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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국회의장 우원식의 쓴소리 “민주당 전대, 이대로는 안 된다”

전임 국회의장인 우원식 의원은 7월29일 〈시사IN〉과 인터뷰에서 “이겨야 할 선거에서 져놓고도 반성이 없다. 민주당 꼴이 말이 아니다”라고 날카롭게 비판했다.우원식은 12·3 계엄 해제안 가결을 주도한 전임 국회의장이다. 서울 노원구에서 5선을 한 중진 의원이기도 하다. 7월29일 〈시사IN〉과 인터뷰에서 그는 “이겨야 할 선거에서 져놓고도 반성이 없다. 민주당 꼴이 말이 아니다”라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우원식 전 의장은 더불어민주당의 ‘왼쪽 날개’로 불리는 ‘을 지키는 민생실천위원회(일명 을지로위원회)’를 창설하고 활동해왔다. 2013년 남양유업 사태를 계기로 설립된 을지로위원회는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불법파견, 택배 기사 과로사, 쿠팡 개인정보 유출, 홈플러스 사태까지, 서민의 삶과 얽힌 한국 사회의 굵직한 문제에 대응해왔다. 올해 5월 국회의장 퇴임 후 을지로위원회 활동에 전념하겠다고 밝힌 그에게 민주당이 나아갈 방향을 물었다.

우원식 전 국회의장은 “민주당이 양극화와 싸우는 정당이라는 슬로건을 걸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시사IN 박미소 우원식 전 국회의장은 “민주당이 양극화와 싸우는 정당이라는 슬로건을 걸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시사IN 박미소

뜨거운 현안부터 물어야겠다. 7월28일 조정식 국회의장이 “현직 대통령의 연임은 국민의 선택”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이후 “현직 대통령의 연임은 개헌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발언이었다고 본다. 헌법에 연임 혹은 중임 개헌을 하더라도 제안 당시 대통령에게 적용되지 않게 되어 있다(헌법 제128조 2항). 그렇기에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개헌은 불가능하다. 어떤 개헌이든 국민의 선택이겠지만, 대통령 연임 문제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는 건 전혀 적절치 않으며 국민의 뜻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조정식 국회의장도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개헌이 가능하다고 생각해 발언한 것은 아닐 테고, 본인이 해명했듯 원론적인 차원에서 얘기한 게 아니겠나.

전당대회를 둘러싸고 당권 경쟁이 과열되자 민생은 뒷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잘못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당연히 이겨야 했을 6·3 지방선거에서 이기지 못했다. 그걸 잘 반성할 토대를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같이 당권 투쟁을 하면 되겠나.

민주당은 지난 1년간 내란 극복을 앞세워왔다. 국민의 삶도 살펴야 하는데 나머지 가치를 다 뒤로 미뤄두고 내란 극복에만 너무 집중해온 것 아닌가 싶다. 제도적으로 민주주의가 아무리 완벽하더라도 국민의 삶이 민주주의를 통해서 개선되지 않으면 그 민주주의는 허약하기 짝이 없다. 바다에 떠 있는 항공모함도 바다가 뒤집히면 같이 뒤집힌다.

언론개혁, 검찰개혁, 사법개혁처럼 민주주의의 틀을 확고히 다지는 과제가 중요치 않다는 게 아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국민이 보시기에 이미 충분히 할 만큼 했다고 본다. 내란 청산을 위한 틀은 만들어졌고, 잘못한 사람에 대한 처벌은 사법부가 할 것이다. 내부에서 정교하게 토론해야 할 작업을 미숙하게 겉으로 드러내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지난 1년간 이재명 정부가 주식시장이나 부동산, AI까지 새로운 비전을 만들면서 성장에 방점을 찍고 성과를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그걸 지원하면서도 그로 인한 성과가 일부에게만 가는 게 아니라 전 국민에게 가도록 해야 한다. 그게 집권 여당, 다수당으로서 해야 할 구실이다.

7월29일 서울 마포구 MBC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김민석, 정청래, 송영길 후보(왼쪽부터)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7월29일 서울 마포구 MBC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김민석, 정청래, 송영길 후보(왼쪽부터)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7월30일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었다. 이 문제로 당 안팎에서 논쟁이 일었다.

