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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8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전술핵 반입과 보유를 주장했다. |
| ⓒ 페이스북 캡쳐 |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전술핵 반입과 보유를 주장했다. 그는 8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전술핵 반입과 보유에 대한 전향적 논의가 필요합니다'라는 글에서 "저 또한 과거에는 전술핵 보유에 부정적이었다"며 "핵 없이 핵을 상대하는 것은 허상"이라고 썼다. 북한이 핵을 사용하면 우리도 핵으로 보복할 수 있다는 공포를 김정은에게 심어야 대화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안 의원이 열거한 정세 변화는 가볍지 않다. 그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군사기술 이전 가능성, 미국 방공전력의 중동 소모, 오키나와 제31 해병원정대의 중동 전개, 일본의 '핵 반입 금지' 재검토 논의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었다. 한 국가의 군사적 선택이 이웃 국가의 불안을 키우고, 그 불안이 다시 다음 군비 증강의 근거가 되는 연쇄다.
안 의원은 이 핵 경쟁의 구조를 정확히 짚었다. 문제는 처방이다. 그의 결론은 경쟁의 고리를 끊는 방안이 아니라 "우리도 핵"이다. 핵 경쟁을 진단하고 핵 경쟁을 처방한 셈이다.
2017년의 안철수는 지금의 안철수를 반박한다
이번 주장을 단순한 말 바꾸기로만 처리하면 변화의 실체를 놓친다. 안 의원의 북핵 위협 인식과 억제 강화론은 오래됐다. 달라진 것은 억제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를 정하는 경계선이다.
2017년 10월 26일, 국민의당 대표였던 안 의원은 동국대 행사 뒤 취재진에게 전술핵 재배치를 "불가능하다"고 했다. 미국 정부가 거부하고 있고, 중국의 저항은 사드 배치 때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클 것이며, 전술핵을 들여오면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해 비핵화를 더 어렵게 만든다는 이유였다.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한미 핵 공유였다.
2020년 7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온국민공부방' 강연에서도 같은 경계선은 유지됐다. 북한이 끝까지 핵을 고집한다면 핵 공유로 균형을 찾아야 하지만, "국내에 핵무기를 들여오지 않더라도" 가능하다고 했다.
2022년 1월 28일, 국민의당 대선 후보로 참석한 서울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는 논리가 더 분명했다. 안 의원은 "대한민국 영토 내에 전술핵을 갖고 오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고 했다. 전술핵 배치는 북한의 핵 보유를 정당화해 비핵화를 풀지 못하게 만들 수 있으며, 미국의 핵우산과 핵 공유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설명이었다. 목표도 "핵 없는 한반도, 전쟁 없는 한반도"였다.
중요한 대목이 있다. 같은 간담회에서 안 의원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김정은의 핵 포기를 더 어렵게 만들었고, 미국도 동시에 두 곳 이상에서 전쟁할 자원이 부족해졌다고 말했다. 따라서 2026년의 선회를 단지 "그때와 달리 안보 환경이 바뀌었다"는 한 문장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오늘 제시한 위기의 씨앗은 과거 발언 속에도 이미 들어 있었다. 그렇다면 설명해야 할 것은 환경 변화의 존재가 아니라, 어느 순간 어떤 위험이 임계점을 넘어 과거에 계산했던 비용보다 커졌는가이다. 안 의원의 이번 글에는 그 설명이 없다.
그 변화는 단계적이었다. 2023년 4월 18일 페이스북 글에서는 한반도에 핵무기를 들여오지 않는 대신 한미가 핵 전략을 공동으로 기획하고 훈련하는 '창의적인 한미 핵공유'를 제안했다. 같은 해 8월 워싱턴에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난 뒤에는 미국이 관리하는 전술핵 재배치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볼턴의 개인 견해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개했다. 아직 자신의 찬성 선언은 아니었지만, 과거 배제했던 선택지를 공론장 안으로 옮겼다.
