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한국 주식 ‘팔았다, 샀다’ 외국인 왜?

美 헤지펀드 손바뀜
레버리지 상품 변동성 우려와 개선
빅테크 호실적 매수 불러...원화강세 영향은 약해

코스피가 폭등하며 역대 최대 상승세를 보인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나오고 있다.  /뉴스1 코스피가 폭등하며 역대 최대 상승세를 보인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나오고 있다. /뉴스1
지난달 31일 코스피가 하루 만에 17.91%(1001.89포인트) 올라 6595.45로 마감했다. 역대 최대 상승률이자 최대 상승폭이다.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만 역대 최대인 7조2196억원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연주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연주
불과 이틀 전인 29일까지만 해도 외국인은 4거래일 연속 12조원을 순매도했는데 갑자기 역대급 순매수로 돌아선 것이다. 외국인은 왜 한국 주식을 패대기 치듯 내다 팔다가 다시 순매수로 돌아섰을까.

미국 헤지펀드 OK목장 대결
25세 오픈AI 연구원 출신 레오폴드 아센브리너가 운용한 헤지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SA)’의 몰락이 외국인들의 코스피 매매에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나온다.

SA펀드는 원금의 최대 4배 빚을 내(레버리지로) 반도체 등 AI 인프라 종목을 사고 소프트웨어 종목을 공매도하는 구조였다. 2024년 7월 2억2500만달러로 출발해 2년이 된 지난달 초 450억달러까지 운용자산이 불어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설정 후 누적 순수익률이 1000% 이상이었다고 전했다. 아센브리너는 ‘월가의 신성’으로 불렸다. SA펀드는 SK하이닉스도 보유했다.

그러나 7월 들어 반도체주가 무너지자 라이벌 헤지펀드들이 상어떼처럼 달려들어 아센브리너의 투자 목록을 파악해 집중 공매도했다. SA펀드에 돈을 빌려준 투자은행(프라임브로커) 뱅크오브아메리카·골드만삭스·JP모건이 담보 가치를 채워넣으라며 마진콜을 보냈다.

그러나 SA펀드는 자금을 대지 못해 공개 주식 포지션 전부를 켄 그리핀의 헤지펀드 시타델에 할인된 가격에 넘겼다. 운용자산은 350억달러가 날아가 30일 약 100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시타델에 SA펀드 보유 종목들이 넘어가자 공격은 멈췄다. 아센브리너 펀드의 핵심 종목들은 마진콜이 몰린 29일 저점을 찍고, 시타델이 블록딜로 물량을 받은 30일 급반등했다. 미 CNBC에서 짐 크레이머는 이번 강제 매도를 “청산 이벤트(clearing event)”로 규정하며 AI 랠리의 바닥 신호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30일 강제 매도가 끝나며 AI 인프라 종목이 반등했고, 31일 한국에서도 빅테크 실적에 힘입어 SK하이닉스가 상한가를 기록했다.

레버리지 상품 변동성 우려와 개선
극단적인 한국 증시의 변동성은 외국인들마저도 투자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한 외국계 투자은행 임원은 “외국인들도 섣불리 한국 증시의 변동성에 뛰어들지 못한 채 관망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조급히 도입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영향이 매우 컸다. 레버리지 상품이 한국 증시를 도박판으로 만들면서 외국인들도 거리를 뒀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 실적에 대한 실망감이 겹쳤다. SK하이닉스는 29일 2분기 영업이익이 60조542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57.2% 늘어 역대 최대, 영업이익률 76%를 기록했다. 하지만 시장 전망치 63조5526억원을 4.7% 밑돌았다. 컨퍼런스콜에서 주주환원 관련 구체적 내용마저 나오지 않자 투매가 이어졌다.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는 9.61% 폭락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빚투(빚을 내 투자)’를 했다가 갚지 못한 결과 발생한 강제 청산과 반대매매가 낙폭을 키웠다. 지난달 28·29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각각 22.85%, 17.91% 빠졌다.

그러나 29일(현지시각)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이 한국 증시의 변동성을 키워온 각종 레버리지 상품의 청산이 적정 수준까지 완료됐다는 보고서를 냈다. JP모건은 “현재 (한국 시장의)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청산은 완료됐고, 헤지펀드는 약 90% 수준의 디레버리징(차입 축소)을 마친 것으로 판단한다”며 “향후 며칠 동안 추가적인 디레버리징이 일부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 한국 증시는 낮은 밸류에이션(가치 평가)과 이익 모멘텀(동력)으로 매력적인 수준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를 통해 레버리지에 따른 급격한 변동성 우려는 어느 정도 잠재워졌다.

한·미·일 외환개입 원강세 전망에도 선물환은 매도
30일 오전(현지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가 50분 만에 달러당 162.8엔에서 157.8엔까지 급등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엔 매수·달러 매도 개입에 나섰고, 미 재무부 지시로 뉴욕 연준이 개입 직전 전화로 시중은행에 거래 환율을 묻는 ‘레이트 체크’를 실시했다고 전했다.

한국 외환당국도 비슷한 시각에 원화 매입·달러 매도 방식으로 개입을 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에 원·달러 환율은 31일 전날보다 13.4원 내린 달러당 1424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1월 28일 달러당 1422.5원 이후 반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로이터는 이번 개입이 미국과의 공조 속에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한·일 동시 개입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통상 통화 가치가 강해질 것으로 전망되면 주식 등 해당 국가의 자산에 외국인들 투자가 집중된다. 그만큼 환차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31일 한국 증시의 역대급 외국인 순매수도 어느 정도 원화 강세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여전히,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엔 돈을 걸더라도 원화의 강세엔 의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을 사면서 동시에 원화 선물환을 내다파는 환헤지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환 강세보다는 30일 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의 깜짝 실적이 매수를 자극했다는 설명이다.

그냥 목록으로
원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