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상반기 1~2달러에 머물던 나비타스세미컨덕터 주가는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가파르게 뛰었다. AI 데이터센터의 ‘800V 전환’을 이끌 전력반도체 기업으로 주목받은 덕분이다. 지난 5월에는 30달러 안팎까지 치솟았다. 다만 단기 급등 부담과 실적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최근 주가는 9달러대로 내려앉았다. 7월 29일 종가는 9.7달러다.
다만 월가는 여전히 중장기 모멘텀이 남아 있다고 본다. 800V 전환이 이제 시작 단계여서다. 800V 전환은 AI 서버에 전기를 공급하는 전압을 기존 48V에서 높이는 작업이다. AI 가속기 성능이 높아질수록 서버 한 대가 쓰는 전력도 급증한다. 기존 48V 체계를 유지하면 전류가 과도하게 커져 전력 손실과 발열이 늘고 구리 배선도 두꺼워진다. 반대로 전압을 800V로 높이면 같은 전력을 더 적은 전류로 보낼 수 있다. 나비타스는 이 같은 800V 체계에 필요한 GaN(질화갈륨)과 SiC(실리콘카바이드) 전력반도체를 갖췄다. GaN과 SiC는 기존 실리콘보다 높은 전압과 열을 잘 견디면서 전력 손실을 줄이는 차세대 반도체 소재다. 특히 나비타스는 엔비디아의 800V 전력반도체 협력사에 이름을 올리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48V 한계로 800V 대전환 속도‘전력반도체’ 퓨어 플레이어 두각
2014년 설립된 나비타스는 진 셰리던(1966년생)과 댄 킨저(1956년생) 등 전력반도체 업계 베테랑들이 공동 창업한 팹리스다. 이들은 기존 실리콘 반도체의 발열과 전력 손실을 줄일 대안으로 GaN에 주목했다. 이후 SiC 업체까지 인수하며 사업 영역을 넓혔다.
나비타스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용 고속 충전기 시장에서 주로 이름을 알렸다. 그런데, 최근에는 AI 데이터센터가 새로운 성장축으로 떠올랐다. 전력 공급 방식이 바뀌면서다.
AI 데이터센터 안에는 수많은 서버가 들어간다. 서버에는 엔비디아 GPU 같은 AI 가속기가 탑재된다. 문제는 신형 AI 가속기일수록 필요한 전기도 늘어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 호퍼 세대에서 약 40㎾였던 랙당 소비전력은 블랙웰에서 120~150㎾ 수준으로 높아졌다. 향후 차세대 플랫폼인 베라 루빈 울트라·페인만(Feynman) 세대에는 600㎾~1㎿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서버 랙 하나가 소형 건물에 버금가는 전력을 사용하는 셈이다.
문제는 지금의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체계가 이처럼 빠른 증가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전력은 기본적으로 전압과 전류를 곱한 값이다. 따라서 필요한 전력이 늘어났는데 전압을 그대로 유지하면 더 많은 전류를 흘려보내야 한다.
현재 데이터센터는 외부에서 들어온 전기를 여러 단계로 낮춘 뒤 서버 랙에 48V로 공급한다. 지금까지는 이 방식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서버가 필요로 하는 전력은 몇 배씩 늘었는데 전압을 48V로 그대로 두면 더 많은 전류를 흘려보내야 한다. 전류가 커질수록 열과 전력 손실이 늘 수밖에 없다. 이를 견디기 위한 구리 배선도 굵어져야 한다. 배선과 전력 장비가 차지하는 공간이 커지면서 정작 GPU를 넣을 자리도 줄어든다.
이에 떠오른 해법이 800V 전환이다. 서버 랙까지 보내는 전압을 48V보다 크게 높이는 방식이다. 전압을 높이면, 같은 양의 전력을 훨씬 적은 전류로 보낼 수 있다. 발열과 전력 손실이 줄고 구리 배선도 가볍고 얇게 만들 수 있다.
