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핑거금융 플랫폼 기업 핑거가 산업용 로봇 기업을 인수하며 피지컬 인공지능(AI) 사업에 진출한다. 피인수기업 핵심 주주들이 핑거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인수 이후에도 이해관계를 이어가는 구조다. 새로운 최대주주 체제에서 로봇 사업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안착시킬 수 있을지가 과제로 남았다.
160억 로봇기업 인수…매도주주 60억 재투자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핑거는 최근 75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신주는 보통주 75만주로 증자 전 발행주식 총수 1201만5717주의 6.24%에 해당한다. 발행가는 주당 1만원으로 기준주가 9075원보다 10.2% 높게 정해졌다. 납입일은 오는 14일이며 신주는 내달 14일 상장될 예정이다.
배정 대상자는 박장준·최준화·윤여상·홍승표 등 4명이다. 박장준·최준화·윤여상이 각각 20만주를 배정받고 홍승표가 나머지 15만주를 인수한다. 발행 주식은 3년간 보호예수돼 상장 직후 시장에 출회되지 않는다. 핑거는 조달액을 AI 사업 등 성장 투자를 위한 운영자금으로 분류하고 올해 30억원, 내년 45억원을 사용할 계획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회사가 같은 날 결정한 미켈로로보틱스 인수와 맞물려 있다. 핑거는 미켈로로보틱스 주식 48만7505주를 160억원에 양수해 지분 79.48%를 확보한다. 미켈로로보틱스는 산업용 로봇 엔진을 개발·공급하는 기업으로 박장준 대표와 개인 주주, 투자조합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핑거는 사업 다각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인수 목적으로 제시했다.
박 대표와 함께 유증에 참여하는 최준화·윤여상은 미켈로로보틱스 지분을 핑거에 매각하는 주주이기도 하다. 세 사람이 넘기는 주식은 총 35만1666주이며 매각대금은 113억원이다. 이들은 매각대금 가운데 각각 20억원씩 총 60억원을 핑거 유상증자에 투입한다. 세 사람에게 지급되는 매각대금의 53.2%가 핑거 자본으로 다시 유입되는 것이다.
다만 유증 자금이 미켈로로보틱스 인수대금으로 직접 쓰이는 것은 아니다. 미켈로로보틱스 지분 양수 예정일은 지난 6일인 반면, 유상증자 대금은 14일 납입된다. 자금 사용처도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이 아닌 AI 사업 등의 성장 투자를 위한 운영자금으로 명시된 만큼, 인수를 마친 뒤 매도주주들의 재투자를 통해 운영 여력을 보강하는 후속 자금 성격에 가깝다.
1100억 조달…재무 안정성 강점핑거의 미켈로로보틱스 인수는 새 최대주주 체제에서 추진되는 사업 재편의 연장선이다. 성호전자 최대주주인 서룡전자는 지난 5월 300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 21.71%를 확보하며 핑거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핑거는 당시 5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와 3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도 발행해 전체 투자 유치 규모를 1100억원으로 늘렸다. 이후 스테이블코인 관련 사업을 확대해온 데 이어 이번 미켈로로보틱스 인수로 피지컬 AI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재무안정성은 양호했지만 최근 현금창출력은 약해졌다. 핑거는 지난해 영업흑자로 돌아섰지만 올해 1분기에는 매출액 205억원, 영업손실 3억원을 기록하며 다시 적자로 전환했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현금흐름도 49억원 순유출을 기록하면서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216억원에서 3월 말 172억원으로 감소했다. 다만 3월 말 유동비율은 약 261%, 부채비율은 약 40%로 재무안정성은 유지하고 있다.
잇단 자금조달에 따른 잠재 희석 부담은 남아 있다. 기존 500억원 CB가 전량 전환되면 보통주 399만7120주가, 300억원 BW의 신주인수권이 모두 행사되면 239만8272주가 각각 발행될 수 있다. 이번 유증 신주 75만주까지 합친 잠재 신규 물량은 714만5392주로 이번 증자 전 발행주식 총수의 약 59.5%에 해당한다.
핑거는 이번 인수를 통해 기존 금융 정보기술(IT) 역량을 제조 현장의 피지컬 AI 영역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자금조달에 따른 희석 부담도 안고 있는 만큼, 향후에는 확보한 자금을 실제 사업 성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안인주 핑거 대표는 "미켈로로보틱스 인수는 26년간 쌓아온 금융 IT 기술력을 제조 현장의 피지컬 AI 영역으로 확장하는 첫걸음"이라며 "제조 데이터와 AI를 결합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AI 종합기술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