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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LPG·기름보일러 가라"… 삼성전자가 제주서 찾은 'AI·친환경 히트펌프' 해법

제주 애월 EHS 히트펌프 보일러 첫 설치…축열식으로 난방·급탕냉방·난방·급탕 통합 ‘EHS 올인원’ 실증도…연내 출시 목표

삼성전자 EHS 히트펌프 보일러를 설치한 제주 애월의 한 단독주택 [사진=옥송이기자] 삼성전자 EHS 히트펌프 보일러를 설치한 제주 애월의 한 단독주택 [사진=옥송이기자]

[제주=디지털데일리 옥송이기자] 10일 찾은 제주 제주시 애월읍 한 단독주택 거실. 기존 보일러 조절기 바로 옆에 검은색 터치스크린이 붙어 있다. 화면에는 실외기와 축열조가 배관으로 연결된 모습과 함께, 데워져 나가는 물과 다시 돌아오는 물의 온도가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삼성전자 가정용 ‘EHS 히트펌프 보일러’를 제어하는 7형 디스플레이다.

이 집에 사는 김은애(54세) 씨에게 달라진 것은 조절기만이 아니다. 그간 겨울이면 액화석유가스(LPG) 요금 때문에 보일러를 마음껏 틀기 어려웠지만 앞으로는 전기를 이용한 히트펌프로 바닥을 데울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EHS 히트펌프 보일러의 7형 터치 디스플레이 [사진=옥송이기자] 삼성전자 EHS 히트펌프 보일러의 7형 터치 디스플레이 [사진=옥송이기자]

“저희는 가스를 거의 안 썼어요. LPG라 단가가 비싸거든요. 보일러를 어느 정도 따뜻하게 쓰려면 감당이 안 될 정도였어요.”

김 씨 가족은 보일러 사용을 최소화하고 전기히터로 집 안 공기를 데우는 식으로 겨울을 났다. 보일러와 히터를 합쳐 월 20만원가량을 지출해도 “다른 사람들은 춥다고 할 정도”로 난방을 아꼈다. 김 씨는 “이제 공기만 데우는 게 아니라 바닥도 데우면서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곳은 삼성전자가 정부의 난방 전기화 사업에 맞춰 지난 6월25일 제주 애월에 ‘EHS 히트펌프 보일러’를 처음 설치한 가구다. EHS 히트펌프 보일러는 공기열과 전기를 이용해 바닥난방과 온수를 공급한다. 35도 출수 조건에서 계절성능계수(SCOP)는 4.9로, 소비전력 대비 약 5배에 가까운 난방에너지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55도 출수 조건에서는 SCOP 3.78을 기록했다.

◆ 남는 전기, 300L 축열조에 ‘열’로 저장

집 밖에는 일반 가정용 에어컨 실외기보다 몸집이 큰 검은색 EHS 실외기가 자리했다. 냉매가 실외기 내부에서만 순환하고, 외부 공기에서 얻은 열로 물을 데워 집 안으로 보내는 모노블록 방식이다.

실외기 전면 안쪽에는 대형 팬이 자리 잡고 있다. 수리부엉이 날개의 특징을 본뜬 톱날형 구조를 적용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최저 소음은 35dB 수준. 외부온도 영하 25도에서도 정격 난방 성능을 제공하며, 영하 15도에서는 최대 70도의 고온수를 공급한다.

EHS 히트펌프 실외기 [사진=옥송이기자] EHS 히트펌프 실외기 [사진=옥송이기자]

실외기 옆 별도 공간에는 흰색 원통형 300L 축열조가 설치됐다. 히트펌프가 만든 열을 물에 담아뒀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기 위한 장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제품은 축열조를 기준으로 운전하면서 물의 온도를 올려놓고, 소비자가 난방을 켜면 펌프가 돌아 저장해둔 물을 빼 쓰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제주에서 이 같은 ‘축열식’을 적용한 데는 지역 전력 사정이 영향을 미쳤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발전량 편차가 크다. 전력 생산이 수요를 웃도는 시간에 가상발전소(VPP)와 히트펌프를 연계해 제품을 미리 가동하고, 남는 전기를 열로 바꿔 축열조에 저장한다.

