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납 교통 과태료 1조1447억원
경찰, 국세청에 체납 업무 위탁
경찰 보유 전화번호 활용 여부 놓고
감사원 "과태료 징수에 이용 가능""세금 밀린 것도 없는데 국세청에서 왜 전화가 왔지?" 앞으로 이런 전화를 받는다면 교통 과태료부터 확인해봐야 할지 모른다. 1조원을 넘어선 교통 과태료 체납액을 걷기 위해 국세청이 체납자에게 직접 독촉 전화를 걸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경찰이 다른 업무를 통해 확보한 전화번호를 국세청의 체납 실태확인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감사원의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교통 과태료 체납액이 1조원을 넘었다. [사진 | 뉴시스]감사원은 11일 '체납 교통 과태료 징수를 위한 전화번호 이용' 사례를 8월 사전컨설팅 우수사례로 선정하고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먼저 교통 과태료 체납 규모는 1조원을 넘긴 상황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5년 12월 말 기준 누적 체납액은 1조1447억원, 체납 건수는 1611만건에 달한다. 체납자는 255만명으로 단순 계산하면 체납자 1명당 6건 넘는 과태료가 밀려 있는 셈이다.
문제는 밀린 과태료를 걷는 일이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찰청은 인력 부족과 순환보직 등으로 체납 과태료 징수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경찰청은 지난 5월 국세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체납자에게 체납 사실과 실태확인 업무를 국세청에 맡겼다.
국세청은 지난 7월 전국 세무서에 '국세외수입 체납관리단'을 설치하고 실태확인원으로 일할 기간제근로자 약 3000명을 채용했다. 국세뿐만 아니라 과태료처럼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는 국세외수입 체납액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국세청이 나선 것이다.
그런데 정작 체납자에게 전화를 걸 번호가 없었다. 교통 과태료는 차량정보를 기반으로 부과하기 때문에 과태료 부과 과정에서 체납자의 전화번호를 따로 수집하지 않는다. 주민등록번호와 연계한 모바일 안내문을 보내 전화 문의를 유도했지만 답변율은 5~7%에 그쳤다.
경찰이 운전면허 관리 등 다른 업무를 하면서 상당수 운전자의 전화번호를 확보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수집한 개인정보를 과태료 징수라는 다른 목적으로 사용해 국세청에 제공할 수 있는지가 문제였다. 개인정보 목적 외 이용을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 때문에 경찰과 국세청 모두 전화번호를 선뜻 활용하지 못했고 감사원에 사전 컨설팅을 요청했다.
[자료 | 감사원, 그래픽 | 챗GPT생성 이미지]감사원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관계기관과 협의하고 관련 법령을 검토한 결과, 경찰청이 다른 업무에서 수집한 전화번호를 교통 과태료 징수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과태료는 납부 의무가 있는 행정질서벌이고, 관련 법령에서 체납 과태료 징수를 위한 전화·방문 상담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경찰청이 국세청과 맺은 위탁 협약에 전화번호를 위탁 대상 개인정보로 명시하는 등 개인정보보호법상 요건을 갖추면 국세청에도 제공할 수 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경찰이 보유한 전화번호를 활용해 255만명에 달하는 교통 과태료 체납자의 실태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국세청이 과태료 독촉 전화를 걸 수 있게 된 셈인데, 이번 조치로 1조1447억원이나 쌓인 체납 과태료가 효과적으로 줄어들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조봄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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