분류모형으로 분석했다. 움직임을 10초 단위로 나눠 수면과 좌식행동, 가벼운·중강도·고강도 신체활동으로 구분했다. 좌식행동은 깨어 있는 동안 앉거나 기대거나 누운 상태에서 에너지 소비가 적은 행동을 말한다.
연구진은 좌식행동이 30분 이상 이어지고, 해당 구간의 90% 이상이 좌식 상태였으면 ‘장시간 좌식행동’으로 분류했다. 30분보다 짧게 끝났거나 좌식 구간에 10%를 넘는 움직임이 섞인 경우는 ‘끊긴 좌식행동’으로 봤다.
이때 30분은 위험이 시작되는 경계선이 아니다. 29분까지는 안전하고 30분부터 갑자기 해로워진다는 뜻도 아니다. 기존 연구를 참고해 좌식시간이 이어지는 형태를 구분하기 위해 정한 분석 기준이다.
논문은 중앙 추적기간을 12.38년으로 제시했다. 다만 손목 활동량을 측정한 뒤 모든 참가자를 12년 넘게 추적했다는 뜻은 아니다.
영국 바이오뱅크의 참가자 모집과 기초조사는 2006~2010년 이뤄졌지만, 손목 활동량은 2013~2015년에 측정됐다. 암 발생과 사망 기록은 2022년까지 확보됐다. 따라서 논문에 제시된 12.38년을 활동량 측정 이후의 실제 추적기간으로 봐서는 안 된다.
◆장시간 좌식 하루 1시간 많자 암 사망 위험 9%↑
나이와 성별, 인종, 교육 수준, 흡연, 음주, 식습관 등 관련 요인을 보정한 결과, 장시간 좌식행동이 하루 1시간 많을 때 암 사망 위험비는 1.09로 나타났다.
이는 하루 동안 30분 이상 연속으로 앉아 있던 시간을 모두 합산했을 때, 그 시간이 1시간 늘어날수록 암 사망 위험이 상대적으로 9% 높게 나타났다는 뜻이다. 한 번에 1시간 더 앉았다는 의미도, 개인의 암 사망 확률이 9%포인트 높아진다는 의미도 아니다. 전체 암 발생 위험은 3%, 비만 관련 암과 제2형 당뇨병 관련 암 발생 위험은 각각 5% 높게 나타났다.
앉아 있는 총시간도 영향을 미쳤다. 전체 좌식시간이 하루 1시간 많을 때 암 사망 위험은 12%, 전체 암 발생 위험은 3% 높게 나타났다. 비만 관련 암은 6%, 제2형 당뇨병 관련 암은 7% 높았다.
결국 하루에 얼마나 오래 앉아 있었는지뿐 아니라, 한 번 앉은 상태가 얼마나 길게 이어졌는지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반대로 30분보다 짧게 끝나거나 중간에 움직임이 섞인 좌식행동이 하루 1시간 많을 때 암 사망 위험은 18% 낮은 방향으로 나타났다. 전체 암 발생 위험은 6%, 비만 관련 암은 9%, 제2형 당뇨병 관련 암은 10% 낮았다.
이 결과를 ‘앉아 있는 시간을 짧게 끊기만 하면 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생활 공식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평소 자주 움직이는 사람은 직업과 소득 수준, 식습관, 기존 건강 상태 등 다른 조건에서도 차이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영국 오픈대 케빈 맥콘웨이 명예교수도 짧게 끊긴 좌식행동을 다룬 통계모형은 해석이 복잡하다며, 좌식시간을 자주 끊는 행동 자체가 암 위험을 낮춘 원인인지 판단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래 앉는 대신 걷거나 집안일을 했다면?
연구진은 하루 24시간 가운데 장시간 좌식행동 일부를 같은 길이의 다른 활동으로 바꿨다고 가정하는 통계모형도 적용했다.
장시간 좌식행동 1시간을 가벼운 신체활동으로 바꾼 경우 암 사망 위험비는 0.88이었다. 장시간 좌식시간을 유지한 경우보다 위험이 12% 낮게 추정됐다. 천천히 걷기와 설거지, 다림질 같은 일상적인 움직임이 가벼운 활동에 해당한다.
장시간 좌식행동 30분을 보통 속도로 걷는 것과 같은 중강도 활동으로 바꿨을 때는 암 사망 위험이 8% 낮게 나타났다. 두 결과 모두 통계적 유의성이 확인됐다.
하지만 참가자들에게 실제로 앉는 시간을 줄이고 걷거나 집안일을 시킨 실험은 아니다. 기존 활동량 자료를 바탕으로 좌식시간을 같은 길이의 다른 활동으로 바꿨을 때 예상되는 차이를 계산한 결과다.
12%라는 수치를 모든 개인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도 어렵다. 가벼운 활동으로 바꾼 모형의 95% 신뢰구간은 0.79~0.99였다. 추정되는 위험 감소 폭이 1~21%로 넓다는 뜻이다.
◆인슐린과 염증은 ‘가능한 연결고리’
장시간 좌식행동이 암 위험과 연결되는 과정은 이번 연구에서 직접 확인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선행 연구를 토대로 혈당과 인슐린 조절 악화, 만성적인 저강도 염증, 면역·혈관 기능의 변화 등을 가능한 연결고리로 제시했다.
간과 췌장, 심장, 골격근처럼 지방 저장이 주된 기능이 아닌 조직에 지방이 쌓이는 ‘이소성 지방’도 거론됐다. 좌식생활이 이소성 지방과 인슐린 저항성, 고인슐린혈증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인슐린과 인슐린유사성장인자-1(IGF-1)은 세포 성장과 사멸, 혈관 생성 등에 관여한다. 이 신호가 장기간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유방암과 전립선암, 대장암 등 일부 암과 연결될 수 있다.
어디까지나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제시된 가설이다. 이번 연구에서 참가자들의 염증이나 인슐린 변화를 측정해 암 위험과 연결한 것은 아니다.
◆생활 속 해법은 ‘자주 움직이기’
이번 연구만으로 오래 앉는 행동이 암을 직접 일으킨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활동량은 7일 동안 한 차례만 측정됐다. 이 기간의 움직임이 이후 수년간 이어진 생활습관을 온전히 보여주지 못했을 수 있다.
측정된 좌식시간이 업무나 운전, TV 시청 가운데 어떤 상황에서 생겼는지도 알 수 없었다. 생활습관과 식사, 흡연 등 일부 자료는 참가자 활동량 측정 시점과 차이가 있었다.
손목 측정기를 이용한 분류모형이 실제 자세와 활동을 잘못 구분했을 가능성도 있다. 직업과 소득, 기존 건강 상태처럼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요인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영국 바이오뱅크 참가자들은 일반 인구보다 건강에 관심이 많고 신체활동 수준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 결과를 모든 연령과 집단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다.
|
| 오래 앉아 있는 직장인과 물을 마시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 직장인을 비교한 이미지. 30분 이상 이어진 좌식시간이 하루 1시간 많을 때 암 사망 위험은 9% 높게 나타났다. 같은 시간을 가벼운 활동으로 바꾼 통계모형에서는 위험이 12% 낮게 추정됐다. ChatGPT 생성 이미지 |
퇴근 후 운동은 여전히 중요하다. 여기에 물을 뜨러 갈 때 일어나고, 통화할 때 잠시 서 있거나 가까운 거리는 걷는 식으로 일상 속 움직임을 늘릴 수 있다.
하루 한 번 땀을 흘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일하는 동안 길게 이어지는 좌식시간도 틈틈이 줄이는 것. 이번 연구가 던지는 현실적인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