800V 전환이 본격화되면 전력반도체의 중요성도 함께 커진다. 800V 전기가 데이터센터 안으로 들어오더라도 GPU와 서버 부품은 이를 그대로 사용할 수 없다. 여러 단계에 걸쳐 전압을 낮추고 전기의 흐름을 정교하게 조절해야 한다. 이때 전압을 바꾸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것이 전력반도체다. 대표적으로 SiC는 높은 전압을 안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강점이 있다. 데이터센터 입구나 서버 랙 앞단처럼 비교적 높은 전압을 다루는 구간에 적합하다. GaN은 전압을 빠르게 바꾸면서 전력 손실을 줄이는 데 유리하다. 서버 안쪽에서 GPU와 각종 부품에 필요한 낮은 전압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800V 체계가 확산될수록 두 소재의 쓰임새도 함께 커지는 구조다.
나비타스는 GaN과 SiC를 모두 갖춘 보기 드문 전력반도체 업체다. 대형 반도체 기업도 관련 제품을 만들지만 나비타스처럼 두 분야에 집중한 순수 전력반도체 업체는 많지 않다. 박기현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800V 아키텍처 전환이 시장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며 “이 흐름 속에서 나비타스는 보기 드문 ‘GaN+SiC 퓨어 플레이’ 기업이라는 독보적인 희소성을 선점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 파트너라는 점도 눈에 띈다. 나비타스는 지난 3월 엔비디아 GTC에서 800V 전력 보드를 처음 공개한 데 이어, 5월에는 엔비디아의 800V 협력사 행사에 참여했다. 6월 컴퓨텍스에서는 엔비디아 MGX(모듈형 서버 플랫폼) 생태계에 적용할 전력 솔루션도 선보였다. 박기현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와의 연결고리가 견고해졌다”며 “수차례 쇼케이스로 시장에 ‘엔비디아 생태계 편입’이라는 서사를 각인시켰다”고 덧붙였다.
나비타스세미컨덕터는 AI 데이터센터의 800V 전압 전환 과정에서 수혜주로 꼽힌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기대는 앞섰지만 실적은 아직800V 램프업 시점은 2028년
다만 기대가 실제 실적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800V 전환은 아직 기술 검증과 제품 개발이 진행되는 초기 단계다.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판매량이 급증하는 시장은 아니라는 의미다.
엔비디아의 제품 일정만 봐도 시차가 분명하다. 2026년 하반기 출시 예정인 베라 루빈은 랙당 소비전력이 200㎾ 안팎까지 높아지지만 기존 48V 체계를 유지한다. 관련 업계는 800V가 처음 본격 적용되는 시점을 랙당 전력이 약 600㎾에 이르는 차세대 카이버 플랫폼으로 보고 있다. 양산 시점은 2027년 하반기로 예상된다. 이후 2028년 페인만 세대부터 800V가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시장 확대 속도도 점진적일 전망이다. 키움증권이 인용한 바클레이스 전망에 따르면, 신규 데이터센터 기준 800V 침투율은 2027년 4%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후 2028년 12%, 2029년 30%, 2030년 45%로 높아지는 흐름이다. 방향성은 뚜렷하지만 관련 수요가 의미 있는 규모로 커지는 시점은 2028년 이후다.
이렇다 보니 당장의 나비타스 실적은 ‘적자’를 못 벗어나고 있다. 올해 2분기에도 매출 1052만달러, 영업손실 2720만달러를 기록했다.
실적보다 기대가 주가를 이끄는 만큼, 올해 하반기부터 800V 전환 성과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지표가 나오는지가 중요하다.
나비타스는 올해 말부터 2027년 초까지 SiC 기반 고전력 PSU(전력공급장치)의 초도 물량을 공급할 예정이다. 대규모 양산보다는 제품의 효율과 안정성을 확인하는 초기 검증 단계다. 이에 3~4분기 실적 발표에서 백로그(수주잔고)와 첫 디자인윈(설계 채택)이 가시화되는지가 중요하다. 박기현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백로그·디자인윈이 확인되면 컨센서스 상향과 함께 주가 상방이 열리겠으나, 검증이 지연될 경우 밸류에이션 부담이 재차 부각될 수 있다”며 “높은 변동성을 감내할 수 있는 위험 선호 투자자에 한해 제한적인 접근이 적합하다”고 조언했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71호(2026.08.05~08.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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