검찰의 수사권이 없어지고 경찰이 수사 권력을 다 가졌을 때 국민적인 피해가 생길 수 있다. 그걸 어떻게 보완할지에 대해 당 안에서 꼼꼼히 살펴보고 국민을 안심시키면서 논의를 한 뒤 발표했으면 되는 문제다. 그런데 이 문제가 전당대회를 위한 정쟁처럼 돼버렸다.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내부에서 싸우는 모습을 국민에게 다 드러내 보인 것은 집권 여당이 갖춰야 할 자세가 아니다. 국민들이 (우리 당이) 논의하는 과정 자체를 굉장히 불안하게 보고 계시다.

민주당은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다수는 이념이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모인 사람이나 기득권이 아니다. 소외당하고 어려움을 겪어온 사람들로, 민주당을 통해 자기 삶이 개선되길 원하는 이들이 대다수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그걸 잊어버리고 있는 것 같다. 민주당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당인가? 강남좌파를 위한 정당인가? 무엇을 목표로 권력을 잡으려 하나. 당이 단순히 권력을 잡기 위한 도구가 되어버리면 민주당을 지지하는 국민이 돌아와주시기 어렵다.

국민은 민주당에 이미 여러 번의 기회를 주셨다. 김대중 정부 때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루어냄으로써 기회를 줬고, 그걸 이어받아 노무현 정부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그때도 갈등이 컸고 국민 관점에서 ‘(민주당이 정권을 잡는다고 해서) 내 삶이 나아지지 않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에, 경제를 전면에 내세운 이명박이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나. 우리가 갖고 있던 기회를 한 번 놓친 셈이다. 당시 민주당의 실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면서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졌다. 2017년에 먹고사는 문제에서 실망한 국민이 ‘사람이 먼저다’를 내건 문재인 대통령을 당선시켰다. 다시 기회가 온 셈이다. 그런데도 결국 성과를 내지 못해 윤석열 당선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국민 사이에 ‘민주당이 우리 삶을 제대로 개선하지 못한다, 무능한 정당이다’라는 생각이 있었을 거라고 본다.

사실 윤석열 정부가 등장하고 김건희씨의 여러 가지 문제가 많이 드러났다. 광장에서도 진작부터 탄핵하자는 얘기가 나왔지만, 국민이 처음에는 거기에 동조하지 않았다. 민주당을 대안이라고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7년 그 고생을 해서 국민이 박근혜 탄핵과 정권교체를 이뤄냈음에도 국민의 삶을 바꾸는 데 실패했으니, 윤석열이 잘못하고 있어도 민주당이 재집권해봤자 또 실패하리란 생각이 있지 않았겠나 싶다. 그러나 윤석열이 불법 비상계엄을 하면서 탄핵되었고, 민주당에 다시 기회가 온 거다. 지금 시기가 매우 중요하다. 정부가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는데 민주당이 내부 정쟁에만 골몰하면서 제구실을 하지 못하면 민주 정부는 이제 꿈도 못 꾸는 위기 상황이 올 수 있다.

민주당이 주목해야 할 한국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뭐라고 보나.

양극화 문제다. 전체적으로 보면 한국의 성장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그런데 그 수혜가 고르게 퍼지지 못하고 있다. 고물가·고금리에 자영업자 연체 빚은 전 분기보다 12.6% 늘었고 도산하는 사람도 훨씬 늘었다. 서울 평균 주택 가격은 올해 5월 10억원을 넘어섰다. 민주주의는 국민 삶이 변화하는 것으로 입증되어야 하지 않겠나. 이런 양극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민주당이 지난 1년간 집중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일을 거의 하지 않았다. 단적으로 민주당은 양극화 문제를 가지고 제대로 된 토론 한번 하지 않았다. 이런데도 과연 민주당이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고 할 수 있겠나.

청년 세대 일각에서는 민주당을 기득권 정당이라고 본다.

지금의 청년 세대는 ‘내가 부모보다 못살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실상 첫 번째 세대다. 산업화 시기에는 청년들이 그래도 열심히 하면 부모보다는 내가 잘살 거라고 생각하면서 희망을 품고 살아왔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는 거다. 괜찮은 일자리도 없는 데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 전까지는 이렇게 심각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아무리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주가가 올라도 투자할 자산이 없는 청년은 극심한 자산 격차 속에서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민주당을 향한 청년 세대의 분노는 바로 여기서 나오는 아우성이라고 생각한다. 대구를 보라. 국민의힘이 기득권이니까 청년 세대가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로 나온 김부겸 전 총리에게 더 많이 투표하지 않았나. 민주당이 ‘나도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고 싶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싶다’라는 청년들의 목소리에 응답하는 당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민주당이 이제는 ‘내란 극복’을 그만 이야기하고 ‘양극화와 싸우는 정당’이라는 슬로건을 걸어야 한다고 보는 거다.

