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하이닉스는 SK그룹 돈줄? 텔레콤 자산 2배 비싸게 산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저배당으로 잡음을 일으킨 SK하이닉스가 SK텔레콤이 2024년 말 2억 달러를 투자해 확보한 미국 인공지능(AI) 기업 지분을 3억8000만 달러에 넘겨받는 계약을 최근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SK하이닉스가 막대한 이익을 내고도 주주 환원에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계열사가 약 1년 7개월 전에 취득한 자산을 두 배 가까이 비싸게 사들이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SK텔레콤보다 SK그룹 지배구조상 대주주 지배력이 약하다.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회사의 현금이 큰 회사로 흘러가는 거래라는 점에서 인수가와 거래 구조의 적정성을 두고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SK텔레콤의 미국 자회사 아스트라 AI 인프라는 나스닥 상장사 ‘펭귄솔루션즈’ 전환우선주 20만주를 3억8030만 달러를 받고 SK하이닉스 자회사 시프틱스1에 넘기는 계약을 지난달 27일 체결했다. SK텔레콤은 2024년 12월 펭귄솔루션스 전환우선주를 주당 1000달러, 총 2억 달러에 사들였다. 2년도 안 돼 SK하이닉스에 팔면서 90% 넘는 프리미엄을 붙인 것이다. 이 가격은 계약 체결일 펭귄솔루션스 종가를 기준으로 단순 환산한 지분 가치 약 3억2000만 달러보다도 20% 가까이 높다.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간 거래액을 보통주 환산 주당 가격으로 계산하면 62.38달러다. 계약 체결일 종가 52.49달러보다 9.9달러 높다.

문제는 SK그룹 지분 구조다. 지주사인 SK㈜는 SK텔레콤 지분 30.57%를 직접 보유하고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SK㈜→SK스퀘어→SK하이닉스’ 형태로 지배돼 한 단계 더 멀다. SK㈜는 SK스퀘어 지분 32.2%를,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 지분 약 20%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SK㈜의 SK하이닉스 간접 지분은 약 6.4%에 그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여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의 SK㈜ 지분을 단순 연결해 계산하면 차이는 더 커진다. 두 사람이 가진 SK㈜ 지분은 총 24.6%다. 이를 바탕으로, SK㈜를 경유해 간접적으로 지배하는 지분을 계산하면 SK텔레콤 약 7.5%, SK하이닉스 약 1.6%다. 대주주 일가 지배력이 약한 SK하이닉스가 지배력이 강한 SK텔레콤의 자산을 비싸게 사오는 셈이다.

SK그룹의 취약한 지배구조 탓해 주주가 손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은 해외에서도 제기된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지난 2월 SK하이닉스의 기업 가치가 미국 마이크론 등 경쟁사보다 낮게 평가되는 주원인 중 하나로 취약한 지배구조를 꼽았다. SK하이닉스의 대주주인 SK스퀘어 역시 SK그룹의 복잡한 기업 집단 구조로 인해 본래 기업 가치보다 저평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경제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기업 집단 할인’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에서 SK하이닉스 연계 투자 상품을 발행하고 있는 금융사 레버리지셰어스는 올해 투자 설명서에서 ‘SK하이닉스와 SK그룹 계열사 간 거래가 이해 상충이나 지배구조상 우려를 낳을 수 있다’며 위험 요인으로 명시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현금 배당을 적게 해 강한 비판에 직면한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금요일인 지난 7일 장 마감 직후 “보통주 1주당 375원, 총 2733억원의 분기 배당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시가 배당률이 0.02%에 불과한 적은 금액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인 42조947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고도 연간 현금 배당액이 2조1000억원, 배당 성향이 4.9%에 그친 데 이어 분기 배당마저 저조하면서 주주 환원 확대 요구가 거세졌다. SK하이닉스는 같은 날 추가 주주 환원안을 검토해 오는 9월 말까지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겠다고 밝히며 급한 불을 껐다. 이번 거래가 해외 투자자가 우려해온 SK그룹 계열사 거래의 이해 상충 문제를 다시 부각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주주의 경제적 이해가 서로 다른 상장사 사이에서 이뤄지는 거래라면 그 가격이 공정하게 산정됐는지가 핵심”이라며 “특히 보통주 가격으로 단순 환산한 가치보다 높은 가격을 지급하기로 했다면 어떤 평가 방법을 썼고, 그 프리미엄이 무엇을 반영한 것인지 주주들에게 납득할 만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냥 목록으로
원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