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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계산된 '언론과의 전쟁'…때릴수록 지지층 뭉친다

[김은별 미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법무부, '네이비실 北 침투 실패' 보도 NYT 기자에 소환장
공화당 지지층 미디어 신뢰도 8%…트럼프 공격할수록 결집


'연방의회는 종교를 세우거나 자유로운 종교 활동을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또한 언론 또는 출판의 자유, 평화로운 집회의 권리 및 정부에 탄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어떠한 법률도 만들어서는 안 된다.'

미국의 수정헌법 제1조는 종교, 언론, 출판, 집회, 청원의 자유를 보장하는 핵심 기본권 조항이다. 미국 권리장전의 일부로, 정부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법률을 만들지 못하도록 금지한다. 

이러한 헌법적 보호에도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뉴욕타임스(NYT) 등 레거시 언론 기자들을 상대로 소환장을 보내고 취재원을 밝히도록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대상이 된 언론 대부분이 트럼프 행정부에 비판적 보도를 해온 매체라는 점에서 논란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는 1기 때부터 언론을 '국민의 적'이라고 비난해 왔다. 최근에는 단순한 수사를 넘어 정부 권한을 활용해 비판적 언론을 직접 압박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를 두고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보수층 결집을 노린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언론인을 상대로 압박을 강화한다는 논란은 최근 NYT 기자에 대한 소환장 발부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불거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8월2일 백악관으로 돌아가던 중 에어포스원(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A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8월2일 백악관으로 돌아가던 중 에어포스원(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AP 연합

트럼프, '정부 비판' 언론에 릴레이 '소송 폭탄'

8월1일 NYT는 미 법무부가 지난 2월 NYT 프리랜서 기자 매튜 콜에게 연방 대배심 출석을 요구하는 소환장을 발부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환장은 지난해 9월 콜 기자가 쓴 '북한을 겨냥한 2019년 미 해군 작전 내용에 대한 기사' 취재원을 밝히도록 요구하는 내용이다. 콜 기자는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북한과의 핵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네이비실 특수부대가 북한 해안에 침투해 김정은 도청을 시도했으나, 민간인을 태운 배가 나타나 작전이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수사관들은 기사 취재원을 밝히기 위해 콜의 2년치 취재 기록을 확보하려고 시도했다. 

NYT 측은 "이는 정부가 언론인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는 사례로 모든 미국인이 우려해야 할 사안"이라며 "취재원 공개 요구는 국민이 알 권리를 가진 정보 공개를 막으려는 행정부의 또 다른 공격"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수사 자체에 대해선 논평을 거부했지만, 국가안보 정보를 불법적으로 유출한 사람들을 찾아내기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전쟁 관련 백악관 논의를 다룬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전용기 에어포스원 관련 안보 우려를 지적한 NYT 기사에 대해서도 기자들에게 자료 제출을 요구하거나 소환장을 발부했다. 베네수엘라에서의 미군 작전을 취재했던 워싱턴포스트(WP) 기자도 소환장을 받았다. 지난 1월 FBI 요원들은 정부 계약업자의 기밀 자료 취급 관련 수사 일환으로 WP 기자 자택을 수색하는 이례적 조치를 취했다.

민주·공화 양당 정부 모두 기밀 유출 수사를 진행한 전례는 있지만, 언론인을 상대로 취재원 공개를 요구하거나 취재 장비를 압수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수정헌법 제1조를 옹호하는 단체들은 이러한 조치가 탐사보도와 내부고발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과거였다면 대통령이 주요 언론을 공개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따르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 언론 환경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언론 신뢰도는 28%로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특히 공화당 지지자들이 바라보는 언론 신뢰도는 8%로 급락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의 언론 신뢰도는 51%로 비교적 높긴 하지만, 역시 역대 최저 수준이다. 

보수언론의 막강 영향력에 변하는 언론사들

젊은 층의 언론 신뢰도는 더욱 낮다. 최근 3년간 65세 이상 성인의 43%가 미디어를 신뢰하는 반면, 그보다 젊은 층에선 언론 신뢰도가 28%를 넘지 못했다. 다시 말해 트럼프 대통령의 미디어 공격은 정치적 위험보다 이익이 더 큰 행동이 된 셈이다. 특히 공화당 지지자들의 경우 이미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 터라, 언론을 공격하면 오히려 공화당 지지자들의 결집력을 높일 수 있다.

뉴스 소비 방식 역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5분의 1(21%)이 소셜미디어에서 뉴스를 접한다고 답했다. 18~29세는 37%가 소셜미디어로 뉴스를 접한다고 밝혔다. '레거시 미디어'로 뉴스를 접하는 경우가 줄어든 데다 신뢰도도 떨어진 만큼 정부에서 공격하기 더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언론사들의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WP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인수한 이후 편집 방향과 사설 논조를 둘러싸고 내부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칼럼니스트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보수적 색채가 강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언을 구하는 인물로 알려진 마크 티센 WP 칼럼니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봉쇄 조치를 '천재적'이라고 평가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을 지지했다.

공영방송 CBS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가 파라마운트 경영권을 장악한 지 몇 주 만에 트럼프의 측근을 옴부즈맨으로 임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현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는 전 폭스뉴스 앵커다. 트럼프 행정부가 폭스뉴스 출신을 주요 정부 직책과 자문직에 잇따라 발탁하자 자연스럽게 폭스뉴스에서 다루는 담론과 논점도 더 힘을 받게 됐다.

보수 강경파 뉴스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힘을 얻고, 레거시 미디어가 공격당하면서 위축된 탓에 독자들의 뉴스 선택적 소비는 점차 심화하고 있다. 특히 소셜미디어로 주로 뉴스를 소비하는 독자들은 알고리즘이 계속 비슷한 성향의 뉴스만 보여주는 탓에 다른 논점을 볼 기회가 줄어든다. 보수와 진보는 각기 다른 플랫폼에서 뉴스를 소비하고, 서로 다른 사실을 믿으며 평행선을 달리는 셈이다.

미국 사회 미디어 공론장은 정부와 언론의 갈등, 레거시 미디어의 영향력 약화, 정치 양극화가 맞물리면서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과의 전쟁'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과연 미국 언론이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한 자유를 넘어 사회적 영향력도 회복할 수 있을지가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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