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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1인치] 지금은 숨 고를 때? 곽상언의 길은 왜 외로울까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줌인 : 곽상언 민주당 의원의 외로운 반대
줌아웃 : 여야 모두 기다린다는 '때'는 올까


7월31일 국회에서 열린 7월 임시국회 제3차 본회의에서 전날 상정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재석의원 178명 중 찬성 175명,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되어 전광판에 보여지고 있다. 국민의힘이 퇴장한 가운데 민 7월31일 국회에서 열린 7월 임시국회 제3차 본회의에서 전날 상정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재석의원 178명 중 찬성 175명,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되어 전광판에 보여지고 있다. 국민의힘이 퇴장한 가운데 민주당 당론으로 추진된 개정안에 곽상언 의원이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이소영 의원은 기권했다. ⓒ연합뉴스

정치는 멀리서 조망할 때와 가까이서 들여다볼 때 서로 다른 모습을 드러낼 때가 많습니다. [정치 1인치]는 정치권에서 벌어진 한 장면을 가까이 '줌인'해 들여다보고, 다시 '줌아웃'해 그 장면을 만든 배경과 맥락을 짚어봅니다. 익숙한 정치의 풍경을 조금 다른 거리와 각도에서 바라보겠습니다<편집자주>.

[줌인] 곽상언 민주당 의원의 외로운 반대

반대 1명.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오른 7월의 마지막 날, 국민의힘이 불참한 채 이뤄진 표결. 전광판 속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름 옆에 여당에선 유일하게 '반대'가 찍혔습니다. 법안이 처리되기 전까지 민주당에선 여러 의원들이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며 공개적으로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이소영 의원만이 기권했고 모두 당론에 따라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민주당을 제외하고는, 개혁신당의 이주영 의원이 곽 의원과 함께 '유일무이'하게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곽 의원을 향해 즉각 '노무현 전 대통령을 욕보이지 말라' '탈당하라' 등 강성 지지층의 비난이 이어졌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된 반응이었습니다. 법이 통과되기 전에도 곽 의원은 물론, 예외적으로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허용하는 수정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의원 11명에게 이미 '검개(검찰개혁) 11적'이라는 비난과 문자 폭탄이 쏟아지던 터였기 때문입니다.

이후 곽 의원에 힘을 싣거나 그에게 향한 비난을 자제시키려는 움직임은 사실상 당내에서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일반 민심과 분명한 괴리를 보연 형소법 처리 과정에 대한 지적도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실제 취재를 해보면, 수면 아래에선 "당의 의사결정이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결코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이 목소리들은 늘 가라앉아만 있는 걸까요?

정청래, 김민석 당 대표 후보가 8월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순회경선 합동연설회에서 미소 짓고 있다. ⓒ연합뉴스 정청래, 김민석 당 대표 후보가 8월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순회경선 합동연설회에서 미소 짓고 있다. ⓒ연합뉴스

[줌아웃] 여야 모두가 기다린다는 '때'는 올까

강성 당심을 바탕으로 당론이 결정되고, 이와 다른 목소리를 낸 의원에게 비난이 집중되는 이 모습은 기시감이 큽니다. 강성 지지층이 만드는 정치는 직접민주주의, 팬덤 정치, '웩더독(꼬리가 몸통을 흔든다, wag the dog)' 등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리며 언제부턴가 당의 주요한 결정마다 짙은 영향력을 발휘했습니다.

이런 흐름이 중도층과 일반 유권자로부터 당을 멀어지게 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은 늘 있었고 지금도 존재합니다. 이번 형소법 개정안 통과와 같은 정치문법이 여당에서 계속된다면 이재명 정부의 중간평가가 될 2년 후 총선, 특히 그보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선고 결과에 따라 당장 내년에 치러질 수 있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또 쓴 패배를 맛보게 될 거란 실질적 우려도 들려옵니다.