EHS 히트펌프 내부. 톱니형 구조가 적용됐다. 소음을 줄이기 위해서다. [사진=옥송이기자] EHS 히트펌프 내부. 톱니형 구조가 적용됐다. 소음을 줄이기 위해서다. [사진=옥송이기자]

반대 방식은 ‘교번식’이다. 축열식이 높은 온도로 열을 미리 저장해 잉여전력을 활용하는 데 강점이 있다면, 교번식은 필요할 때 바닥난방이나 온수에 맞는 온도로 직접 운전해 저장 과정의 열손실을 줄일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누가 더 싸다고 할 수는 없다”며 “제주에서는 축열식을 쓰지만 육지로 확대하면 필요에 따라 교번식과 축열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국내 히트펌프 난방 시장에 도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라며 과거 제품은 겨울철 낮은 외부온도에서의 난방 성능과 누진제가 적용되던 전기요금 등이 시장 안착의 걸림돌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는 한랭지형 모델을 기반으로 양평·충주·남해에서 필드 테스트를 진행해 저온 환경의 성능을 검증했다.

다만 김 씨 가족은 아직 본격적인 겨울 난방을 경험하지 못했다. 현재는 주로 온수를 사용하고 있으며, 세 식구가 함께 써도 부족했던 적은 없었다는 것이 김씨 측 설명. 초기 설치비 부담은 정부 지원으로 낮췄다. 김 씨는 설치비의 70%를 지원받아 히트펌프를 설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HS 히트펌프에 사용하는 축열조 [사진=옥송이기자] EHS 히트펌프에 사용하는 축열조 [사진=옥송이기자]

◆ 난방 넘어 냉방까지…실외기 한 대로 묶은 ‘올인원’

애월에서 이동해 찾은 제주시 도남동의 34년 된 단독주택에서는 또 다른 히트펌프가 실증되고 있었다. 양창희(74세) 씨가 거주하는 이곳은 미출시 제품인 ‘EHS 올인원’ 실증 공간. 삼성전자가 실제 주거환경에서 성능과 사용성을 검증하기 위해 마련한 ‘히트펌프 필드 테스트 랩’이다.

“한번 만져보시겠어요. 뜨거운 물이 이렇게 나오거든요.”

무더위 속 실내에선 EHS 올인원에 연결된 벽걸이 에어컨이 작동하고 있다. 안내에 따라 주방 수도꼭지를 온수로 돌리자 이내 데워진 물이 흘러나왔다.

제주시 도남동은 EHS 올인원 시스템을 설치했다. [사진=옥송이기자] 제주시 도남동은 EHS 올인원 시스템을 설치했다. [사진=옥송이기자]

삼성전자에 따르면 해당 온수는 냉방 과정에서 밖으로 버려질 열 일부를 물과 열교환해 온수를 만드는 ‘열 회수(Heat Recovery)’ 기술에 기반한다.

EHS 올인원은 기존 히트펌프 보일러의 난방·급탕에 공기 냉방까지 더한 제품이다. 공기를 직접 냉방하는 A2A(Air to Air)와 물을 데워 바닥난방·급탕에 쓰는 A2W(Air to Water)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었다. 이 집에서는 실외기 한 대가 1·2층의 벽걸이 에어컨 4대와 연결돼 있다.

실외기에서 이어진 수배관은 지하 기존 보일러실의 하이드로 유닛과 온수 탱크로 연결됐다. 삼성 개발진은 이곳의 온도와 운전 상태 등 데이터를 원격으로 모니터링하며 실사용 환경에서 성능을 확인하고 있다.

제주시 도남동 EHS 올인원은 교번식을 적용했다. 신문선 삼성전자 DA 상무가 설명하는 모습. [사진=옥송이기자] 제주시 도남동 EHS 올인원은 교번식을 적용했다. 신문선 삼성전자 DA 상무가 설명하는 모습. [사진=옥송이기자]

도남동 주택에는 애월과 달리 교번식을 적용했다. 평소 두 명이 주로 생활하는 점을 고려해 난방 용량은 줄이고, 주말에 가족이 모여 욕실 두 곳을 동시에 사용할 경우에 대비해 급탕 용량은 넉넉하게 구성했다. 제주라는 이유만으로 축열식을 일률적으로 적용한 것이 아니라 해당 가구의 거주 인원과 온수 사용패턴을 고려해 교번식을 택한 사례다.

EHS 올인원은 삼성전자가 약 2년간 개발해 유럽에 먼저 출시한 제품이다. 국내에서는 도남동 등에서 약 1년간 사계절 실증을 진행하며 연내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물산 주거성능연구소에서도 아파트와 유사한 환경에서 성능을 검증 중이다.

양 씨는 기존 기름보일러에 연간 약 120만원을 썼지만, EHS 올인원을 사용한 지 한 달 남짓인 만큼 아직 경제성 판단은 유보했다.

“겨울철 돼봐야죠.”

제주에서 시작된 난방 전기화가 기존 화석연료 보일러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대체하고 실제 난방비 부담까지 낮출지는 올겨울이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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