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국보법 수사받자 문닫은 여행사… 피해자 수백명 소송 검토

[사건 인사이드]
청소년 교육여행 전문 업체 표방
학생들 해외 체류 중 “영업 중단”
회사 대표, 대학 때 한총련 활동
작년엔 가입비 5000만원 상품도

9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A여행사 사무실. 최근 경찰이 압수수색한 곳이다. 출입문에 우편물 도착 안내서 6장이 붙어 있다. /강혜진 기자 9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A여행사 사무실. 최근 경찰이 압수수색한 곳이다. 출입문에 우편물 도착 안내서 6장이 붙어 있다. /강혜진 기자
“경찰이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업무 마비 상태입니다. 모든 여행 진행을 중단합니다.”

여행업체 A사는 지난 5일 자사 상품으로 자녀를 유럽에 보낸 학부모들에게 이런 내용을 담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A사는 그러면서 학부모들에게 “한국으로 돌아오기 위한 항공권과 호텔 경비가 부족하다. 1인당 50만원씩 추가로 입금해달라”고 안내했다. 당시 A사 여행 상품을 이용해 해외에 체류한 사람은 300여 명으로 알려졌다.

청소년 교육 여행 전문 업체를 표방해온 A사는 2010년부터 키즈·청소년·대학생 여행 상품을 판매해왔다. 그런 A사가 돌연 영업을 중단하자 피해자들은 오픈 채팅방을 만들어 대응에 나섰다. 9일 기준 오픈 채팅방에는 1000여 명이 모였다. 피해자들은 A사를 상대로 단체 소송을 검토 중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A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과는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A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6월 민중민주당 전·현직 간부 9명을 국보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런데 이 사건에 A사 경영진이 연루됐을 가능성을 경찰이 수사 중이란 것이다.

A사 대표는 대학 재학 시절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에서 활동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A사는 입장문을 통해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두 차례 세무조사를 받았고, 윤석열 정권 때 압수수색과 직원들의 출국 금지로 큰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자금난을 겪어오던 A사가 경찰 수사를 핑계 삼아 영업을 중단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압수수색에선 수사에 필요한 자료만 확보했을 뿐, A사 계좌를 동결하거나 회사 영업에 필요한 컴퓨터나 휴대전화를 압수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 A사는 지난해 12월 가입비가 5000만원인 멤버십 상품도 내놨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한 차례씩 A사의 여행 상품을 이용한 뒤 5년 후 납입한 5000만원을 돌려받는 조건이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돈을 미리 받고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일은 드물다”고 했다. 지난해 A사가 일방적으로 취소한 여행 상품 가운데 현재까지도 환불이 이뤄지지 않은 사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사와 같은 주소지를 사용하는 다른 여행업체에서도 비슷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A사가 본사로 등록한 주소지에는 A사 외에도 여러 법인이 함께 입주해 있다. 이 가운데 여행업체 B사도 지난 4일 예정됐던 여행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고 한다.

그냥 목록으로
원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