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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에는 음문석이 있대니께유 [SS인터뷰]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배우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함께하고 싶은 감독이 있다. 음문석에게 그 이름은 나홍진이었다. 영화 ‘호프’를 통해 오랜 꿈을 이룬 음문석은 짧은 등장만으로도 가장 기묘하고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 양배를 완성했다.

음문석은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나 “‘호프’를 통해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것 자체가 주인공이 된 기분이다. 황홀하다”며 특유의 유쾌한 미소를 지었다.

‘호프’는 비무장지대 인근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 분)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몰했다는 신고를 받고 믿을 수 없는 현실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음문석은 모든 비극의 시작점이 되는 의문의 목수 양배 역을 맡았다.

“배우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껴요. 무대인사를 가면 아직도 저를 못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제가 ‘우리 집에 있대니께유’라고 대사를 먼저 하면 그제야 ‘양배다!’ 하면서 알아보시더라고요.”

양배는 중반부 이후 첫 등장한다. 꼬질꼬질한 옷차림에 어딘가 기묘하고 불쾌한 느낌을 풍기는 양배는 어디서 왔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인물이다. 그래서 첫 등장부터 그가 어떤 인물인지 경계하게 만든다.

“처음 감독님이 ‘양배는 이상한 사람도, 착한 사람도 아니다. 절대 악이다’라고 설명해주셨는데 그 말이 오히려 너무 어려웠어요. 자료도 찾아보고 심리학도 공부해봤지만 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돌파구는 예상치 못한 순간 찾아왔다. 지인의 어린 조카를 보며 캐릭터의 실마리를 발견했다.

“조카가 위험한 물건을 아무렇지 않게 가지고 노는 모습을 봤어요. 아이는 아무 의도가 없는데 어른 눈에는 그 모습이 무섭게 느껴지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양배도 이런 결이구나’ 싶었어요. 본인은 아무렇지 않은데 주변 사람들에게는 불안과 공포를 주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캐릭터가 풀리기 시작했어요.”

어린 아이의 순수한 모습에서 출발한 음문석 표 양배는 독특한 말투와 행동, 사소한 습관 하나까지도 나홍진 감독과 함께 현장에서 만들어갔다.

“가짜 치아 분장을 하고 연기하다 보니 입안이 계속 말랐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윗잇몸을 한번 훑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작은 행동 하나도 캐릭터처럼 보였던 거죠. 비주얼부터 디테일까지 감독님이 정말 세밀하게 디자인해주셨어요.”

오디션 과정 역시 잊지 못할 기억이다. 충청도 출신인 그는 나홍진 감독의 제안으로 즉석에서 충청도 사투리 연기를 선보였고, 그것이 양배의 말투로 이어졌다.

“제가 ‘곡성’을 보면서 충청도 말투가 느껴졌다고 말씀드렸더니 감독님이 ‘그럼 이번엔 충청도 사투리로 해보자’고 하셨어요. 연기를 마쳤는데 감독님이 피식 웃으시는 게 보였어요. 그 순간 ‘배우로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홍진 감독을 두고 흔히 ‘타협 없는 연출가’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음문석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감독님은 오히려 배우와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세요. 머릿속에는 분명한 그림이 있지만, 그 안에서 배우가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충분히 존중해주세요. 덕분에 양배를 함께 완성해갈 수 있었어요.”

지난 2005년 1집 앨범 ‘SIC 1집’으로 데뷔한 음문석은 가수부터 리포터, 배우 등 다양한 활동을 거치며 어느덧 데뷔 22년 차 만능 엔터테이너로 자리 잡았다. 그 중에서도 이번 ‘호프’는 음문석에겐 더욱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돌아보면 정말 많은 일을 했어요. 그래도 결국 이 일을 떠나지 않았다는 게 가장 감사해요. 예전부터 조금씩 성장하자는 마음으로 버텨왔는데 ‘호프’를 만나면서 배우로서 크게 성장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앞으로도 조급해하지 않고 한 계단씩 올라가고 싶어요.”

이와 함께 음문석은 ‘호프’의 속편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기대를 내비쳤다.

“그건 감독님만 알고 계시죠.(웃음) 마지막까지 죽지는 않았으니까 희망은 가져보고 있습니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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