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수요 다시 자극할 우려 커
간담회서 업계도 도입 부정적
블룸버그, ETF 변동성 경고
금융당국이 오는 9월 14일로 예정된 상장지수펀드(ETF) 애프터마켓(장 종료 후 거래) 시행에 제동을 거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규제 조치로 간신히 진정세에 접어든 레버리지 ETF에 대한 투기 수요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달 14일 개장되는 애프터마켓(오후 4∼8시)에서 ETF 자체를 거래에서 제외하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전날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실무진을 소집해 ETF 애프터마켓 도입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논의는 거래 시간 연장에 따른 문제점과 시장 우려를 점검하는 데 집중됐는데, 금융당국과 업계 모두 ETF 애프터마켓 거래 도입에 대한 부담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마감 이후에는 실시간 추정순자산가치(iNAV)가 제공되지 않아 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 간 괴리가 커질 수 있고, 유동성공급자(LP)의 헤지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 레버리지 ETF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한 보완책이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규제 강화 이후 시장 변동성은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다. ‘한국판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지난 6월 29일 장중 97.99까지 올라,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고점인 89.3도 넘어섰다. 그러나 지난 5일 이후 70선으로 내려왔고, 10일에는 69.55를 기록했다. ETF 시장의 자금 흐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코스콤 CHECK와 삼성증권 등에 따르면 지난 3∼6일 국내 ETF 시장에서는 4100억 원이 순유출됐다. 특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서 자금 이탈이 두드러졌다. 8월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에서는 각각 2900억 원과 7200억 원이 빠져나갔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시장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품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월스트리트 역사에는 너무 큰 인기를 끌다가 독이 된 상품이 수두룩하다”며 “수요 과밀로 동력을 잃은 퀀트 전략, 금융위기를 부른 주택담보대출 유동화 증권(MBS)에 이어 이제 레버리지 ETF가 그 목록에 오를 것”이라고 짚었다. 특히 블룸버그는 인공지능(AI) 열풍 속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로 수십억 달러가 몰린 점을 들며 “기초자산인 두 종목과 레버리지 펀드의 합산 거래량이 한때 코스피 전체 일일 거래량의 70%를 차지했고, 이로 인해 코스피 지수가 비트코인보다 더 큰 변동성을 보였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