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TSS 대신 새 분리항로 검토…이란 “현행 항로 부적합”
이란 강경파, 美 군사력 철수·전쟁 피해 배상 등 6대 조건 제시
美 “상선 안전 운항이 우선…이란 약속 검증·기뢰 제거 필요”
◆…오만 무산담 반도에서 본 호르무즈 해협 선박들. 사진=로이터통신이란과 오만이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관문인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항 정상화를 위한 협상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란이 미국을 상대로 전쟁 피해 배상과 제재 해제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8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란과 오만 간 해협 정상화 논의가 최종 단계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양국이 조율 중인 합의안 초안을 보면 기존 통항분리제도(TSS)를 대신해 페르시아만 진입 선박은 이란 관할 수역을, 진출 선박은 오만 관할 수역을 이용하는 분리 항로를 신설할 예정이다.
이란의 직접적인 통행료나 서비스 수수료 징수는 제한되지만 보안 유지와 수색·구조 등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금전적 지급 가능성은 열어둔 것으로 전해졌다.
아라그치 장관은 기존 TSS 항로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존 항로가 이란 관점에서 더 이상 선박 통항에 적합하지 않은 만큼 새로운 TSS를 마련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실무 차원의 항로 협상은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이를 곧바로 호르무즈 해협의 전면 재개방으로 연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란 내부의 정치적 견해차와 함께 미국을 향한 강경한 조건이 제시되면서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현재 이란 내부에서는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협상파와 대미 압박을 주장하는 강경파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현재 이란이 국가적 결속과 국력을 갖춘 만큼 합의에 도달하기에 적절한 시점"이라며 "영원히 싸울 수는 없으며 언젠가는 분쟁을 끝내야 한다"고 외교적 타결을 강조했다.
반면 안보 수뇌부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호르무즈 해협을 전략적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
모하마드 바게르 졸가데르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미국이 이란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중단하고 전쟁 피해를 배상하기 전까지는 해협을 개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미국의 이란 공역·해역 내 군사력 철수, 대이란 제재 해제, 동결 자산의 조건 없는 해제뿐만 아니라 레바논·팔레스타인·예멘·이라크 등 연계 세력에 대한 군사 행동 중단도 요구사항에 포함시켰다.
호세인 모헤비 IRGC 대변인 역시 "호르무즈 해협은 단순한 경제 수로가 아니라 이란의 지정학적·전략적 영향력을 보여주는 핵심 자산"이라며 "미국이 이란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역내 개입을 중단해야만 해협 재개방이 가능하다"고 못박았다.
미국 정부는 협상 진전에 대한 과도한 낙관론을 경계하며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측으로부터 상선에 대한 통행료 부과 및 발포 포기 약속을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란의 발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실제 행동을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걸프 지역 국가들과 안전한 선박 통항 방안을 논의 중"이라면서도 "전쟁 초기 이란이 대량 부설한 기뢰 제거와 해상 교통 체계 정비가 선행되어야만 통항 정상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