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생산된 도금강판. [사진=포스코][디지털데일리 김유진기자] 일본이 한국산 철강 제품을 겨냥한 무역 규제를 강화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대일 수출 부담을 비롯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용융아연도금강판에 최대 42.7%의 잠정 반덤핑 관세가 부과된 데에 이어 열연강판과 냉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도 진행되고 있어 규제가 철강재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7월24일 한국·중국산 용융아연도금강판에 대한 반덤핑 예비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 8일부터 포스코에는 약 32.5%,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에는 약 42.7%의 잠정 반덤핑 관세율이 적용됐다. 잠정 반덤핑 관세는 오는 12월7일까지 약 4개월간 부과된다. 최종 판정은 오는 12월 내려질 예정이다.
아연도금강판은 냉연강판 표면에 아연을 도금해 부식을 늦추고 내구성을 높인 제품이다. 자동차와 가전제품, 건축물 내·외장재, 각종 구조물 등 산업 전반에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일본은 도요타·혼다 등 대형 완성차업체가 자리한 만큼 자동차용 아연도금강판 수요가 큰 시장이다. 국내에서는 포스코가 자동차용 아연도금강판을 생산해 일본에 공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본 완성차업체들의 자동차용 강판 수요와 한국의 자동차용 강판 공급 구조가 이번 반덤핑 조사의 여러 배경 가운데 하나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가 이번 판정에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덤핑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덤핑은 수출국에서 판매되는 가격보다 수입국에서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해 현지 산업에 피해를 주는 행위를 뜻한다.
덤핑 조사 대상 기간인 2024년 당시 국내 시장에서 도금강판의 평균 가격은 톤당 111만8000원이었다. 반면 일본 내 한국산 도금강판의 평균 수입가는 톤당 116만7584원으로 오히려 일본에서 오히려 더 높은 가격에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업계는 조사 과정의 객관성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일본 당국이 한국 기업이 제출한 거래 원가 소명 자료를 인정하지 않고 일본 조사기관이나 제소자에게 유리한 정보를 중심으로 산정하는 '이용 가능한 사실' 규정을 적용했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이에 당초 일본 제소자가 제시한 한국산 제품의 덤핑 마진율은 10~20% 수준이었지만 예비 판정에서는 최대 42.7%까지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예비관세다 보니 처음에는 마진율을 높게 산정하고 시작하는 것이 관례적인 측면이 있다"며 "추후 상대의 반응 등을 고려해 조정 여지를 남겨두기 위해 이 같은 상향 곡선을 적용한 것이 일본 측 전략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철강업계가 더 긴장하는 부분은 일본의 조사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당국은 현재 한국산 열연강판과 냉연강판에 대해서도 반덤핑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해당 물량이 도금강판의 약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어 조사 결과에 따라 국내 철강업계가 받는 영향은 지금보다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철강업계의 대응도 본격화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7일 일본 당국에 잠정 반덤핑 관세에 대한 반박 의견서를 공식 제출했다. 향후 12월 최종 판정에서 업계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일본 법원을 통한 행정소송이나 정부 차원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추가 대응도 검토될 수 있다.
이번 일본의 조치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전 세계 주요 철강 시장에서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는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미국은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50%로 인상했고 EU 역시 지난 7월1일부터 철강 무관세 쿼터(TRQ)를 축소하는 등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무역 장벽을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철강업계를 둘러싼 주요국의 보호무역 조치는 세계적인 흐름인 만큼 당분간 제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한국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반덤핑관세 사용을 더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