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향이 상향을 넘어선 건 이미 크게 빠진 다음
확인할 것은 숫자가 아니라 합의의 위치
◆…(사진=GPT5.6 제작)지난달 코스피가 22.19% 떨어졌다. 그 직전까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목표가는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방향이 바뀐 것은 하락이 한참 진행된 뒤였다. 그런데 지금은 다시 강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1년간 목표가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짚어보고, 그 숫자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살펴봤다.
9000에서 12000선으로, 6월 한 달
코스피는 2025년 75.6% 올라 세계 주요 지수 가운데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상법 개정과 자사주 1년 내 소각 의무화, 배당소득세 인하로 이어진 밸류업 정책과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가 겹친 결과였다. 9월 12일 3395.54로 최고점을 경신한 뒤 10월 2일 3500선, 10월 16일 3700선, 11월 3일 4200선을 차례로 넘었다. 올해 들어서는 1월 5000선, 2월 6000선을 돌파했다.
코스피가 오르는 동안 목표가도 따라 올라갔다. 눈에 띄는 것은 6월이다. 골드만삭스는 6월 2일(현지시간) 코스피 12개월 목표를 9000에서 12000으로 올렸다. 그날 코스피 종가는 8801.49였고 37%의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계산이었다.
근거는 이익이었다. 1분기 정보기술(IT) 업종 이익이 185% 늘었고, 2026년과 2027년 주당순이익 증가율 전망을 각각 300%에서 320%로, 28%에서 35%로 올려 잡았다. 메모리 사이클이 시장 예상보다 훨씬 오래 갈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로부터 보름 남짓 뒤 코스피는 9114.55로 마감하며 종가 기준 사상 최고를 기록한 뒤 방향을 바꿨다.
JP모건이 목표를 올린 것은 그 다음이었다. 믹소 다스 한국주식전략 총괄은 6월 24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12개월 목표를 기본 1만2500, 강세 1만5000, 약세 8000으로 제시했다. 기존에는 각각 9000과 1만, 6000이었다. 세 시나리오를 한꺼번에 올린 것이다.
보고서는 외국인의 지속적인 매도와 높은 변동성에도 강세 시각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조정 때마다 비중을 확대하고 한국 시장에 최대한의 노출을 유지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면서도 올해 들어 한국 시장에서 이탈한 외국인 자금이 950억달러에 이르며, 시장을 흔드는 가장 큰 요인이 기계적 수급 부담이라고 지목했다.
모건스탠리 역시 6월 말 기준 기본 9000, 강세 1만500, 약세 6500을 제시하고 있었다. 세 하우스 모두 기본 시나리오가 9000이었다가, 두 곳이 6월 한 달 사이 1만2000선으로 올렸다. 그사이 지수도 그만큼 올랐다.
둔화를 우려한 리포트
모건스탠리는 7월 6일(현지시간) 고객들에게 보낸 글로벌 전략 보고서에서 반도체 중심의 좁은 상승장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비중을 줄이고 빅테크 기업으로 옮겨갈 것을 권고했다. 고점의 신호로 지목한 것은 실적 추정치 상향의 둔화였다. 주가를 끌어올린 동력이던 실적 눈높이 조정이 주춤해진 것 자체가 신호라는 논리였다.
이 보고서가 나온 뒤 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삼성전자가 예상을 웃돈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7일부터 하락이 본격화했다. 호실적에도 차익실현 물량이 쏟아졌고, 마이크론과 삼성전자가 보여준 높은 이익률이 오히려 수요 정점 통과 우려를 낳았다. SK하이닉스는 6월 22일 종가 291만9000원에서 7월 20일 176만4000원까지 39.57% 빠졌고, 삼성전자는 6월 25일 35만8500원에서 24만4000원까지 31.94% 하락했다.
그런데 모건스탠리는 2주 만에 입장을 바꿨다. 이 회사는 2024년 9월에도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절반 이하로 낮춰 국내 반도체 시가총액이 크게 줄어드는 계기를 만들었다가, 이후 AI 수요가 견조하다는 점을 확인하고 예측 오류를 인정하며 목표가를 되돌린 전력이 있다.
