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한국경제 김범준 기자국민들의 관심이 쏠려 있던 대통령 주최 부동산토론회에서 1가구 1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평생 1회로 제한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현행법에서는 매 2년마다 이사를 다니며 여러 채의 집을 사고팔더라도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이는 근로소득세나 다른 세제에 비해 너무 많은 혜택을 주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얼핏 들으면 일리가 있는 주장처럼 들리지만 자세히 따져보면 세법과 부동산 시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무지에서 나온 주장임을 알 수 있다. 고가 주택 선호 짙어질 것예를 들어보자. A라는 사람이 2억원에 어떤 주택 샀다가 2년 후에 4억원에 팔았다. 양도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이 사람이 두 번째 주택을 4억원에 샀다가 6억원에 팔았다. 이때도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이 사람이 세 번째 주택을 6억원에 샀다가 8억원에 팔았을 때도, 네 번째 주택을 8억원에 샀다가 10억원에 팔았을 때도, 다섯 번째 주택을 10억원에 샀다가 12억원에 팔았을 때도 양도세를 낼 필요가 없다.
10년 동안 다섯 채를 사고파는 동안 양도차익을 10억원이나 챙겼는데도 양도소득세는 한 푼도 내지 않았던 것이다. 이것이 과하니 첫 번째 주택만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주고 나머지 네 채에 대해서는 양도세를 부과하자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 B라는 사람과 비교해 보자.
B라는 사람은 2억원에 어떤 주택 샀다가 10년 후에 12억원에 팔았다. 10년 동안 양도차익을 10억원이나 챙겼는데도 양도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10년 동안 다섯 채를 사고판 A가 한 채만 계속 가지고 있던 B보다 이익을 본 것이 있나? 아니다. 오히려 손해를 본 것이다. 다섯 채를 사고파는 동안 취득세와 등기 비용이 들어가야 하고 부동산 중개수수료도 들어간다.
이런 비용이 딱 한 번만 들어간 B에 비해, 다섯 번이 들어간 A의 수익이 훨씬 더 적은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현실의 세계에서는 2년마다 사고파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이고 그들의 실익도 적은 것이다.
결국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평생 1회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은 세법을 이해하지 못해서 나온 무지의 소치임을 알 수 있다. 더구나 미국에서도 이런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그렇다면 어차피 10년을 보유했다가 한 번만 판 B의 세제 혜택이 더 크니까 양도세 혜택을 평생 1회로 제한해도 될 것이라는 반론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첫째, 거주 이전의 자유가 제한된다. A처럼 사고파는 경우 세금 부담이 늘어나니까 B처럼 장기 거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된다. 세금 때문에 거주 이전의 자유가 제한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C라는 지역에서 살던 사람이 D라는 지역의 새로운 직장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하면, 지금은 C지역에서 양도세 혜택을 받고 D 지역에 가서 집을 새로 사면 된다.
하지만 이를 평생 1회라고 제한하면 그 기회를 쓰기가 아깝기 때문에 D 지역의 새로운 직장으로 가려는 계획이 무산될 수도 있다. 특히 의무적으로 순환보직을 해야 하는 직종에는 치명적이라 하겠다.
둘째, 경제활동을 위축시킨다. 기업에서 다른 지역에 사업장을 더 낼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인재를 유치하기가 더 어렵게 된다. 예를 들어 지방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고 가정해 보자. 단순 생산직은 현지 사람을 뽑아 교육시키면 될 수 있어도 핵심 기술직은 기존 공장에 있던 사람을 발령 내야 한다.
그런데 이 사람이 지방으로 가게 되면 평생 한 번밖에 없는 양도세 혜택을 써야 하므로 발령이 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손해가 나게 된다. 이를 회사에서 보전해줄 것인지에 대한 주장이 노조에서 반드시 제기될 것이다. 이는 회사의 부담으로 이어지게 되며 다른 지역에 투자했을 때의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잘못된 세제가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이다.
