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지식은 뇌를 자극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GETTYIMAGES |
미국 하버드대 의과대학이 지난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친구를 만나고 자원봉사를 하는 등 관계성을 유지하면서 사회 활동을 하는 노인은 그렇지 않은 또래보다 치매 진단을 평균 5년 늦게 받았다. 평균 80세 노인 약 2000명을 7년간 추적한 이 연구는 사회적 연결이 인지 건강의 강력한 보호막임을 알려준다.
5년은 짧은 기간이 아니다. 한국은 치매 환자 100만 명 시대를 앞두고 있다. 관련 의료비와 간병비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기준으로 환자 인당 연간 약 2000만 원 수준이다. 노인 100만 명의 치료 시작 시점이 5년 늦어진다면 국가가 절감하는 의료비는 2조 원이 된다. 사회 전체 부담이 크게 줄어드는 셈이다. 따라서 치매 예방은 개인에게 맡길 일이 아니다. 노인들이 관계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하나의 해법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이 무상 교육이다. 은퇴 후 학위과정을 밟거나 직업교육을 받고 싶어 하는 시니어의 교육비를 국가가 지원하는 것이다. 새로운 지식, 새로운 사람, 새로운 일상은 뇌를 지속적으로 자극한다. 50~70대를 강의실로 돌아가게 하는 것은 치매를 늦추는 가장 효과적인 투자다. 동시에 청년인구 감소로 재정난에 처한 대학을 살리는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노인을 보호 대상에서 생산 주체로강조할 것은 교육 지원은 끝이 아니라, 출발점이라는 점이다. 배운 것을 실제로 사용할 기회를 일자리와 연계해 제공해야 한다. 규칙적으로 사람을 만나고 책임을 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에 다시 참여하는 순간, 노인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 생산 주체가 된다.
물론 신체 기능이 떨어진 이들을 위한 주간보호센터, 방문케어 등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필요한 것은 노인이 배움 문턱에서 좌절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교육, 직업, 일자리, 돌봄이 선순환적으로 이어져야 진정한 치매 국가책임제가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필자 부친의 웃음은 약에서 온 것이 아니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자각에서 왔다. 치매를 늦추는 가장 강력한 처방은 배움, 일, 그리고 관계다. 국가는 바로 그것에 투자해야 한다. 노인에게 대학 문을 열고, 직업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하며, 다시 일할 기회를 주는 것. 이것이 ‘치매 인구 100만 시대’에 대비하는 가장 인간적이고도 경제적인 길이다.
새로운 지식은 뇌를 자극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GETTY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