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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은 둘째·셋째가 기본"… 반도체 지도 따라 '출산율' 뛰었다

<1> 반도체 강국의 명암
반도체 팹 공장 지역 5곳 출산율 0.9명
동탄 온 이유 "회사 가깝고 젊은 도시"
식당 나가고 학원 들어오는 동탄 상권

편집자주

대만은 세계가 주목하는 ‘반도체 성공 신화’를 썼다. 하지만 화려한 성공 뒤에는 양극화를 비롯한 그늘도 짙다. 한국도 전국에 반도체 생산 거점을 확대하며 대만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한국일보는 대만 현지 취재를 통해 반도체 강국의 두 얼굴을 살펴봤다.

7월 29일 오전 11시쯤 경기 화성특례시 동탄구의 한 백화점에서 열린 슬라임 팝업 행사를 찾은 부모와 어린 자녀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문지수 기자 7월 29일 오전 11시쯤 경기 화성특례시 동탄구의 한 백화점에서 열린 슬라임 팝업 행사를 찾은 부모와 어린 자녀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문지수 기자




"산부인과 의사가 이 동네는 둘째, 셋째가 기본이래요. 저도 둘째까지 낳으려고 계획 중이에요."

7월 29일 삼성전자 연구원으로 일한 지 15년 됐다는 만삭 임신부 신정원(39)씨가 자신의 가족 계획을 말했다. 그는 3년 전 경기 화성특례시 동탄구 역세권 중심지로 거처를 꾸렸다. 직장과 가깝고 아이들이 많은 젊은 도시라는 게 마음에 들었다. 육아휴직 중인 신씨가 이날 콧바람을 쐬러 향한 곳은 집 바로 아래에 위치한 백화점 문화센터. 백화점 주변에는 평일 오전인데도 자녀 손을 잡거나 유아차를 끌고 다니는 젊은 부모들로 북적였다.

신씨가 최근 직장 동료들과 나눈 대화 주제는 성과급이다. 그는 비반도체 부서 소속이라 억대 성과급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사내에선 '3년간 30억 벌어 은퇴하겠다'는 식의 얘기가 자주 들린다고 했다. 신씨는 "주위에서 '시간, 돈 많이 드는 의대보다 반도체가 낫지 않냐'고 한다"며 "호황이 지속된다면 우리 아이도 반도체 회사로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대만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반도체 지도를 따라 출산 지표가 갈리고 있다. 한국일보가 국가통계포털 자료를 토대로 팹 공장이 있는 반도체 단지 5곳(경기 용인·화성·평택·이천·충북 청주)의 합계출산율 평균치를 따져보니 0.9명(2024년 기준)으로, 전국 평균(0.75명)보다 20% 높았다. 특히 동탄이 위치한 화성시는 1명을 넘어섰다.

그래픽=박종범 기자 그래픽=박종범 기자

화성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출생아는 8,116명으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1위였다. 경기도 전체 출생아 7만7,702명 중 화성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10.4%에 달한다. 10명 중 1명이 화성에서 태어난 셈이다. 화성에는 학생도 많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보면, 올 7월 기준 화성시 학령인구(7~18세)는 13만8,763명으로, 인구 대비 학령인구 비중(13.9%)이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가장 높다. 화성시 학생들의 절반 이상은 동탄(7만2,084명)에 살고 있다.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생겨난 양질의 일자리는 젊은 고소득 직장인과 그 가족을 화성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두 살 터울 학령기 딸 둘을 키우는 김선희(44)씨는 "반도체 협력업체에서 외벌이하는 남편의 출퇴근 부담을 덜어주려고 4년 전 동탄으로 이사 왔다"고 말했다.

화성시연구원이 2014년부터 전출입 신고서 10년치를 분석한 결과, 들어온 사람과 나간 사람의 차이를 나타내는 '순인구이동자' 가운데 20대와 30대가 33.6%(54만9,022명 중 18만4,822명)를 차지했다. 젊은 인구의 유입이 두드러진다는 의미다. 전입 사유로는 직업(36%)이 가장 높았고, 주택(27.8%)과 가족(25.6%)이 뒤를 이었다.

화성시 직장인들은 급여도 높은 편이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화성시의 1인당 급여 총계는 5,348만 원으로, 서울 15개 자치구(강남·서초·용산 등 10곳 제외)보다 높은 수준이다.

7월 29일 경기 화성시 동탄구 역세권 상가에 학원들이 빽빽히 들어서 있다. 문지수 기자 7월 29일 경기 화성시 동탄구 역세권 상가에 학원들이 빽빽히 들어서 있다. 문지수 기자

소비 여력이 높은 젊은 부모들은 교육비를 아끼지 않았다. '반도체 키즈' 박현민(15)군은 "국영수 학원 3곳을 다니는데 친구들과 비교하면 적은 편"이라며 "친구들은 과학 등 다른 과목도 단과 수업을 따로 듣는다"고 했다. 중학생 딸에게 학원 4곳을 보내고 있다는 40대 양모씨는 "지역화폐를 충전하면 10%를 더 얹어줘서 학원비 결제에 쓴다"며 "엄마들도 매달 1일이면 충전하려고 알람을 맞춰두고 대기한다"고 말했다.

교육열이 높다 보니, 동탄 역세권 내 주요 상권은 모두 학원가로 꾸려져 있다. 대부분 건물에는 2층부터 꼭대기 층까지 학원들이 촘촘히 들어섰고, 20개 넘는 학원이 입점한 건물도 여럿 있다. 조수현 부동산공인중개사는 "식당은 하나둘씩 빠져나가고 학원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빅데이터 플랫폼 '소상공인365'에 따르면, 5월 기준 동탄(행정동 9개)의 입시·교과 학원은 총 1,962개로, 사교육 메카인 대치동(행정동 3개·1,293개)보다 많다. 이렇게 학원이 많아도 상담하고 등록하려면 대기는 기본이다. 학생들이 몰려들다 보니, 역세권 중심가의 한 단과 학원은 40명 정원 수업 반이 13개까지 늘어났다.

동탄의 상위권 학생들에게는 공대가 의대만큼 매력적인 선택지다. 국어학원을 운영하는 김희원(41)씨는 "반도체 산업 호황과 번듯한 부모 직장의 영향으로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의 공대 선호도가 매우 높다"며 "의대를 준비하는 학생들도 '안 되면 공대 가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6 타이완 리포트

  1. ① <1> 반도체 강국의 명암 : 양극화 덮친 대만
    1. • "고연봉 아빠 뒤엔 독박 육아"… 대만, '반도체 신화' 그늘 들여다본다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72912000003603)
    2. • 세계 최저 출산율 대만… 'TSMC 키즈'는 넘쳤다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72923100005737)
    3. • "동탄은 둘째·셋째가 기본"… 반도체 지도 따라 '출산율' 뛰었다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73013590005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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