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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AI 밸리’ 터, 예언가들이 주목한 생명의 터전

[안영배의 웰빙 풍수] 거대한 새가 날개 펴는 형국… 인근 고군산군도는 국제적 휴양지 부상 전망

전북 새만금 지역 위성 사진. 세계 최장 길이인 33.9㎞ 방조제 안쪽으로 조성된 육지에 국내외 기업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 제공 전북 새만금 지역 위성 사진. 세계 최장 길이인 33.9㎞ 방조제 안쪽으로 조성된 육지에 국내외 기업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 제공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새만금 사업이 드디어 제 궤도에 들어서는 모양새다. 최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5년간 9조 원을 들여 인공지능(AI), 수소, 태양광, 로봇 등을 아우르는 첨단 산업단지를 전북 새만금에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도 정 회장의 새만금 투자 계획에 동참해 AI 데이터센터 및 연구센터 구축 등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이곳을 미국 실리콘밸리에 빗대어 ‘새만금 AI 밸리’라고 불렀다. 두 최고경영자의 약속대로라면 새만금은 미래 최첨단 기술의 메카로 변신하게 된다. 과연 이번에는 새만금 투자 계획이 공언(空言)이 아닌 공언(公言)이 될까.

현대家와 대를 이은 인연새만금은 대규모 간척지로, 1991년 첫 삽을 뜨고 19년 만인 2010년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33.9㎞)가 완공됐다. 이후 지금까지 개발 및 투자가 지지부진해 역대 정권의 부담으로 남아 있던 지역이다. 2014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한한 자리에서 ‘새만금 한중경협단지 조성사업’을 공식 발표했지만 유야무야된 과거가 있고, 2023년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파행 운영으로 국제적 망신을 산 아픔도 있다.

그런데 새만금 사업이 시작된 지 36년째에 접어든 올해 투자 계획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먼저 동양 전통 상수학(象數學)에서는 12진법 숫자인 36(12×3)을 변화와 변신을 상징하는 수로 본다. 인과론적 시각에서 36은 시간 흐름과 사건의 변화를 재는 중요한 마디다. ‘작심 3일(12시간×3일=36)’이라는 말이나, ‘남녀 간 사랑의 유효 기간은 3년(12개월×3년=36)’이라는 속설도 이런 시간 마디의 법칙성을 따른 것이다. 1년을 360일로 쳐서 360년을 대순환 주기로 보는 이론도 그 연장선에 있다.

이런 법칙은 땅에도 적용될 수 있다. 규모를 갖춘 조직 혹은 단체가 새 건물을 마련해 입주하거나, 새롭게 마련한 터에서 사업을 시작할 경우 짧게는 3년(36개월), 길게는 36년이 지나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질적인 변화가 생기게 마련이다. 따라서 새만금 사업은 올해부터 기존 사업에서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고, 세계적 기업들이 그 변화의 주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대통령(가운데)이 2월 27일 전북 군산 새만금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새만금 로봇·수소 첨단산업 육성 및 AI(인공지능) 수소 시티 조성을 위한 투자양해각서’ 협약식에 참석해 관계 장관 및 정의선 현대차 회장 이재명 대통령(가운데)이 2월 27일 전북 군산 새만금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새만금 로봇·수소 첨단산업 육성 및 AI(인공지능) 수소 시티 조성을 위한 투자양해각서’ 협약식에 참석해 관계 장관 및 정의선 현대차 회장(오른쪽에서 네 번째) 등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역사의 반복이라는 시각에서도 흥미로운 점이 있다. ‘단군 이래 최대 토목 공사’로 꼽혔던 새만금 간척사업에는 정의선 회장의 할아버지인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의 발자취가 깊게 배어 있다. 사업 당시 바다를 메워 여의도 면적의 약 140배, 서울 면적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땅을 일구는 ‘물막이 공사’는 매우 난도가 높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를 담당한 현대건설이 아파트 3층 높이 콘크리트 구조물과 수십t짜리 돌망태를 바다에 투하하는 이른바 ‘정주영 공법’을 도입해 공사에 성공했다. 정의선 회장이 새만금 투자를 발표하며 “저희 할아버님(정주영 창업자)과 함께한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한 이유가 여기 있다.

사실 새만금은 일찍부터 한국 예언 기록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지역이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수많은 기행과 이적을 보인 강증산(姜甑山·1871~1909)과 원불교 창시자 박중빈(1891~1943)이 남긴 예언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강증산은 ‘남통만리’(南通萬里: 남쪽으로 1만 리가 열림)라는 말을 남기면서 서해 땅을 개척하면 우리 민족의 새 터전이 마련된다고 했다. 박중빈은 “군산 앞쪽으로 창고가 만 리나 생겨난다”는 뜻의 ‘군창만리(群倉萬里)’를 예언했다.

호랑이의 자궁, 물고기의 배새만금은 한반도 지형상 풍수적으로도 주목할 만한 곳이다. 먼저 한반도를 거시적으로 조망해보자. 조선시대 천문학 교수를 지낸 남사고(1509~1571)는 저서 ‘산수비경(山水秘經)’에서 “한반도는 백두산 호랑이가 앞발로 만주 땅을 희롱하는 형상이며 백두산은 호랑이 코, 호미곶(경북 포항 영일만 동쪽)은 호랑이 꼬리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전북 군산과 부안을 포함하는 새만금 일대는 호랑이 아랫배, 즉 자궁에 해당하고 이곳으로 흘러드는 만경강과 동진강은 자궁의 길이 된다. 곧 새만금 일대가 생명 탄생의 터라는 얘기다.

