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중국 충칭공장을 둘러싸고 지분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회사의 패키징 사업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충칭공장은 낸드플래시 패키징과 테스트를 담당하는 중국 내 주요 후공정 거점이다.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앞세워 첨단 패키징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기존 후공정 생산거점의 향후 역할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충칭공장 지분 매각 추진 보도와 관련한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패키징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답변했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전 10시10분 SK하이닉스에게 관련 보도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앞서 블룸버그는 SK하이닉스가 중국 충칭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대상으로 투자자 유치 등 여러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선택지 가운데 지분 매각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잠재적인 지분 매각이 이뤄질 경우 충칭공장의 가치를 약 30억달러(약 4조원)로 평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중국계 펀드 및 관련 업계 기업 등을 잠재적인 투자자로 거론하며 SK하이닉스가 일부 지분을 남기는 방안도 언급됐다.
이번 매각설은 SK하이닉스의 생산시설 운영 방향과 관련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충칭공장은 SK하이닉스가 중국에 구축한 대표적인 후공정 생산기지다. 2014년 7월 본격적인 양산을 시작한 뒤 낸드플래시 제품의 패키징과 테스트를 담당하는 거점으로 활용해 왔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서 D램을, 다롄에서는 낸드플래시를 생산한다. 충칭공장은 낸드플래시 후공정을 담당하며 SK하이닉스의 글로벌 후공정 생산망의 한 축을 맡는다.
이번 공시에서 '패키징 사업 경쟁력 강화'를 언급하면서 SK하이닉스의 첨단 패키징 투자에도 관심이 모인다. AI 반도체 시장 확대와 함께 HBM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패키징은 메모리 제품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연결하는 구조다. SK하이닉스는 실리콘관통전극(TSV)과 매스리플로우-몰디드언더필(MR-MUF) 기술 등을 HBM 생산에 활용한다. MR-MUF는 적층한 칩 사이에 보호재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칩의 휨 현상을 줄이고 방열 성능과 양산성을 높이는 패키징 기술이다.
SK하이닉스는 이에 맞춰 국내 첨단 패키징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1월에는 충북 청주에 첨단 패키징 팹인 P&T7을 신설하고 약 19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P&T는 패키지 앤드 테스트(Package & Test)를 뜻한다. P&T7은 HBM 등 AI 메모리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로 구축한다.
SK하이닉스는 국내 전공정 생산시설 투자도 병행한다. SK하이닉스 이사회는 7일 용인 Y2와 청주 M17에 총 54조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Y2에는 35조2000억원을 투입해 HBM을 포함한 차세대 D램 생산 기반을 구축하고 M17에는 19조1000억원을 투자해 낸드플래시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충칭공장이 낸드플래시 패키징과 테스트를 담당해 온 가운데 최근 SK하이닉스의 신규 후공정 투자는 HBM 등 AI 메모리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대규모 국내 투자를 진행하는 시점에서 기존 해외 후공정 거점의 운영 방향이 함께 거론됐다는 점에서 향후 패키징 생산망의 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SK하이닉스는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 관련 내용을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재공시 예정일은 9월9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