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에 시장을 떠난 투자자는 가장 큰 반등을 놓치기 쉽다. 챗GPT 생성 이미지 |
7월 30일에 주식을 매도한 사람을 탓하기는 어렵다. 누구에게나 버티기 어려운 시기였기 때문이다. 일단 현금화해 추가 하락을 피하고, 시장이 바닥을 다지는 것을 확인한 뒤 다시 들어가겠다는 그 나름 계획도 있다. 손실을 줄이고 반등은 챙기겠다는 전략은 말로만 들으면 흠잡을 데가 없다.
이런 마켓타이밍 전략의 문제는 실제로 거의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등은 예고 없이 찾아왔고, 하루 만에 18% 급등했다. 전날 주식을 판 투자자는 하루 사이 18% 비싸진 가격에 다시 사야 했다. 대부분은 그 시점에 다시 매수하지 못한다. 너무 비싸 보이고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포장에서 시작된 수익이번이 유별난 사례였을까. 1980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1만2363거래일을 모두 분석했다. 상승률 상위 10일은 모두 직전 고점 대비 9% 이상 하락한 시점에 발생했다(표 참조). 특히 5위는 지수가 고점 대비 75.4% 하락한 상태였다. 10번 모두 “지금 들어가면 미쳤다”는 말을 듣던 자리였다. 호황기는 어땠을까. 1980년대는 상위 12일 안에 단 하루도 들어오지 못했다. 큰 상승은 호황이 아니라 공포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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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로 환산하면 차이가 더 실감 난다. 1980년 이후 코스피를 하루도 빠짐없이 들고 있었다면 자산은 65.95배가 됐다. 연평균 수익률은 8.91%다. 그러나 상승률 상위 10일을 놓치면 26.12배와 연 수익률 6.88%, 상위 30일을 놓치면 6.70배와 연 수익률 3.95%로 줄어든다. 전체 1만2363거래일 가운데 단 30일, 전체 0.24%를 놓친 것만으로도 누적 성과는 자산은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다.
반론도 있다. 최악의 하락일까지 피했다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맞는 얘기다. 문제는 두 시기가 대부분 맞붙어 있다는 점이다. 역대 최고 상승일 상위 10일 중 4일이 역대 최악 하락 기간에 몰려 있다. 이번 급등 국면에서도 7월 28일에 10.84% 폭락하고 사흘 뒤 17.91% 올랐다. 그 짧은 시간에 정확히 나갔다 들어오는 일을 그것도 반복해서 꾸준히 해내야 한다. 필자의 투자 인생 25년간 그런 투자자를 본 적이 없다.
사고팔기를 반복하면 감이 늘 것 같지만 데이터는 반대다. 브래드 바버와 테런스 오딘이 논문 ‘거래는 당신의 부에 해롭다’에서 개인 계좌 6만 개를 6년간 추적한 결과, 거래가 가장 잦았던 집단의 연평균 수익률은 11.4%였다. 같은 기간 시장은 17.9% 상승했고, 거래가 가장 뜸했던 집단은 18.5%를 벌었다. 열심히 사고판 쪽이 가만히 둔 쪽보다 연 7%p 이상 뒤처졌다.
종목보다 자산배분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말고 버티라는 뜻은 아니다. 버티기를 인내심 문제로 접근하면 대부분 실패한다.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의 전망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같은 크기의 이익이 주는 기쁨보다 손실이 주는 고통을 2배 이상 크게 느낀다. 인내심이 약해서가 아니라, 원래 손실을 견디기 어렵다는 얘기다.
해법은 시장에 발을 담근 채로 변동성을 줄이는 것이다. 종목을 잘 고르기보다 자산을 나누면 된다. 고영은·정재만의 연구에 따르면 국내 연기금 20곳의 성과 변동 중 97.7%는 자산배분으로 설명됐다. 무엇을 언제 사고파느냐보다 무엇을 얼마나 담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를 한국 주식과 미국 주식에 각각 25%, 한국과 미국 30년 국채에 각각 15%, 금에 20%를 담고 매달 비중을 원래대로 조정하는 조합으로 검증해봤다. 2000년 1월부터 2026년 6월까지 연평균 수익률은 10.90%로, 같은 기간 코스피(10.14%)보다 높았다.
눈여겨볼 것은 수익을 내는 과정에서 겪는 위험이다. 이 조합은 연 변동성 9.25%, 최대 낙폭 16.1%, 전 고점 회복 기간 12개월을 기록했다. 코스피는 각각 23.77%, 49.2%, 39개월이었다. 비슷한 수익률을 내면서도 자산배분은 완만한 평지, 코스피는 정글 속 비포장도로를 달린 셈이다.
물론 자산배분 조합도 손실을 피하지는 못한다. 2022년처럼 주식과 채권이 함께 빠진 해에는 16.1% 손실을 봤다. 다만 같은 해 코스피는 23.2% 빠졌다. 2000년 이후 코스피가 하락한 137개월에도 코스피가 4.6% 빠질 때 이 조합은 0.5% 내리는 데 그쳤다. 금과 채권, 달러 자산이 주식과 다르게 움직인 결과다.
7월 31일 급등이 하락의 끝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외환위기 때는 전 고점 회복에 87개월, 금융위기 때는 26개월이 걸렸다. 하루 반등으로 국면을 판단하는 것 역시 또 다른 타이밍 맞추기다.
지금 확인할 것은 시장 방향이 아니라 포트폴리오 구조다. 3가지만 점검해보자. 첫째, 현 낙폭을 3년간 견딜 수 있는가. 둘째, 주식이 빠질 때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자산을 나눠 담았는가. 셋째, 오르거나 내릴 때 무엇을 사고팔지 규칙으로 정했는가. 답하지 못한다면 다음 급등에도 시장 밖에 서 있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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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에 시장을 떠난 투자자는 가장 큰 반등을 놓치기 쉽다. 챗GPT 생성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