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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억달러도 비싸다”… 홍콩 상장 앞둔 쉬인 몸값 또 ‘흔들’

미국·영국 실패 후 결국 홍콩 상장
“투자자, 200억달러대 몸값 관심”
“中기관투자자 수요가 흥행 변수”

‘10달러 원피스’로 유명세를 떨치며 한때 1000억달러(약 142조원)가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던 중국계 패스트패션 업체 쉬인(SHEIN)이 홍콩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몸값을 300억달러(약 42조원) 아래로 낮췄으나, 투자자들은 이보다 더 낮은 몸값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초저가를 앞세운 쉬인의 성장 공식이 관세와 경쟁 심화로 흔들리면서 시장이 매기는 쉬인의 미래 성장가치도 급격히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브라질 상파울루의 쉬인 사무실에 제품이 걸려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브라질 상파울루의 쉬인 사무실에 제품이 걸려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0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쉬인 IPO 주관사들은 최근 잠재적 투자자들에게 300억달러를 밑도는 기업가치를 제시했다. 쉬인이 내부적으로 설정한 목표 기업가치는 300억달러지만, 투자자들은 200억달러 중후반대의 기업가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022년 비상장 투자 유치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 1000억달러 이상과 비교하면 70% 이상 낮은 수준이다.

쉬인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폭발적인 온라인 소비를 바탕으로 급성장했다. 중국 의류 공장에서 소량 생산한 제품을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하는 방식과 낮은 가격을 앞세워 미국과 유럽의 젊은 소비자를 빠르게 끌어들였다. 여기에 미국의 소액 수입품 면세 제도까지 더해지면서 쉬인은 단 몇 달러짜리 의류를 글로벌 시장에 판매할 수 있었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던 쉬인은 2022년과 2023년 두 차례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추진했으나 신장위구르 강제노동 의혹 등 중국 공급망을 둘러싼 정치권의 반발과 규제 우려에 부딪혔다. 이후 2024년 런던에서 금융당국의 상장 승인을 받았으나, 신장위구르 공급망 논란이 다시 불거지면서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의 최종 승인을 받지 못했다. 쉬인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생산과 공급망 대부분이 중국에 남아있어 CSRC의 심사 대상이 됐다. 쉬인은 결국 홍콩으로 방향을 틀었고, 지난달 CSRC의 승인을 받으며 4년 넘게 끌어온 상장 작업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광둥성의 한 소규모 의류 공장.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광둥성의 한 소규모 의류 공장. /로이터연합뉴스
문제는 이미 낮아져버린 투자자들의 눈높이다. 쉬인의 매출은 주로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 발생한다. 이에 따라 이들 시장의 관세·통상 규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미국이 800달러(약 113만원) 미만 수입품에 적용하던 면세 혜택을 지난해 5월 폐지한 데 이어 유럽연합(EU)도 이달부터 저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수입품에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쉬인의 핵심 경쟁력이었던 ‘초저가’ 사업모델의 수익성도 과거만큼 강력하지 않게 됐다. 쉬인의 순이익은 2024년 34억달러(약 4조8073억원)에서 지난해 20억달러(약 2조8278억원)로 줄었고 올해 1분기에는 9900만달러(약 14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 3.9%에서 2.9%로 하락했다. 쉬인은 “EU 관세 영향은 아직 평가하기 이르지만 미국의 소액면세 폐지 이후 나타난 영향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더 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중국의 경쟁업체인 핀둬둬(拼多多)의 테무(Temu)가 쉬인과 유사한 직배송 모델로 미국·유럽 시장을 공략하면서 경쟁도 심화하고 있고, 항공운임 상승까지 겹치며 비용 부담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FT는 “쉬인의 IPO 관계자들은 쉬인이 주요 중국 기관투자자를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쉬인이 결국 홍콩 상장을 택한 만큼 IPO 흥행을 위해선 중국의 기관투자자의 수요가 중요하다. 이런 가운데 ‘중국에서 출발한 싱가포르 회사′라는 쉬인의 정체성과 미국·유럽의 소비와 통상정책에 실적이 크게 좌우되는 쉬인의 사업 구조에 대해 중국 기관투자자들이 어떤 가격을 매길지가 IPO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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