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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폐지” 외치더니 “안 없앤다”… 美 한인 주지사 후보의 ‘홍적홍’

프란체스카 홍 위스콘신 주지사 후보가 지난달 22일 위스콘신주 매디슨에서 경찰관의 총격으로 한 남성이 숨진 현장 인근에서 시위대와 함께 발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프란체스카 홍 위스콘신 주지사 후보가 지난달 22일 위스콘신주 매디슨에서 경찰관의 총격으로 한 남성이 숨진 현장 인근에서 시위대와 함께 발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경찰을 폐지하자” “추수감사절은 식민주의자들의 휴일이다”

11일 예정된 미국 위스콘신주 민주당 주지사 후보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한국계 프란체스카 홍(37) 주 하원의원의 과거 발언이 경선 막판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사회주의자(DSA)를 자처해온 홍이 경찰과 이민세관단속국(ICE), 심지어 연방 상원을 없애자는 주장까지 내놓았던 사실이 잇따라 재조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홍은 최근에는 “경찰을 폐지하지 않겠다” “추수감사절을 사실 좋아한다”며 과거 발언을 하나씩 거둬들이고 있다. 과거 자신의 소셜미디어 발언이 훗날 자신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와 한국 정치권에서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라는 말까지 낳았던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를 연상시킨다는 얘기가 나올 만한 장면이다. 조 전 대표는 과거 다른 정치인과 공직 후보자들에게 들이댄 잣대가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뒤 재소환되면서 이 표현이 유행했다.

홍의 발목을 잡는 첫 번째 과거 입장은 ‘경찰 폐지’다. 그는 주 의원으로 활동하면서 경찰 예산을 줄이는 ‘디펀드 더 폴리스(defund the police)’에 지지를 표시하며, 경찰 폐지를 주장했다. 경찰이 백인 우월주의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그러나 주지사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태도가 달라졌다. 지난달 28일 TV 토론에서 경찰 예산을 삭감하는 법안에 서명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했고, 최근 팟캐스트에서는 “나는 경찰을 폐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AP 통신은 “홍이 과거 경찰 예산 삭감 지지 입장에서 후퇴했다”고 전했다.

두 번째는 ICE 폐지다.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단속에 강하게 반대해온 홍은 단순히 단속 방식 개선을 넘어 ICE라는 연방 기관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1월 소셜미디어에 “ICE 폐지는 급진적인 것이 아니다. 좋은 정책이다”라고 했다. 위스콘신 내 DSA 조직들도 ICE 폐지를 공식적으로 요구해왔다.

세 번째는 부유층에 대한 파격적인 증세다. 홍은 올해 개인소득 75만달러 이상, 부부 합산 100만달러 이상 소득자에게 17.3%의 주 소득세율을 적용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현재 위스콘신 최고 소득세율 7.6%의 두 배가 넘는다. 최근 후보 토론에서 “그렇게 하면 부자들이 다른 주로 떠나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받자 홍은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네 번째는 미국의 대표적 명절인 추수감사절이다. 홍은 2020년 소셜미디어에서 추수감사절을 ‘식민주의자들의 휴일(colonizer holiday)’이라고 부르며 사람들이 이를 기념하기 위해 모이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독립기념일을 앞두고는 “불꽃놀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고, 밸런타인데이를 두고는 “자본주의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말해주는 날”이라며 “인간의 최악을 끌어낸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가장 좋아하는 휴일을 묻자 홍은 “추수감사절”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없애고 싶지 않다. 사실 나는 추수감사절을 좋아한다”고 했다.

다섯 번째는 인종과 관련한 과격한 발언이다. 홍은 과거 위스콘신의 유명 패스트푸드점을 방문한 뒤 자신이 영어를 못한다고 생각하는 나이 든 백인들이 많아 ‘불안 발작 직전’이었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는 등 여러 차례 도발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최근 이런 과거 글들이 재조명되자 홍 측은 일부 글이 농담이었거나 당시의 정치·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여섯 번째는 미국 정치제도의 근간인 연방 상원 폐지 주장이다. CNN은 최근 홍이 과거 소셜미디어에 “상원을 폐지하라(Abolish the Senate)”고 쓴 글이 현재도 남아 있다고 전했다. 이는 홍이 몸담은 미국민주사회주의자(DSA)의 공식 노선과도 맞닿아 있다. DSA는 현재 정치 강령에서 연방 하원을 확대하고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한편 “상원을 폐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DSA는 대통령과 연방대법원을 비롯한 미국의 기존 통치 구조를 대폭 바꾸는 구상도 제시해왔다.

홍은 2020년부터 DSA 회원으로 활동했고, 이번 주지사 선거에서도 매디슨과 밀워키 지역 DSA의 공식 지지를 받고 있다. 밀워키 DSA는 홍의 당선을 통해 “사회주의 운동을 주(州) 차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를 미국 역사상 첫 ‘사회주의자 주지사’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국의 조국혁신당과 DSA를 같은 성격의 정당으로 볼 수는 없다. 조국혁신당이 한국 정치에서 민주당보다 왼쪽에 자리 잡은 진보 성향 정당이라면, DSA는 이름 그대로 자본주의 체제를 비판하며 사회주의적 경제·정치 개혁을 공식적으로 주장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기존 민주당보다 왼쪽에서 보다 선명하고 급진적인 의제를 내세워 지지층을 결집한다는 정치 전략에서는 비교되는 지점이 있다. 특히 홍의 경우 ‘폐지(abolish)’라는 표현을 경찰과 ICE, 상원 등 여러 기존 제도에 반복적으로 적용했다는 점에서 민주당 주류와의 거리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경선 이후다. 홍의 선명한 진보 노선은 민주당 경선에서 젊은층과 진보층을 끌어모으는 자산이 됐지만, 민주·공화 양당이 팽팽히 맞서는 위스콘신 본선에서는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화당 측은 홍이 민주당 후보가 되는 편이 본선에서 유리하다고 보고 오히려 홍을 띄우는 데 거액의 광고비를 쏟고 있다. AP통신은 “공화당 진영이 홍을 공화당 후보 톰 티파니에게 더 약한 상대로 판단해 민주당 경선에 개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퇴임을 앞둔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 주지사는 홍의 과거 소셜미디어 발언들이 11월 본선에서 티파니를 상대하는 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홍의 경쟁자인 데이비드 크롤리를 지지했다. 진보 성향 뉴욕타임스조차 10일 홍의 경찰·ICE 폐지, 부유층 증세와 과거 소셜미디어 발언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며 “홍의 견해가 위스콘신의 많은 중도층과 무당층을 대표하기에는 너무 극단적인 것 아니냐는 의문이 민주당 유권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경선에서 홍을 선두로 끌어올린 급진성이, 본선에서는 그의 발목을 잡는 ‘홍적홍’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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