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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살해 후 4개월간 ‘누나’로 산 남동생…부모는 “선처해 달라” 빌었다 [오늘의 그날]

잔소리에 격분해 흉기로 살해
4개월간 누나 행세하며 은폐
1심 30년, 대법원서 확정
그날의 뉴스는 지나갔지만, 그 의미는 오늘에 남아 있습니다. ‘오늘의 그날’은 과거의 기록을 통해 지금을 읽습니다.<편집자주>

친누나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친동생 A씨. 뉴시스 친누나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친동생 A씨. 뉴시스“죽은 놈도 자식이고 죽인 놈도 자식이다.”

5년 전 오늘인 2021년 8월 12일, 인천지방법원에서 친누나를 살해하고 4개월간 누나 행세를 하며 사망 사실을 감춰온 20대 남동생에게 징역 30년이 선고됐다.

잔소리에서 시작된 참극
사건은 2020년 12월 19일 새벽, 인천 남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시작됐다.

자정 무렵 집에 늦게 돌아온 A씨(당시 27세)에게 친누나 B씨(당시 30세)가 가출 전력과 카드 연체, 과소비 문제를 다시 꺼내며 잔소리를 하자 언쟁이 붙었다. 오전 2시 50분께 격분한 A씨는 주방에서 흉기를 집어 들어 누나에게 휘둘렀다.

시신은 곧바로 아파트 옥상 창고에 숨겨졌다. 범행 닷새 만인 24일, A씨는 시신을 그대로 방치한 채 여자친구와 여행을 다녀왔고 누나 명의로 대출까지 받았다.

그리고 옥상 창고에 시신을 숨긴 지 열흘째 되던 12월 28일, 여행용 가방에 시신을 담아 렌터카로 강화군 석모도의 한 농수로에 유기했다.

4개월간 이어진 ‘누나 행세’
A씨는 누나가 살아있는 것처럼 꾸미는 데도 공을 들였다.

누나의 휴대폰 유심을 다른 기기에 꽂아 혼자 문자와 카카오톡을 주고받았고, 누나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접속해 만든 대화 내용을 캡처해 수사기관에 제출하기도 했다.

모바일 뱅킹으로는 누나 계좌에서 600만원을 빼내 생활비로 썼고, 누나 휴대폰으로 게임 아이템 등 360만원을 결제했다. 심지어 누나의 발인날에는 상주로서 영정사진을 직접 들기도 했다.

이듬해 2월 14일 부모가 딸의 행방을 찾아 경찰에 가출 신고를 하자, A씨는 신고 당일 경찰관에게 ‘실종된 것이 아니다. 부모님이 오해하신 것 같다’는 거짓 문자를 보내 신고를 취하시켰다.

위장은 넉 달 가까이 이어졌지만, 그해 4월 21일 오후 인근 주민이 농수로에서 B씨의 시신을 발견해 신고하면서 끝이 났다. 경찰은 통신·금융 내역을 추적해 4월 29일 경북 안동의 부모 집에 머물던 A씨를 붙잡았다.

숨진 B씨가 발견된 농수로 현장. 연합뉴스 숨진 B씨가 발견된 농수로 현장. 연합뉴스1심 30년, 대법원까지 이어진 다툼
A씨는 이듬해인 2021년 5월 12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재판 과정에서 21차례 반성문을 내며 ‘우발적 범행’이었다고 주장했다.

7월 13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과연 A씨가 B씨의 친동생일지 의문이 들 정도로 범행 수법이 잔혹했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순간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저를 걱정해줬던 누나를 살해했다”며 “누나의 마음을 알아보지 못하고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드려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아버지도 “오전엔 아들의 면회를 하러 가고 오후엔 딸이 잠들어있는 가족공원으로 가고 있다”며 눈물을 보였고, “죽은 놈도 자식이고 죽인 놈도 자식”이라고도 했다.

한 달 뒤인 8월 12일, 1심 재판부였던 인천지법 형사12부(부장 김상우)는 검찰 구형보다 낮은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생명은 국가와 사회가 보호해야 할 근본적 가치”라며 죄질을 지적하면서도, “반성하고 있고 가장 큰 정신적 피해를 본 부모가 선처를 간절하게 바라는 점”을 감형 이유로 들었다.

A씨는 이 판단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 역시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사건은 결국 대법원으로 넘어갔고, 이듬해인 2022년 3월 10일 대법원 1부가 상고를 기각하면서 징역 30년형이 최종 확정됐다.

‘강남역 여자친구 살해’ 의대생, 징역 30년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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