그런데도 왜 이런 목소리가 터져 나오지 않는지 물으면 비슷한 답이 돌아옵니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는 겁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이재명 정부가 아직 임기 초반이란 점입니다. 물론 최근 '명청대전'이란 이름으로 당정 간 이견이 노출되고 있고, 형소법 개정안 처리에서도 이 대통령과 당 주류 간 온도차가 감지됐지만 아직은 서로 보폭을 맞춰 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흐름에 반기를 들었다간 그냥 '모난 돌이 정 맞는 꼴'만 된다는 겁니다.

더 중요한 변수도 있습니다. 바로 지금이 민주당의 차기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한창이란 점입니다. 정청래·김민석 후보가 초박빙 격돌을 벌이고 있어 어느 쪽으로 당내 권력 추가 기울지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당선된 당대표는 차기 총선 공천권을 갖는 강력한 당권을 쥐게 됩니다. 당내 헤게모니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굳이 지금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낼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 작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의 학습효과도 있을 겁니다. 2021년 4·7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초선 의원들이 조국 사태 등에 대해 당시의 주류 세력에게 반성을 요구했다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초선 5적'으로 찍힌 바 있었습니다. 일상이 어려울 정도의 문자폭탄을 받았고, 이들은 이내 고개 숙여 사과했습니다. 이재명 대표 체제에선 비명계 의원들을 향해 '수박'이라는 멸칭이 따라붙었고 2024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친명계는 살아남고 비명계는 탈락한다는 '친명횡재 비명횡사'가 횡행했습니다. 공천이 그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의원들에게 '비주류의 길'은 실질적 위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는 겁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강성 지지층, 그리고 그들에 의해 움직이는 당 실권자들에게 잘못 보이면 어떻게 되는지를 우리는 여러 차례 목도했다"며 "다음 공천을 못 받을 수도 있겠다는 불안이 현실이 될 수 있는데 어느 누가 쉽게 반대 깃발을 들겠나"라고 전했다. 곽 의원의 길이 외로운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릅니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이어진 7월17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이어진 7월17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라고 다를까요? 답답한 정도로는 어쩌면 민주당보다 더 한 상황일 수 있습니다. 번번이 휘청이면서도 계속 유지되고 있는 장동혁 대표 체제를 향한 우려는 사방에서 들려옵니다. "장 대표의 얼굴로는 그 어떤 선거에서도 이길 수 없다" "장 대표가 저렇게 버티고 있으면 안 된다"는 걱정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줄어들다 못해 거의 가라앉은 상황입니다. 당 윤리위 징계 대상이 된 중진 조경태 의원 정도가 장 대표의 징계와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뒤따르는 목소리는 크지 않습니다. 여기서도 "때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장 대표를 당장 끌어내릴 현실적인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게 이유인데, 일각에선 총선 공천권을 누가 가질지 차기 당권 구도가 명확치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일 필요 없다는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때를 기다리는 동안 장 대표를 지지하는 강성 당원들의 목소리는 더욱 당을 장악해가고 있습니다. 일례로 최근엔 '당원의힘'이라는 홈페이지를 통해 소속 의원들에게 직접 손쉽게 전화와 문자를 할 수 있도록 만들기도 했습니다. 장 대표에게 충분히 힘을 싣지 않는다는 이유로 투톱 정점식 원내대표에게까지 문자폭탄이 쏟아지고 있는 형국입니다. 장 대표는 장외로 나가 이들을 더욱 결집하고 북돋으며 호응합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좋든 싫든, 행동하는 강성 당원들의 표심을 마냥 무시하고 갈 순 없는 상황"이라며 "어떻게 이 흐름을 막을 수 있을지 현재로선 막막하다"고 토로했습니다.

당론에 반하는 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으로서 마땅한 소신일까요, 당을 있게 하는 당원들을 배반하고 결집을 해치는 분탕일까요? 수면 아래 우려를 품고 '때'라는 것을 기다리는 동안 당의 방향은 당장 목소리 내는 사람들이 결정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기다린다는 '때'는 과연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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