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확정안 아냐…국회서 수정-보완”
李 “案을 낼 땐 변경의 여지 있는 것
부담 늘어나는 쪽은 엄청난 반감 가져
욕 먹게 마련…무조건 기어다니시라”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08.11. “수정할 필요가 없는 100% 안을 내라고 한다면, 사실 사람이 그러기 쉽지 않다.”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말미에 이 같이 말하면서 “확정된 안을 내고 무조건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안을 낼 땐 변경의 여지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3일 발표한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두고 시장 혼란과 불만이 확산되는 가운데 수정안 마련을 기정사실화한 것. 정부는 입법 예고 기간인 20일까지 국민과 전문가, 여야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다음달 초 국회에 최종안을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 李, 부총리에 “무조건 기어 다녀라”
이 대통령은 이날 “(구윤철) 재정경제부 장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세제 개편안이) 문제가 있다면 반영해서 수정해보겠다는 입장을 낸 것을 가지고 ‘누더기 만드렀다’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이 있다”면서 “정책이라는 건 이론의 여지가 있고 다른 의견이 있기 때문에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어떤 정책 결정을 발표한 것과 어떤 안을 발표한 건 다르다. 어떤 안을 발표할 때는 의견을 듣는 것”이라며 “입법 예고를 하고 정부의 생각, 내부 논쟁 결과에 대해 당연히 반론이 있겠다. 그 반론을 받아들이는 게 바람직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 번 결정했으니까 그냥 그대로 ‘고(Go)’다는 게 일관성이 있는 것이냐”라며 “일관성이나 포용성, 개방성이라고 하는 것을 하나의 단일한 잣대를 가지고 비난을 위한 비난을 하면 사회문제 해결이 안 된다”고 했다.
그러자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정부의 세법(개정)안은 확정안이 아니다”면서 “충분한 국민 의견을 듣고 다시 리바이즈(revise·수정)해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에서 수정·보완해 완성도를 높여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재경부 장관은 그걸 아셔야 한다. 세금 만지는 사람은 (세법을) 바꾸면 반드시 욕을 먹게 돼 있다”면서 “바꿔서 혜택을 보는 쪽은 가만히 있고 바꿔서 부담이 늘어나는 쪽은 엄청나게 반감을 가지게 돼 있으니 무조건 기어서 다니시라”고 당부했다. 최근 세제 개편안을 두고 여론의 반발이 이어지는 만큼 신중한 처신을 당부한 것.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현행 12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축소하는 계획의 경우 큰 틀은 유지하되, 불가피한 비거주 사유와 인정 기간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정부안은 취학·직장 파견·질병·부모 봉양 등 불가피한 사유에 최대 3년간 거주한 것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정부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지 추가로 살펴볼 방침”이라며 “비거주 예외 사유는 시행령 개정 사항이라 법률을 다시 고치지 않고도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종부세 기본공제 관련 정부안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예외 사유를 넓히거나 인정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과 함께 비거주자의 기본공제 축소 폭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민주당 서울시당위원장에 단독 입후보한 김영배 의원은 통화에서 “비거주 1주택 기본공제 9억 원은 너무 많이 깎은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다”며 “액수의 적정성 등을 논의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당내에서는 1주택 보유세는 비거주와 거주를 구분하지 말자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13일 의원총회를 열고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안과 공급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3선 이언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직장⋅생계⋅교육 등으로 실거주하지 못하는 비거주 1주택까지 투기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러한 규제가 임대주택 공급을 줄여 전월세 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령자와 장기보유 1주택자의 종부세 감면액을 2027년 최대 800만 원, 2028년부터 600만 원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여당에서 재검토 요구가 나온다.
● 李 “각료들이 안 다투면 국민들이 싸워”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정책이 국민이 처한 상황을 따라가야지 거꾸로 국민의 삶을 기성제도에 억지로 끼워맞추는 우를 범해선 안되겠다”고도 지적했다. 세제 개편안에 담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편 등을 둘러싼 논란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들 개편안을 두고 투자자들과 청년층 비판이 확산됐고, 이 대통령은 7일 청와대 내부 상황점검회의에서 제도 설계 문제를 질책하며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에 정부는 계약기간을 최대 5년으로 제한하고 사용하지 않은 연간 납입한도의 이월 제한을 철회 또는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메가특구특별법에 기업들이 요구하는 주 52시간 근로제 완화를 포함하는 문제를 두고 고용노동부와 산업통상부 간 공개 이견을 언급하면서 “갑론을박하고 논쟁해 조정하고 일정한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 가장 민주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국정 운영과 관련해 부처 간 엇박자나 충돌이라는 의견들이 있더라”라며 “각료들이 논쟁하고 다퉈야 국민들이 다투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