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위임 없다고 세부 기준 못 정하는 것 아냐"
시행령·부령 등 적극 활용 주문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시행과 관련해 노동쟁의 대상이 되는 사안과 그렇지 않은 사안을 보다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세부 기준 마련을 적극 검토하라고 고용노동부에 지시했다. 노동부가 이미 행정해석을 제시했다는 설명을 내놨으나 이 대통령은 "해석과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다르다"면서 기업과 노동현장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8.11 연합뉴스이 대통령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노란봉투법에 의한 쟁의 대상인지 아닌지에 대해 명확한 규정, 예를 들면 사례 같은 것을 명확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더라"라며 이같이 언급했다. 이에 김 장관이 "행정해석으로 이미 다 내렸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해석은 다를 수 있지 않느냐"며 "노동부의 의견으로 이렇게 해석하는 게 맞다고 하는 것과 어떤 경우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다르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기업의 공장입지 결정 등 경영상 판단을 둘러싼 쟁의 가능성을 들었다. 이 대통령은 "'어디에 회사 공장을 만든다'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안 된다고 저번에 말씀하셨는데, 그런 것을 명확하게 규정해 달라는 요구가 있더라"며 "나름 일리가 있는 주장인데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
김 장관이 노동부가 법률의 위임 규정 문제를 거론하자 이 대통령은 법률에 명시적인 위임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세부 시행 기준을 마련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법률의 시행에 필요한 세부 사항을 정하는 것은 헌법이 정한 행정부의 권한"이라며 "법률의 위임이 없으면 못 하는 게 아니고 법률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 법의 시행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을 넘어 각 부처가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법률 개정에 의존하는 관행도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한 사안과 시행령·시행규칙·행정지침 등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을 구분해 정책 집행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너무 국회에 의존하다 보니 국회 업무도 과다하다"며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시행지침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법 개정으로 하려고 하니 국회에 개정해야 할 법이 만 건이 넘고 일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꼭 필요한 것만 법률로 하도록 다른 부처도 마찬가지로 적극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