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급여 두고 벌어진 비극
감형으로 나란히 12년 선고그날의 뉴스는 지나갔지만, 그 의미는 오늘에 남아 있습니다. ‘오늘의 그날’은 과거의 기록을 통해 지금을 읽습니다.<편집자주>
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할머니가 돌아가시면 용돈을 2배 이상 올려줄게.”2년 전 오늘인 2024년 8월 9일, 할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매에게 나란히 징역 24년이 구형됐다. 그로부터 1년 넘게 이어진 재판 끝에 남매는 각각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설 명절 연휴, 손주에게 문을 열어준 할머니에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나
사건은 2024년 설 연휴 첫날인 2월 9일 밤 벌어졌다. 경기도에 살던 지적장애 2급 손자 A씨(24)는 7년 만에 부산 남구의 친할머니 C씨(당시 79세)를 찾았다. 그날 밤 A씨는 “할머니가 넘어져서 다쳤다”며 119에 신고했지만 C씨는 끝내 숨졌다.
출동한 경찰은 시신 곳곳의 멍 자국과 집 안 다툼 흔적을 수상히 여겨 A씨를 추궁했다. A씨는 처음엔 범행을 부인했으나 결국 “할머니 잔소리 때문에 범행했다”고 자백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 결과 사인은 질식사로 확인됐다.
수사 과정에서 손자의 단독 범행이 아니라는 정황도 드러났다. 경찰은 A씨의 누나 B씨(28)가 사건 당일 현장에 없었지만 남매가 전화로 범행을 논의한 사실을 밝혀냈다.
남매는 조사 초반 범행을 전면 부인했으나, 검찰은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압수수색과 법의학 자문, 검경 합동 현장검증 등으로 증거를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B씨가 남동생 재산을 대신 관리할 목적으로 A씨를 부추긴 범행 동기와, 범행 3개월 전부터 사고사 위장과 수사기관 대응 방안까지 계획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결국 남매는 범행을 자백했다.
복지급여 통제가 부른 살의
남매가 할머니를 원망하게 된 배경에는 돈이 있었다. 할머니는 기초생계비 등을 아껴 스스로 자택을 마련한 인물로, 지적장애가 있는 A씨도 자신처럼 안정적인 보금자리를 갖추길 바라는 마음에서 씀씀이를 엄격히 관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그 방식이었다. 할머니는 A씨가 일하는 곳의 점심 식대 14만원을 아끼라며 도시락을 싸다니라고 다그쳤고, 매주 용돈은 단 5만원으로 제한했다. 심지어 A씨를 오래 돌봐온 활동관리사가 유료 TV 프로그램을 1000원어치 결제했다는 이유로 그 관리사를 해고하기도 했다.
이 같은 강도 높은 통제의 뒷수습은 늘 출가한 누나 B씨의 몫이었다. B씨는 남동생이 직장을 옮겨 식비 문제가 생기자 대신 비용을 부담했고, A씨 주변 사람들과 할머니 사이에 갈등이 생길 때마다 중재에 나서야 했다.
이렇게 불만이 쌓인 남매는 2023년 10월 무렵부터 “할머니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통화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대화는 곧 구체적인 살해 방법 논의로 번져 “곰팡이를 먹여 죽이자”, “납가루에 중독시키자”는 말까지 오갔다.
B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용돈을 2배 이상 올려주고 카드를 쓰게 해주겠다”며 남동생을 꾸준히 부추겼고, “할머니를 꼭 찾아가서 죽이자”고까지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을 앞두고는 낙상사나 사고사로 위장할 구체적인 방법과 수사기관에 어떻게 진술할지까지 미리 일러준 정황도 드러났다.
1심 15년에서 나란히 12년으로
2024년 8월 30일 1심 재판부는 두 사람에게 각각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의 지적장애와 할머니의 엄격한 경제적 통제를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면서도 “존속살해는 폐륜적·반사회적 범죄로 비난 가능성도 크다”고 판시했다. 선고 직후 남매는 손을 맞잡고 눈물을 흘렸다.
남매와 검찰은 모두 1심 결과에 불복해 항소했다. 그해 10월 30일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A씨 측은 심신 장애를 강조했고, B씨 측 변호인은 “동생의 범행을 기능적으로 지배했는지에 대해 엄정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양형도 범행에 기여한 부분보다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구형량인 24년보다 형이 가볍다며 더 무거운 처벌을 요청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결국 A씨에 대해 “심신 미약과 사회 적응 능력 저하가 인정된다”며 원심을 깨고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이듬해인 2025년 3월 13일에는 B씨도 “할머니는 피고인들의 유일한 보호자였으며 어떤 이유로도 인간 생명의 절대적 가치를 훼손할 수 없다”는 재판부 판단과 함께 징역 12년으로 감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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