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9일 영국 웨스트서식주에서 열린 세계적 자동차 축제 ‘2026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Goodwood Festival of Speed)’ 현장. GETTYIMAGES |
굿우드 페스티벌에서는 일상에서 볼 수 없는 희귀한 자동차와 위대한 역사를 간직한 클래식카들이 시동을 걸고 움직이며 소리친다. 28L짜리 엔진을 탑재한 1910년형 ‘피아트 S76’부터 최신 ‘포뮬러 E’까지 서로 다른 시대의 차가 같은 언덕을 오르는 진귀한 풍경은 자동차 팬들을 설레게 한다.
역사적 레이싱 장면 재현한 ‘굿우드 페스티벌’올해는 1966년 내구 레이스 ‘르망 24시(24 Heures du Mans)’에서 1, 2, 3위를 차지한 ‘포드 GT40’ 3대가 다시 함께 달렸다. 포드 GT40은 전시만으로도 모터스포츠 팬들을 흥분하게 하는데, 당시 우승한 차들로 역사 속 장면을 재현한 것은 꿈이 현실로 바뀐 진귀한 순간이었다. 클래식 레이스카들이 최신 전기차, 양산을 앞둔 신차, 아직 개발 중인 프로토타입과 함께 좁고 험한 ‘힐클라임’ 코스를 달리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굿우드 페스티벌에서 관람객들은 드라이버와 엔지니어를 만날 수 있다. 출발을 준비하는 차를 가까이에서 보고, 정비 중인 차량을 살피며, 한 시대를 대표한 선수와 현재의 스타가 같은 장소를 오가는 장면을 볼 수도 있다. 팬이 행사 완성도를 높이고, 행사는 다시 팬에게 최고 경험을 선사한다.
제조사 입장에서 굿우드 페스티벌은 특별한 신차 발표 무대다. 올해는 르노 ‘알핀 A110’ 개발차, BMW ‘i3’, 페라리 ‘페라리 아말피’, 도요타 ‘GR GT’, 애스턴마틴 ‘DB12 S’ 등 여러 신차와 개발 차량이 모습을 드러냈다. 차들은 곧바로 힐클라임을 달리며 자세와 가속, 소리, 제동을 뽐냈다. 차량 성능과 성격을 짧은 주행으로 검증받은 셈이다.
제조사가 얻는 것은 신차 홍보 효과만이 아니다. 모터스포츠 유산이 부족한 브랜드 차량은 클래식 레이싱카와 함께 코스를 주행하면서 정당성을 얻는다. 굿우드 페스티벌은 참가 기업에 부스 면적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기업이 자동차 문화 증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지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온라인 신차 발표에서는 얻기 어려운 가치다.
굿우드 페스티벌을 통해 시장 변화도 읽을 수 있다. 올해 BYD는 역대 최대 규모의 브랜드 전시 공간에서 BYD 최상위 브랜드 ‘양왕’과 친환경차 브랜드 ‘덴자’ 차량을 대거 선보였다. 유럽 고성능 자동차 문화의 상징과도 같은 곳에서 중국 기업이 가장 큰 무대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통 브랜드들은 새로운 경쟁 상대를 직접 확인했고, 관람객은 세계 자동차산업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음을 체감했다. 참가 기업의 범위도 넓어졌다. 로봇과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우주 및 해양 기술을 다루는 기관과 기업들이 혁신 기술 전시관 ‘굿우드 퓨처 랩(Future Lab)’에 참여한 것이다. 자동차가 소프트웨어, 에너지, 소재, 로봇 산업을 하나로 연결하는 모습이다.
한국 모터쇼, 신차 부족한데 외연만 넓혀굿우드 페스티벌의 성행과 달리 한국 모터쇼는 참가 브랜드를 확보하는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6월 열린 ‘2026 부산모빌리티쇼’에 참가한 완성차 브랜드는 8개였다. 지난해 ‘2025 서울모빌리티쇼’보다 4개가 줄었다. 25개 브랜드가 참여했던 ‘2016 부산모터쇼’와 비교하면 10년 사이 규모가 크게 축소됐다. 완성차 업체들이 모터쇼에 참가할 때 드는 대형 부스 설치 비용에 비해 신차 광고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온라인 발표와 브랜드 단독 행사로 원하는 시점에 메시지를 낼 수 있게 되면서 모터쇼에 참가할 유인도 약해졌다.
올해 부산모빌리티쇼는 팝업 전시와 친환경 자동차 시승장, 오프로드 체험장을 마련해 도시형 축제로의 변화를 시도했다. 방향은 맞다. 하지만 신차와 콘셉트카가 부족한 상황에서 캠핑카, 로봇, 드론 등 전시물 범위만 넓히면 행사의 중심이 흐려질 수 있다. 모빌리티라는 넓은 정의에 해당하면 무엇이든 모아둔 전시회와 자동차 문화를 확장하는 축제는 엄연히 다르다.
한국에는 서킷과 자동차 제조 기반이 마련되어 있으며, 모터스포츠 선수와 다채로운 동호인 문화도 존재한다. 이를 활용해 현대자동차의 모터스포츠 행사 ‘현대 N 페스티벌’은 레이스에 서킷 사파리, 그리드 워크(Grid Walk), 관객 참여 프로그램을 결합해 관람 문턱을 낮추고 있다. 이런 경험을 특정 브랜드 행사뿐 아니라 국내 자동차 축제의 공동 자산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전시 부스에 세워진 신차만으로는 부족하다. 한국 모터쇼가 다시 힘을 얻으려면 전시 면적 확대보다 자동차가 움직일 이유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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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9일 영국 웨스트서식주에서 열린 세계적 자동차 축제 ‘2026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Goodwood Festival of Speed)’ 현장. GETTY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