셋째, 지방자치 정부의 세수를 줄이게 된다.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평생 1회로 줄인다면 앞에서 예로 든 것과 같이 양도 차익이 같더라도 10년 동안 집을 팔지 않은 B보다는 매 2년마다 집을 판 A의 세금 부담이 훨씬 크게 된다. 이로 인해 매매 거래의 축소가 불가피하며 이는 취득세 감소로 이어진다.
취득세는 지방자치 정부의 주요 세원 중 하나이다. 주택 거래가 급감하면 지방 세수에도 구멍이 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넷째, 주택시장에서 양극화 현상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평생 1회로 제한한다면 저가 주택에 그 기회를 쓰려는 사람은 없어진다. 두 주택의 수익률이 같더라도 일생 단 한 번의 기회를 아꼈다가 고가 주택에 쓰고자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2억원짜리 E 주택과 4억원짜리 F 주택의 상승률이 각각 200%라고 하면 양도세 비과세 혜택 효과, 다시 말해 양도 차익은 E 주택이 4억원, F 주택이 8억원이 된다. 그러면 E 주택밖에 살 수 없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저가 주택에서 양도세 평생 1회 혜택을 쓰는 것보다 무주택자로 남아 있다가 나중에 자본이 더 모이면 F 주택을 사서 한 번뿐인 세제 혜택을 쓰려 할 것이다.
양극화 해소? 반대로 가는 정책이 때문에 주택시장에서 ‘저가 주택 기피, 고가 주택 선호’라는 뿌리 깊은 양극화 현상이 지금보다도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아파트가 28.9%나 오르는 동안 단독주택은 14.7% 상승에 그쳤다.
현재도 이런데 양도세까지 혜택이 줄어든다면 단독주택보다 더 비싼 아파트로의 쏠림 현상은 더 심화될 것이다. 이에 따라 매수세가 몰리는 아파트는 더 상승할 것이고 매수자들이 외면하는 아파트 외 주택은 더욱 침체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같은 아파트라도 고가 아파트에 수요가 몰릴 것이다. 지난 10년간 고가 아파트가 195.2%나 오르는 동안 저가 아파트는 오히려 2.8%나 하락했다.
이 때문에 10년 전에는 고가 아파트 한 채 가격이 저가 아파트 4.6채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13.7채로 벌어졌다.
지역별로도 차이가 많다. 지난 10년간 집값이 싼 기타 지방(강원도, 충청남북도, 전라남북도, 경상남북도, 제주도 및 세종시)의 아파트 매매가는 3.3% 오르는 데 그친 반면, 집값이 비싼 서울 아파트는 무려 86.2%나 상승했다. 상승률에서 26배 차이가 나는 것이다.
다섯째, 수도권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다. 지방보다는 수도권이 일자리도 많고 임금도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현재도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이사를 하는 인구가 상당히 많다. 2017년 이후 지방의 인구(113만 명 감소)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데 수도권 인구(52만 명 증가)는 늘어나는 것이 그 증거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런 현상이 더 벌어질 것이다. 단순히 근로소득의 차이뿐만 아니라 자본소득에서도 차이가 많기 때문이다. 실거주를 하는 주택의 경우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양도소득세 비과세를 받으려면 최소 2년간 실거주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제가 강화되는 내년 이후에는 수도권으로 이주하려는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여기에 양도세 혜택을 평생 1회로 제한한다면 수도권 쏠림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다.
물론 양도소득세 때문에 갑자기 인생의 경로를 바꾸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선택의 기로에 있는 사람에게는 선택에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 이후 주택시장에서 양극화가 심화되어 왔다. 현 정부의 주요 과제 중 하나가 바로 양극화 해소인데 안타깝게도 현재는 반대의 방향으로 열심히 가고 있다. 양도세 혜택을 평생 1회로 제한한다는 주장이 현실화되면 양극화는 더 심해지게 될 것이다.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