2024년 6월 21일, 북러 조약 이후에는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의심하며 더 강한 핵 공유를 요구했다. 그래도 "한반도에 핵무기를 들여오지 않고도"라는 조건은 남아 있었다. 2025년 3월 6일 페이스북 글에서는 한미 핵협의그룹을 핵기획그룹 수준으로 높이고, 핵 사용의 기획과 결정에 한국이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처리 권한과 핵추진 잠수함까지 함께 요구했다. 물리적 배치보다 의사결정권과 잠재 역량을 먼저 넓혀 가는 경로였다.
그리고 2026년, 마침내 '국내 반입 금지'라는 마지막 경계선까지 넘었다. 과거에는 전술핵 배치가 북한 핵을 정당화하고 대화를 막는다고 했지만, 지금은 핵 보복의 공포가 있어야 대화가 가능하다고 한다. 과거에는 핵우산과 역외 전력으로 충분하다고 했지만, 지금은 핵 없이 핵을 상대할 수 없다고 한다. 과거에는 중국의 보복과 비핵화 훼손을 핵심 비용으로 계산했지만, 이번 주장에서는 그 비용이 사라졌다.
핵 억제의 강화인가, 안보 딜레마의 다음 차례인가
물론 전술핵 재배치론에는 나름의 논리가 있다. 미국이 통제하는 전술핵을 한반도에 배치하면 보복 의지를 더 선명하게 보여 주고, 한국의 독자 핵무장 여론을 억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안 의원도 바로 이 억제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주장이 성립하려면 최소한 어떤 핵을 말하는지부터 분명해야 한다. 미국 소유 전술핵의 재배치인지, 나토식 핵 공유인지, 한국의 독자 핵무장인지에 따라 지휘·통제권과 사용 결정, 핵확산금지조약 체제에 미치는 영향, 중국과 북한의 대응이 전혀 달라진다. 그런데 안 의원은 제목에서 '반입'과 '보유'를 함께 쓰면서 서로 다른 선택지를 하나의 주장처럼 묶었다.
상대의 다음 행동에 대한 설명도 없다. 북한이 전술핵 실전배치와 선제사용 태세를 더 강화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중국이 경제·군사적 압박을 높이고 일본이 핵 공유 논의를 앞당긴다면 어디에서 멈출 것인가. 핵을 배치한 뒤 위기를 관리할 군비통제와 소통 장치, 최종적으로 경쟁을 완화할 출구는 무엇인가.
안 의원이 묘사한 동북아는 <거울나라의 앨리스>에서 묘사하는 세계와 닮았다. 제자리에라도 있으려면 모두가 계속 더 빨리 달려야 하는 붉은여왕의 세계다. 북한이 강해졌으니 한국이 핵을 들이고, 한국이 들였으니 북한과 중국이 더 늘리고, 다시 그것을 이유로 한국과 일본이 더 강한 핵 태세를 요구한다. 국제정치의 언어로는 전형적인 안보 딜레마다.
핵 억지는 필요하다. 그러나 억지 전략은 상대에게 공포를 주는 능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오판을 막는 장치, 상대의 반응을 관리하는 수단, 경쟁을 멈출 조건까지 함께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억지는 전략이 아니라 다음 군비 증강을 부르는 구호가 된다.
안철수 의원은 핵 경쟁이 어떻게 번지는지 정확히 진단했다. 이제 그가 답할 것은 세 가지다. 한국의 전술핵 배치에 맞서 북한이 실전배치와 선제사용 태세를 더 강화하면 다음 수단은 무엇인가. 중국의 압박과 일본의 핵 공유 논의가 뒤따르면 어디까지 대응하고 어디에서 멈출 것인가. 그리고 핵 사용 결정권도 불분명한 '반입과 보유'가 어떻게 오판을 막고 대화의 조건을 만들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 없이 "김정은에게 공포를 심어야 한다"고만 말한다면, 전술핵은 전략이 아니라 군비경쟁의 다음 차례일 뿐이다. 모두가 더 빨리 달리는 것을 처방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안 의원이 제시해야 할 것은 핵 경쟁에 뛰어들 명분이 아니라, 그 경쟁을 어디에서 멈출 것인지에 대한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