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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김밥 한줄에 6000원… 김밥에 들어간 '시대적 고통들' [분석+]

더스쿠프 마켓분석
무거운 한끼 김밥 경제학
갈수록 무거워지는 김밥 한 줄
싸지도, 남지도 않는 김밥
서민 음식 이름값 지켜낼까
'서민 음식의 대명사' 김밥. 요즘 김밥 한 줄을 집어 들기가 망설여진다. 기본 김밥은 4000원 안팎, 참치 혹은 치즈김밥은 5000~6000원을 훌쩍 넘어선다. "김밥이 왜 이렇게 비싸졌냐"는 볼멘소리가 나오지만 김밥집도 억울하긴 마찬가지다. '가벼운 한 끼' 김밥은 왜 이렇게 무거워진 걸까.
최근 김밥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김밥플레이션'이라는 말까지 등장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김밥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김밥플레이션'이라는 말까지 등장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이민호(31)씨는 최근 점심시간 분식집을 찾았다가 메뉴판을 보고 깜짝 놀랐다. 4500원이던 참치김밥 가격이 어느새 6000원으로 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민호씨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김밥이었는데, 이제 김밥 한 줄에 라면 하나만 더해도 1만원을 훌쩍 넘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오지은(29)씨도 "예전에는 부담 없이 찾던 메뉴였지만 이제는 가격부터 확인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간편하고 저렴했던 서민의 한끼, 김밥. 하지만 지금은 김밥 한 줄도 가볍게 집어 들기 어려운 시대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 지역 김밥 한 줄 평균 가격은 3838원을 기록했다(이하 6월 기준). 2021년(2731원)과 비교하면 40.5%, 2017년(2154원) 대비로는 78.2% 올랐다(표①).

체감 가격은 더 높다. 동네 김밥집에서도 기본 김밥 가격이 4000원을 넘긴 곳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참치·치즈김밥 등 인기 메뉴는 6000원 안팎에 판매된다. 그야말로 '김밥플레이션(김밥+인플레이션)'인 셈이다.

이런 변화는 물가지수에서도 확인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6월 김밥 물가지수는 143.91로 2021년 6월(104.68)보다 37.5% 올랐다(2020년 100 기준). 같은 기간 전체 외식 물가지수 상승률(24.9%)보다 12.6%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대표적인 '가성비 메뉴'였던 김밥이 외식 평균보다 빠르게 비싸졌다는 얘기다(표②).

김밥 가격 상승의 배경에는 원재료 부담이 자리 잡고 있다. 무엇보다 마른김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다. 마른김(소매·10장) 가격은 1433원으로 2021년(896원)보다 60.0% 상승했다(이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8월 4일 기준). 김 수출 증가와 생산량 감소가 맞물리면서 가격 부담이 커졌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부재료 가격도 크게 올랐다. 오이(중도매·10㎏) 가격은 2만7500원으로 2021년(1만9000원)보다 44.7% 상승했다. 당근(중도매·20㎏) 가격도 24.9% 올랐다(표③). 계란·시금치·참기름 등 다른 재료 가격까지 오르면서 김밥의 원가 부담이 커졌다.

그렇다고 원재료 가격만 오른 것도 아니다. 김밥은 사람 손이 많이 가는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메뉴다. 재료 손질부터 조리, 말기까지 대부분의 과정을 사람이 맡는 만큼 인건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2021년 8720원이던 최저임금은 올해 1만320원으로 올랐다. 내년에는 1만700원까지 인상될 예정이다(표④).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가 시장에서 나타나기 전까지 김밥집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가격 상승이 소비자의 선택을 바꿔놓고 있다는 점이다. '싸고 든든한 한 끼'라는 김밥의 장점이 희미해지면서 소비자들은 김밥 대신 더 저렴한 대체재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실제로 편의점 업계는 이런 수요 변화에 맞춰 저렴한 한 끼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GS25(운영사 GS리테일)가 지난 4월 말 선보인 고단백·저당 삼각김밥은 출시 3개월 만에 250만개 넘게 판매됐다. 외식 김밥 가격이 오르는 사이, 비교적 부담이 적은 간편식으로 소비가 이동했다는 방증이다.

이 때문인지 김밥 대표 브랜드들도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고봉민김밥인(운영사 케이비엠)의 매출은 2021년 348억원에서 지난해 271억원으로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024년 적자로 전환한 뒤 지난해에도 1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김가네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매출은 2021년 371억원에서 지난해 367억원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6억원에서 1억7000만원대로 크게 감소했다.
김밥 가격 상승의 배경에는 원재료 부담이 자리 잡고 있다.[사진|뉴시스] 김밥 가격 상승의 배경에는 원재료 부담이 자리 잡고 있다.[사진|뉴시스]이런 상황을 두고 전문가들은 김밥 업계의 구조적 한계를 원인으로 꼽는다. 이홍주 숙명여대(소비자경제학) 교수는 "김밥은 소비자 마음속에 '싸고 든든한 한 끼'라는 인식이 강해 가격 저항선이 낮다"면서 말을 이었다.

"가격을 올리면 편의점 등으로 손님이 이탈하고, 그렇다고 가격을 유지하면 원가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밥 업계가 풀어야 할 과제는 가성비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수익성을 확보할 방법을 찾는 것인데, 그게 지금 같은 고물가 국면에서 쉽겠는가. 구조적으로 한계가 뚜렷한 업종이다." 김밥 한 줄에 고물가, 원가 부담, 경기침체 등 시대적 고통이 모두 들어있단 거다.

오래도록 서민의 한 끼를 책임졌던 김밥. 치솟는 비용과 달라진 소비 환경 속에서도 '가성비 음식'이라는 이름을 지켜낼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김밥집 사장님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nayaa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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