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제공.사상 최대 실적 행진에도 급락한 SK하이닉스 주가의 향방이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AI) 메모리 호황으로 현금이 빠르게 쌓이고 있는 가운데 회사가 추가 주주환원책 발표 시기를 당초 '연내'에서 '3분기'로 앞당기면서 특별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둘러싼 기대도 다시 커지는 모습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7일 분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375원을 지급한다고 공시하면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추가 주주환원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사항은 3분기 중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연내 시장과 공유하겠다"고 밝혔던 것과 비교하면 발표 시점을 상당폭 앞당긴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8월 중 구체적인 방안이 공개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관심이 커지는 가장 큰 배경은 급격히 불어난 현금이다. AI 서버 투자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 메모리 업황 호조가 이어지면서 SK하이닉스는 5개 분기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이에 따라 잉여현금흐름(FCF)과 순현금 역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SK하이닉스의 FCF가 100조원을 크게 넘어설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2분기 말 순현금 역시 69조4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약 34조원 늘었다. 막대한 현금을 어디에 배분할지가 향후 기업가치 평가의 핵심 변수로 부상한 이유다.
SK하이닉스는 현재 2025~2027년 주주환원 정책에 따라 주당 연간 1500원, 분기당 375원의 고정배당을 실시하고 있으며 FCF 발생 상황에 따라 추가 주주환원과 특별배당도 검토한다는 원칙을 세워두고 있다.
시장에서는 특별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이 유력한 수단으로 거론된다. 지난해에도 기본배당 이외에 실적 성과를 반영한 추가 배당을 실시했고, 약 12조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 전례가 있다.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할 경우 유통주식 수가 줄면서 주당순이익(EPS)과 주당가치가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부 산업계에서는 자사주 매입과 특별 현금배당을 합한 주주환원 규모가 최대 10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자사주 매입 40조원, 현금배당 60조원 안팎의 초대형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회사가 공식적으로 규모나 세부 방식을 밝힌 것은 아니어서 실제 발표안은 달라질 수 있다.
시장 관심이 주주환원에 집중되는 것은 최근 주가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 8일 142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6월24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 298만7000원과 비교하면 약 52% 떨어진 수준이다. 한 달여 만에 주가가 사실상 반토막 난 셈이다.
메모리 업황이나 실적 전망보다는 높아진 주주환원 기대를 회사가 얼마나 충족할 수 있느냐가 투자심리를 좌우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낸드플래시 자회사 솔리다임의 나스닥 상장 추진과 ADR 상장에 따른 주식가치 희석 우려 등이 겹친 점도 부담으로 거론된다.
특히 ADR 상장 이후 글로벌 투자자의 눈높이에 맞는 자본정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미국 메모리 업체 마이크론 등 글로벌 경쟁사들이 보다 적극적인 현금환원 정책을 제시하면서 SK하이닉스 역시 높은 수익성을 주주가치 상승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이번 추가 주주환원책이 단순한 배당 확대를 넘어 SK하이닉스의 밸류에이션을 다시 결정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호황으로 이익이 급증하더라도 막대한 현금이 기업 내부에만 쌓일 경우 주가 재평가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