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 의장, 단기금리 손대지 않고 장기금리 상승 지켜봐
◆…(사진=GPT5.6 제작)미국의 7월 고용보고서가 7일(현지시간) 발표된다. 불과 두 달 사이 시장의 금리 전망은 변하고 있다. 7월 말만 해도 9월 인상 확률이 80%에 달했지만 지금은 55%로 내려왔고, 일부에서는 내년 초 인하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금리를 움직인 것은 연준이 아니라 채권시장이었다.
오늘 밤 확인할 숫자
실업률은 6월과 같은 4.2%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1년여 만의 최저 수준이다. 신규 고용 전망은 기관마다 갈린다. 블룸버그 설문에 참여한 이코노미스트들의 중간값은 8만5000명이고, 배런스는 월가 예상치로 9만4000~9만7000명을 제시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겉으로 보이는 실업률보다 실제 노동시장이 더 불안정하다고 분석했다. 월드컵 개최에 따른 일시적 고용 증가가 되돌려질 가능성이 커 레저·숙박업 고용이 줄고 건설업도 약세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달 만에 뒤집힌 전망
7월 말 연준이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할 당시만 해도 시장은 인상 쪽을 보고 있었다. 중동 긴장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물가 압력이 되살아났고,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총재가 인상을 주장하면서 반대표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당시 9월 인상 확률은 80%에 달했다.
배런스에 따르면 지금은 인상 확률이 55%다. 한 달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고 12월 인상에 대한 베팅도 함께 줄었다.
가장 큰 변화는 유가다. 브렌트유는 지난 2주 사이 20% 가까이 떨어져 배럴당 80달러 선까지 내려왔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 진전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됐다. 다만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는 여전히 10달러 이상 높아, 적어도 초겨울까지는 소비자물가와 개인소비지출 물가를 밀어 올릴 것으로 보인다.
채권시장이 대신 긴축
눈여겨볼 것은 연준이 금리를 동결하는 동안 시장금리가 알아서 올랐다는 점이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인하를 마지막으로 일곱 달째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있다. 그런데 그 사이 국채 금리는 크게 뛰었다. 배런스가 집계한 금리를 보면 10년물은 최근 한 달간 17bp 올라 4.6%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두고 채권시장이 연준이 할 일을 대신 하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워시 의장이 단기금리에 손대지 않은 채 장기금리가 오르는 것을 지켜봤다는 것이다.
그가 취임 후 사전 안내를 줄이고 데이터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쪽으로 소통 방식을 바꾼 것도 배경으로 지목된다. 지난달 회의 뒤 미 국채에 매도세가 나타나자 이 방식에 대한 비판이 나왔지만,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그는 기존 방침을 유지할 뜻을 밝혔다. 방향을 미리 알려주지 않으니 시장이 스스로 금리를 매기는 구조가 됐다는 해석이다.
워시 의장을 둘러싼 다른 소식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그가 인준을 받은 뒤 여러 차례 전화로 대화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이란 전쟁의 경제적 영향과 인공지능 부상 등에 대한 견해를 물었고 특정한 조치를 요구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워시 의장은 지난달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대통령과 나눈 대화를 공유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독립적으로 처신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전 의장에게 금리 인하가 늦었다고 공개적으로 질책해왔지만, 워시 의장이 금리를 동결했을 때는 의장을 탓하지 않았다.
긴축이 겨냥한 곳은 AI
아이언사이즈이코노믹스의 배리 냅은 높아진 실질금리와 확대된 하이퍼스케일러 신용스프레드가 인공지능(AI) 인프라 붐을 규율하기 시작했다고 배런스를 통해 밝혔다. 금리 인상은 역효과를 냈을 가능성이 크지만, 시장 주도의 긴축은 경제 전반을 짓누르지 않으면서 과도한 설비투자 문제를 더 잘 다룬다고 평가했다.
규모를 보면 이 지적의 맥락이 드러난다. 배런스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알파벳, 메타 네 곳의 올해 설비투자는 750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고 내년에는 최소 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기업은 최근 실적에서 잉여현금흐름이 줄어드는 국면에 들어섰고, 자금 조달을 위해 회사채 발행을 늘리고 있다. 장기금리가 오르면 그 비용이 함께 올라간다.
연준이 금리를 올려 경제 전체를 조이는 대신, 시장이 자금 조달 비용을 통해 특정 부문의 과열을 눌러주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해석이다.
대차대조표라는 카드
배런스에 따르면 연준이 6조7000억달러 규모의 대차대조표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봤다. 근거는 워시 의장 본인의 발언이다. 그는 인준 청문회를 비롯해 여러 차례 대차대조표를 비대하다고 표현했고, 지나간 위기 시대의 도구여서 상당 폭 줄일 수 있다고 밝혀왔다. 금리를 건드리지 않고 유동성을 조절하는 수단인 셈이다.
지금 월가의 다수 의견은 연준이 당분간 금리를 움직이지 않는다는 쪽이다. 다만 인하를 말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배런스는 세 가지가 맞물리면 내년 초 인하 전망이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봤다. 부진한 고용지표와 중동 평화협상 타결, 그리고 시장이 기술기업 설비투자에 제동을 거는 흐름이다. 이 경우 주식시장에는 연말까지 상승 여력이 생긴다는 전망이다.
실제로 S&P500지수는 이번 주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고 이달 들어 3% 넘게 올랐다. 변동성지수(VIX)도 올해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
지표의 무게가 커졌다
연준이 사전 안내를 줄이기로 한 만큼 지표 하나하나의 무게는 그만큼 커졌다. 방향을 미리 알려주는 쪽이 없으니 시장은 나오는 숫자를 보고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오늘 밤 나올 실업률과 고용 지표에 시장이 어느 쪽으로든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고용이 예상보다 크게 부진하면 인하 전망이 힘을 얻겠지만 경기 둔화 우려도 함께 커진다. 반대로 예상을 웃돌면 인상 전망이 되살아난다. 시장이 바라는 것은 그 사이 어딘가다.
여기에 중동 정세라는 변수가 남아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로 열리면 유가가 더 내려가면서 인하론에 힘이 실리지만, 협상이 틀어지면 유가가 다시 오르고 물가 압력이 되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