폭락 뒤에 나온 상향
코스피는 7월 한 달 22.19% 하락했다. 6월 고점에서 7월 30일 저점까지로 보면 39% 빠졌다. 그리고 7월 31일 하루에 17.91% 급등해 6595.45로 마감했다.
모건스탠리는 8월 3일(현지시간) 한국 주식 투자의견을 비중유지에서 비중확대로 올렸다. 목표치 9000은 기존 수준을 유지했다. 다니엘 블레이크가 이끄는 전략가들은 최근 매도세가 실적이나 펀더멘털 악화가 아니라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헤지펀드 차입, 개인 신용융자 청산 같은 수급 요인에 따른 기술적 조정이라고 진단했다. 과도한 레버리지 포지션의 절반 이상이 이미 해소됐다고 봤고, 단기적으로 코스피가 5500에서 1만500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의견 상향이 나온 시점은 코스피가 6월 고점 대비 30% 넘게 빠진 뒤였다.
골드만삭스는 8월 4일 최근 하락을 대세 상승장 속 조정으로 규정하며 1만2000을 유지했다. 티모시 모 전략가팀은 시장이 정당화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부정적 전망을 반영하고 있다고 봤다. 당시 기준 92%의 상승 여력이 남았다는 계산이었다.
같은 만장일치, 다른 결과
강세 의견이 한쪽으로 모이는 일이 처음은 아니다. 2022년 말에도 주요 하우스가 잇따라 한국 매수로 돌아섰고 그 판단은 맞았다. 코스피는 2022년 24.9% 하락한 뒤 2023년 18.7% 올랐다.
2022년 말 코스피는 연중 큰 폭으로 하락한 상태였고 외국인 보유 비중도 낮았다. 팔 사람이 이미 대부분 팔고 나간 자리에서 매수 의견이 나온 것이다. 새로 들어올 자금이 남아 있었다.
2026년 6월은 지수가 연초 대비 두 배가 된 자리였다. 살 사람은 이미 사들인 뒤였다. JP모건이 1만2500을 제시하면서도 외국인 자금 950억달러 이탈을 함께 언급한 것이 그 상황을 보여준다. 같은 강세 의견이라도 그것을 보고 새로 들어올 자금이 얼마나 남아 있느냐가 달랐다.
| 지수 목표가가 가리키는 것...숫자 수준보다 개정 속도 봐야 |
한 가지 더 짚어볼 것은 코스피 목표가라는 형식이다. 6월 19일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합계는 4162조원으로 코스피 전체(7601조원)의 54.76%였다. 이 구조에서 코스피 목표가는 사실상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 대한 전망이다. 지수를 사더라도 자금의 절반이 두 종목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골드만삭스가 지수 1만2000의 근거로 든 것도 메모리 사이클의 지속 기간이었고, JP모건의 근거도 AI 하드웨어 기업의 실적 성장이었다. 코스피 목표가라는 형식을 벗겨내면 남는 것은 D램 가격뿐이다.
목표가는 어떻게 읽나
숫자의 수준보다 개정 속도를 볼 필요가 있다. 두 하우스가 3주 사이 나란히 9000에서 1만2000선으로 올렸다는 사실은 새로운 정보가 그 간격으로 도착했다는 뜻이라기보다, 지수가 그만큼 빨리 올랐다는 뜻에 가깝다.
이렇게 목표가가 후행하는 데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목표가를 이익 전망에 목표 배수를 곱해 산출한다. 두 입력값 모두 최근 실적과 현재 주가에서 나온다. 최근 실적이 좋고 주가가 오르면 두 값이 함께 올라간다. 계산 방식 자체가 추세를 연장하도록 돼 있는 셈이다.
지금 골드만삭스는 코스피 지수 1만2000을 유지하고 있고 모건스탠리는 비중확대로 올렸다. 모두 12개월 목표이니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반대로 최근 나오는 신중론 역시 이미 벌어진 하락을 뒤늦게 반영한 것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시장의 방향을 미리 아는 쪽이 없다는 점이다. 목표가를 볼 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그 숫자가 맞느냐가 아니라, 지금 시장의 합의가 어디쯤에서 만들어지고 있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