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한국사업장 부평공장. /사진 제공=한국GMGM이 한국 사업장에 6억달러(약 88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한국GM이 보통주 중간배당을 결의했다. GM이 한국에 새로 투입하는 자금과 주주로서 가져가는 배당금을 함께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로서는 GM의 실질적인 순투입액을 계산하기 어렵다. 한국GM이 보통주 중간배당 총액을 공개하지 않은 데다 GM도 8800억원의 구체적인 조달 방식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투자재원이 한국GM 자체 자금인지, GM 계열사의 신규 출자인지, 관계사 차입인지에 따라 투자의 경제적 성격은 달라진다.
GM, 잔여배당 82.56% 배분 가능한국GM 보통주의 76.96%는 GM 계열사 3곳이 보유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인베스트먼트가 48.19%, 지엠아시아퍼시픽홀딩스가 9.55%, 지엠오토모티브홀딩스가 19.22%를 갖고 있다. 한국산업은행의 지분율은 17.02%, 상하이자동차는 6.02%다.
우선주 배당을 제외하고 보통주에 배정된 배당액만 보면 76.96%가 GM 계열사 3곳에 돌아간다. 배당을 직접 받는 주체는 각 계열사지만 GM 그룹 차원에서는 GM 측에 귀속되는 돈이다.
한국GM에는 보통주 외에 2018년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발행된 1종·2종 우선주도 있다. 이 우선주는 약정된 우선배당을 먼저 받은 뒤 남은 배당에도 참여하는 참가적 우선주다.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비율을 적용하면 잔여배당 산정에서 GM 측 배분 비율은 82.56%로 높아질 수 있다. 산업은행은 17.23%, 우선주를 보유하지 않은 상하이자동차는 0.21%로 계산된다. GM 측과 산업은행이 보유한 우선주가 잔여배당에 참여하면서 상하이자동차의 배분 비율이 낮아지는 구조다.
우선주 배당액은 1235억5600만원으로 정해졌다. 다만 보통주 중간배당 총액이 공개되지 않아 GM 측이 실제로 받게 될 금액은 아직 산출할 수 없다.
4조3465억원, 실제 배당액 아닌 '재원'한국GM은 지난해 12월 주식발행초과금으로 쌓아둔 자본준비금 4조3465억원을 감액해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했다. 이어 이사회에서 보통주 중간배당을 결의했다.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면 회계상 배당에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이 늘어난다. 그러나 4조3465억원이 실제 배당액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자본 항목을 바꾼 회계 처리이기 때문에 같은 규모의 현금이 새로 유입되는 것도 아니다. 실제 현금 유출액은 이사회가 정한 보통주 배당총액에 따라 결정된다.
잔여배당에서 GM 측 비율 82.56%를 적용하면 배당액 대부분은 GM 계열사에 돌아간다. 예컨대 우선배당 후 잔여배당액을 3조원으로 가정할 경우 GM 측 배분액은 2조4768억원, 4조원이라면 3조3024억원이다.
이는 실제 배당액에 대한 추정이 아니라 지분 구조에 따른 단순 계산이다. 특히 지난해 말 한국GM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조1179억원이었다. 4조원 규모의 잔여배당을 실제로 지급하려면 이후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 유입이나 별도의 자금조달이 필요할 수 있다.
조달 방식 따라 달라지는 '투자의 실질'앞서 GM은 올해 3월 한국 사업장에 총 6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공개한 3억달러 투자계획에 신규 프레스 설비 등을 위한 3억달러를 추가했다. 원화로는 약 8800억원 규모다.
투자 대상은 한국에서 생산하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상품성 강화와 공장 성능 향상, 신규 프레스 설비 도입, 안전·작업환경 개선 등이다. 연도별·공장별 집행액과 완료 시점, 자금조달 방식은 공개하지 않았다.
재원은 한국GM 자체 자금, GM 계열사의 신규 출자, 관계사 대여 등으로 마련할 수 있다. 모두 한국 사업장에 투자비를 공급하는 방법이지만 경제적 성격은 다르다.
조달 방식에 따라 8800억원의 경제적 성격도 달라진다. 한국GM의 자체 현금이 재원이라면 국내 생산설비에는 투자가 이뤄지지만 GM 본사나 해외 계열사에서 새로 들어오는 돈은 없다. 한국GM이 국내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설비투자와 배당을 함께 부담하는 구조다.
GM 계열사의 신규 출자로 재원을 마련하면 한국GM은 상환 의무 없이 현금을 확보한다. 그러나 GM 측이 같은 시기에 배당을 받으면 그룹 관점의 순투입액은 출자액에서 배당 수령액을 뺀 만큼으로 줄어든다. 투자와 배당은 법률·회계상 별개의 거래지만 GM 그룹과 한국GM 사이에 실제로 오간 현금을 판단할 때는 함께 계산할 필요가 있다.
관계사 대여를 이용하면 투자금은 한국GM의 부채로 남는다. 생산설비에는 자금이 투입되더라도 한국GM이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하므로 GM 측의 위험을 부담하는 자본 투자와는 성격이 다르다.
배당 이후 관계사에서 다시 빌릴 수도한국GM은 GM 관계사인 제너럴모터스홀딩스와 총 28억달러 규모의 차입약정을 맺고 있다. 시설투자자금 20억달러와 운영자금 8억달러로 구성된다. 2018년 한국GM과 주주들이 체결한 경영 정상화 기본계약인 '프레임워크 어그리먼트'에 따라 마련된 약정이다.
한국GM은 이를 위해 GM 관계사에 대한 매출채권과 미수금, 재고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있다. 약정을 실제로 이용하면 한국GM의 부채가 늘고 원금과 이자 부담도 발생한다.
지난해 말까지 실행된 차입금은 없다. GM도 8800억원 투자에 이 약정을 활용할지 밝히지 않았다. 향후 배당으로 한국GM의 유동성이 줄어든 뒤 관계사 차입을 이용한다면 한국GM이 GM 측 주주에게 현금을 지급하고 다시 GM 관계사에서 돈을 빌리는 흐름이 만들어진다. 이 경우 GM 측은 주주로서 배당을 받고 채권자로서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차입약정의 이용 가능기간은 2027년까지다. 2025년 감사보고서에는 2027년 이후 약정 연장 여부나 이를 대체할 자금조달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
후속 차종 투자비는 별도 과제현재 발표된 8800억원만으로 2028년 이후 한국 사업장의 생산 기반까지 확보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투자 내용은 현행 소형 SUV의 상품성 강화와 기존 생산시설 현대화가 중심이다. 차세대 소형 SUV 프로그램 '9BXX-2'의 한국 생산 여부와 관련 투자비는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GM 노사는 올해 임금·단체협약에서 9BXX-2 생산계획이 2027년 3분기 안에 결정되도록 추진하고 진행 상황을 공유하기로 했다. 국내 생산이 확정되면 생산공장과 동력계, 양산 시점, 물량을 정해야 하고, 금형 제작·설비 전환·부품 공급망 구축·시험생산 등에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후속 차종 생산계획의 결정 목표와 28억달러 관계사 차입약정 종료 시점은 모두 엇비슷하다. 산업은행이 경영 정상화 합의에 따라 한국GM 지분 17.02%를 유지해야 하는 기간도 2028년 5월 끝난다. 2028년 이후 한국 사업장의 물량과 추가 투자 재원 마련은 여전히 남은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