의장직 퇴임 후 을지로위원회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내가 해왔던 정치의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은 을지로위원회를 만들고 ‘을’들을 지키기 위해 현장을 뛰어다니던 때다. 10년의 민주 정부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연이어 들어서면서 반성을 많이 했다. 대선 패배는 국민의 삶이 굉장히 어려운데 그 곁으로 가지 못하는 민주당에 대한 비판이 아닌가를 생각했다. 그래서 2013년 전당대회 때 최고위원으로 출마하면서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표어를 내걸었다. 당시 남양유업 대리점 갑질 사태가 터지면서, 갑의 횡포에 힘이 없어서 억울한 일을 당하는 을들이 우리 국민이고 당이 가야 할 현장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을의 눈물을 닦는다, 을을 지키는 활동을 하자’라는 차원에서 을지로위원회를 만들었다. 국회 청소 노동자 직접고용, 포천 아프리카박물관 착취 문제 해결, 택배 과로사 문제 사회적 합의까지 열심히 활동했다.

‘양극화 해소’라는 과제를 두고 을지로위원회가 할 일이 앞으로도 많을 것 같다.

을지로위원회가 창설된 2013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게 있다.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위험한 상황에 놓여도 제대로 대가를 받지 못하는 을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과거에 비해 AI 등 기술 발전으로 부의 가치를 크게 만들어가고 있는데 배분 구조에서는 소외되는 을들이 나타난다. 특히 청년들이 그 중심에 있다고 본다.

국회란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이 국회의원이라는 대변자를 통해 충분히 토론하고 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사회적 대화의 기능을 가진 곳이다. 을지로위원회가 13년간 앞장서서 그 일을 해왔다. 처음에 특별위원회로 창설된 을지로위원회가 민주당이 민생 정당으로 가는 중요한 조직으로 인정받으면서 상설위원회를 거쳐 전국 위원회까지 확대됐다. 이런 사례는 정당 역사상 을지로위원회가 유일하다.

하지만 을지로위원회에서 담당하는 민생 현안이 당 지도부에서 의제로 거론되지 않는다. 100여 명의 현직 의원이 속한 거대 위원회가 됐지만,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을지로위원회가 앞으로 민생 정책 플랫폼으로 확실하게 서야 한다. 을들의 민원을 해결하는 위원회를 넘어 당의 중심에서 민생 노선을 정립하고 그것에 따라 정부 정책과 예산에 반영되도록 만드는 구실을 해내고 싶다.

2014년 당시 을지로위원회 우원식 위원장(앞줄 가운데)이 노란봉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우원식 의원실 제공 2014년 당시 을지로위원회 우원식 위원장(앞줄 가운데)이 노란봉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우원식 의원실 제공

우리 사회의 ‘잊힌 사람들’을 조명하는 전당대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요즘 지역구에서 시민을 만나다 보면 민주당에 호의적이었던 당원들도 “민주당 꼴 보기 싫다. 당원 투표 아예 안 했다”라고 말씀하신다. 당원들도 그런데 국민은 더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민주당이 더더욱 우리 사회의 ‘잊힌 사람들’을 조명해야 한다. 1930년대 대공황이 왔던 미국을 기억하자. 그 전까지는 공화당이 장기 집권을 했다. 대공황 후 집권한 루스벨트가 ‘잊힌 사람들(The forgotten man)’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며 나섰다. 그러면서 하루 8시간 노동제(공정근로기준법), 노동조합 단체교섭권 보호(와그너법), 농산물가격 안정제, 사회보장법 제정, 대규모 공공주택 건설 등의 정책을 펴나갔다. 그길로 민주당이 약 30년간 미국 정치를 주도하게 된다. 한국 역시 양극화 문제가 미국 대공황 시기 못지않은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불필요한 분열과 갈등을 멈추고 우리 사회의 을들에 다시 주목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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