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방첩사-해병대가 '박정훈 거짓말쟁이' 몰아가기 과정 담겨
황유성 전 방첩사령관 〈출처=연합뉴스〉권창영 2차 종합특별검사팀이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에 관여한 혐의로 황유성 전 방첩사령관과 문연철 전 해병대사령부 방첩부대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오늘(10일) 확인됐습니다.
특검팀은 지난 7일 황 전 사령관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문 전 부대장에 대해서는 직권남용에 더해 면담강요 혐의까지 적용해 영장을 청구했습니다.
특검팀이 전격적으로 방첩사 고위급에 대한 영장을 청구하게 된 배경엔 채 상병 순직 열흘 뒤인 2023년 8월 18일,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과 문 전 부대장이 약 13분에 걸쳐 통화한 녹음 파일을 증거로 확보한 것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지난 2024년 김 전 사령관의 휴대전화에 'VIP 격노' 관련 녹취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한 JTBC는 최근 종합특검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당시 취재한 내용 등을 진술하고 조사에 협조하는 과정에 해당 녹음을 청취했습니다.
그리고 해당 녹음 속에 담긴 대화가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전모를 밝힐 수 있는 결정적인 내용이라고 판단해 보도를 결정했습니다.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 〈출처=연합뉴스〉 "VIP 언급한 적 없다"던 김계환, 방첩부대장과의 대화에선… 김 전 사령관은 2023년 8월 29일 군검찰에 출석해 이렇게 진술했습니다. 군검찰 "피의자(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가 'VIP가 격노하면서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되었다'고 말한 사실이 있나요."
김계환 "그런 사실은 전혀 없습니다. 제가 VIP라는 단어 언급 자체를 한 사실도 없습니다."
그러나 불과 열흘 전인 2023년 8월 18일 문 전 부대장과의 통화에선 이런 대화를 했습니다.
문연철 "사령관님, 히스토리를 (박)정훈이가 알고 있다는 게 중요한 거죠. 히스토리를 정훈이가 알고 있잖아요. V 뭐 이런 내막을."
김계환 "근데 그건…."
문연철 "과연 쟤가 저 빅 카드를 언제 써먹을 것인가."
김계환 "그걸 어떻게 써먹는다는 거야, 예를 들면 써먹은들."
문연철 "썼다. 핵폭탄이죠, 핵폭탄이죠. 걔가 어디 언론에 나와서 그런 얘기를 떠드는 것 자체가 핵폭탄이죠."
김계환 "그 근거가 없다고 그러면 어떻게 할 거야."
문연철 "아니, 뭐 있다 없다. 국민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군검찰은 물론 국회에 출석해서도 VIP라는 단어 자체를 쓴 적이 없다던 김 전 사령관이 방첩부대장과는 'V 내막'에 대해 태연하게 상의합니다.
통화가 이뤄진 날 시점에서 보면 '수사 외압 의혹'은 폭로했지만 'VIP 격노'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던 박정훈 당시 해병대수사단장이 그 사실을 언론에 말한다면 '핵폭탄'이 될 거라고, 문 전 부대장이 김 전 사령관에게 경고하는 상황입니다.
2023년 8월 29일,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의 군검찰 진술 내용 일부 〈출처=군사법원〉 "장관님이 포즈 딱 잡으셨다"…국방부·방첩사·해병대의 뒷거래 두 사람의 통화에선 '윗선의 지시'에 대한 언급도 나옵니다. 문연철 "앞으로 이제 저희한테도 V나 이런 건 일체 언급도 하지 말고, 그런 것들은 완전히 이제 오늘부로 뭐 이렇게 지워라 이런 지시가 저한테 오후에 왔습니다. 장관님이 이제 포즈를 딱 잡으셨기 때문에."
김계환 "나도 아까 그래서 장관님한테 지시받은 것도 장관님한테 지시받았다고 안 그랬고, 내가 지시한 거로 이렇게 얘기를 했다. 이제 그런 스탠스로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이제."
문연철 "이제는, 네."
이 대화에서 알 수 있는 건 최소 4가지입니다.
· 문 전 부대장이 누군가에게 VIP 격노를 언급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
· 그 배경엔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의 결정이 있었다.
· 김 전 사령관은 그 지시에 따라 이 전 장관에게 지시받은 것을 내가 지시한 것으로 바꿔 말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
· 문 전 부대장과 김 전 사령관은 거짓말하기로 입을 맞췄고, 문 전 부대장은 김 전 사령관의 거짓말에 대해 조언을 했다.
국방부·방첩사·기무사가 박 전 수사단장이 'VIP 격노'를 폭로할까 봐 노심초사하면서, 만약 폭로한다면 다 같이 거짓말쟁이로 만들자고 모의한 겁니다. 그리고 그들은,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특검팀은 문 전 부대장에게 이 부적절한 지시를 내린 사람이 황 전 사령관이라고 보고 함께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지금까지 공개한 내용은 두 사람이 나눈 대화의 극히 일부분일 뿐입니다.
특검팀이 왜 문 전 부대장에게 면담강요 혐의까지 적용했는지, 당시 VIP 격노 사실을 알고 있던 또 다른 사람은 누군지, 이를 감추기 위해 두 사람이 또 어떤 모의를 했는지 등 그 전모는 오늘 저녁 6시 30분 〈JTBC 뉴스룸〉을 통해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