전북 군산시 고군산군도 전경. 선유도(왼쪽)를 중심으로 섬들이 빙 둘러싸듯이 배치돼 있다. 동아DB 전북 군산시 고군산군도 전경. 선유도(왼쪽)를 중심으로 섬들이 빙 둘러싸듯이 배치돼 있다. 동아DB
한반도를 바다에 둘러싸인 물고기 형상으로도 볼 수 있다. 이 경우 군산 및 변산 일대가 물고기의 배에 해당하고, 금강은 물고기 내장이 된다. 물고기 풍수론 역시 새만금이 생명의 터전임을 보여준다. 조선 후기에 이르러 물고기(한반도)의 내장이 썩어 들어가면 민중이 그리워하는 새 세상이 열린다는 풍수 예언이 유행했다. 실제로 1990년 소백산맥에서 발원해 군산만으로 흘러드는 금강 하구에 둑이 건설됨으로써 내장(금강)이 막혀버린 모양새가 됐다.

새만금 일대의 땅 이름에 맞춰 풀이할 수도 있다. 새만금이라는 단어는 만경평야의 만(萬)과 김제평야의 금(金)에 ‘새’라는 접두사를 더해 만들어졌다. 날아다니는 새를 의미하는 단어가 입혀진 데는 사연이 있다. 1987년 11월 2일 관계 부처 장관회의에서 관련 사업 명칭을 ‘새만금간척사업’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 사업으로 변화되는 지형을 조감도로 살펴보면 방조제의 서쪽 끝 모서리에 해당하는 고군산군도의 신시도가 새의 머리 부분이 되고, 육지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만경강과 동진강 하구가 새 꼬리에 해당한다. 북쪽 군산과 남쪽 변산을 잇는 남북 방조제는 양 날개가 된다. 따라서 새만금 방조제가 서해로 비상하는 커다란 새 형상으로 보이게 된다.

흥미로운 건 이 지역에서 실제로 새를 의미하는 지명이 발견된다는 점이다. 새만금 방조제의 북쪽 기점은 군산 비응도(飛鷹島)다. 지금은 육지와 연결됐지만, 과거 섬이던 시절에는 지형이 매가 날아가는 형국이라고 해서 비응도로 불렸다. 또 새만금 방조제 남서쪽에는 비안도(飛雁島: 군산 옥도면)라고 부르는 섬이 있다. 이 역시 풍수적으로 기러기가 날아가는 형국이라 ‘비안’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로 보면 새만금 방조제 일대는 양 날개 길이만 33.9㎞에 이르는 인공 새가 서쪽 하늘을 향해 크게 날아오르는 상스러운 형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새만금을 동물에 비유한 풍수론에서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군산과 변산이 새 생명을 잉태하는 부위이자, 새로운 세상을 열고자 낡은 몸을 벗고 새로운 몸체로 변신하는 미래의 땅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삼국시대 미륵신앙의 진원지한편 새만금을 중심으로 이웃한 육지 쪽 부안과 변산 일대, 그리고 바다 쪽 고군산군도의 신시도와 선유도 등 여러 섬은 종교적 성지 혹은 이상향으로 주목받던 곳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부안과 변산 지역은 삼국시대 미륵신앙의 핵심지 구실을 했다. 견훤, 궁예 등 난세의 영웅은 한반도에 나라를 세우려 할 때 어김없이 ‘미륵’을 내세웠는데, 이런 미륵신앙의 근원지가 바로 이 지역이었다.

전북 군산시 고군산군도 망주봉. 젊은 부부가 천년 왕국의 지도자를 기다리다가 바위로 굳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동아DB 전북 군산시 고군산군도 망주봉. 젊은 부부가 천년 왕국의 지도자를 기다리다가 바위로 굳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동아DB
고군산군도 일대 역시 이상향으로 묘사된 적이 있다. 조선의 풍운아 허균(1569~1618)이 저서 ‘홍길동전’에서 변산 앞바다, 즉 고군산군도를 이상향인 율도국의 모델로 삼았다고 해석된다. 실제로 고군산군도의 여러 섬 가운데 중심인 선유도에는 ‘천년 도읍을 건설하게 될 왕을 기다린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군산의 역사와 전설을 채록한 ‘군산역사 이야기’에는 이런 내용이 실려 있다.

“선유도 망주봉은 천년 도읍을 이루기 위해 왕이 되실 분이 북쪽에서 선유도로 온다는 말을 들은 젊은 부부가 나란히 북쪽 방향을 바라보며 선 채 기다리다가 지쳐 굳어져서 만들어졌다.”

즉 망주봉은 위대한 지도자를 기다리던 당시 민중의 소망이 깃든 곳이라는 뜻이다. 고군산군도가 새만금 사업에 의해 뭍으로 변한 뒤 망주봉을 중심으로 천년왕국의 궁궐이 들어선다는 ‘정감록’의 예언도 있다. 결론적으로 새만금은 한국 첨단기술 메카로서 미래 세계를 이끄는 주춧돌이 되고, 이웃한 고군산군도는 국제적 관광 휴양지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새만금을 바라보는 필자의 풍수적 소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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