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 안정·변화 멈출 수 없어"
종회 의원 81명 중 53명 지지
힙한 불교 내세워 연임 도전
정념·경우 스님과 3파전 예고
"안정에서 도약으로, 한국 불교의 새로운 100년을 열겠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출마 선언식을 열고 "종단의 안정과 변화를 여기에서 멈출 수 없다"며 연임 도전을 공식화했다. 이어 곧바로 후보 등록에 나섰다. 앞서 출마를 선언한 월정사 정념 스님과 선운사 경우 스님 측 대리인들도 이날 오전 후보 등록 서류를 제출했으며, 기호 배정을 위한 제비뽑기를 진행했다. 이 결과 경우 스님이 기호 1번, 정념 스님과 진우 스님은 각각 2번과 3번을 받았다.
진우 스님의 후보 등록과 함께 총무원장 직무는 정지됐으며, 총무부장 정문 스님이 대행한다.
이로써 한국 불교 최대 종단인 조계종의 수장을 뽑는 선거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선거일인 9월 3일까지 치열한 선거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임기 4년인 조계종 총무원장은 조계종의 모든 일반 행정과 대외 업무를 총괄하는 최고 행정책임자로, 사실상 한국 불교를 대표한다.
진우 스님의 연임 도전으로 이번 선거는 지난 4년 임기 성과를 평가받는 성격이 짙다. 4년 전 단일 후보로 합의 추대돼 선거 없이 당선된 진우 스님은 취임 첫날부터 현재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108배 참회 정진을 이어오고 있다. 60년 넘게 이어온 '문화재 관람료' 갈등을 전면 해소해 국립공원 내 사찰을 무료 입장으로 전환했으며 일반 대중을 향해 선명상을 보급하고, '힙불교'로 대표되는 젊은 불교를 각인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진우 스님은 출마 선언문에서 "종단의 안정이라는 토대 위에서 한국 불교는 더 큰 도약을 향해 진일보할 때"라며 "연임하면 추대제부터 직선제까지 다양한 대안을 열어놓겠다"고 밝혔다. 이어 비구니 스님의 권익 향상, 승려 완전 복지 완성, 기본수행비 지원, 중앙 권한 교구 이양 등의 종책 공약을 제시했다.
이날 진우 스님의 후보 등록 직후 총무원장 투표권을 가진 중앙종회 의원 81명 중 53명이 진우 스님 지지 선언을 한 뒤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사진 촬영을 했다. 현재 소임으로 인해 공개적 표명을 못한 종회의원 스님들을 고려하면 70%에 가까운 지지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현직 프리미엄'으로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은 진우 스님에 대해 "어렵고 딱딱하게만 느껴지던 종교를 친근하고 따뜻한 종교로 탈바꿈시켰다"며 청춘 남녀의 건강한 만남을 제공한 '나는 절로' 성공과 K컬처 대표 콘텐츠로 발전한 연등회, 템플스테이 안착을 대표 성과로 꼽았다. 또한 "청년들이 불교에 보내는 '힙하다'는 찬사에는 불교가 얼마나 포용적이면서도 창의적일 수 있는지 그 무한한 저력과 가능성이 담겨 있다"고 호평했다.
선거의 막판 변수로는 정념 스님과 경우 스님의 단일화 여부에 있다. 이들의 단일화 여부에 따라 선거는 2파전 혹은 3파전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총무원장 선거 투표권은 조계종 입법기구인 중앙종회 의원 81명과 전국 24개 교구본사에서 10명씩 선출한 240명을 포함해 321명의 선거인단에게 주어진다. 선거인단은 오는 19~23일 교구별 종회를 거쳐 선출할 예정이다.
선거인단은 다음달 3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내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 모여 한 표씩을 행사한다. 2017년 제35대 총무원장 선거에선 설정 스님이 70% 이상의 득표율로 당선됐으나 중도 낙마하고 이듬해 치러진 제36대 원장 선거에선 후보 4명 중 3명이 선거 이틀 전 동반 사퇴해 원행 스님이 단독 후보로 당선됐다. 오랜만에 치열한 표 대결이 펼쳐지는 총무원장 선거인 만큼 선거전이 과열돼 자칫 네거티브 공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향휘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